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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Nov 17. 2021

추억 더하기

어찌어찌해서 그날 저녁은

인어공주와 진주조개로 역할극을 하게 되었다.


나는 엄마 인어공주

아빠는 아빠 인어왕자

둘째는 인어공주 (여자가 좋다고 했다)

첫째는 진주조개


인어공주가 모래를 30알 진주조개한테 넣으면 진주 30개가 생기고 또 모래 30알 넣고 진주 30개가 생기는 꿈같은 이야기 ^^

* 모래가 30알인 이유는..? 딱히 없다. 요즘 둘째가 좋아하는 숫자가 30이다 ㅋ


진주를 팔아서

돈을 모은 뒤

예쁜 인어 성을 지어야 한다고 첫째가 말해주었다.

심지어 이불과 베개로 만들어진 인어공주성에서는

입장료도 받는다ㅋㅋㅋ

인어 공주 가족 외에는 돈을 내야 합니다ㅋㅋㅋ


내가 알게 모르게 돈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일까?

아이의 똑 부러진 생각에 깜짝 놀랐다.


아무튼

이 여세를 몰아

인어공주 만화영화 이야기가 나왔고

우리 가족은 일요일에 인어공주를 시청하기로 약속하고 잠들었다.


대망의 일요일 아침

디즈니 인어공주 만화를 틀었는데

영어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묻는다.

영어인가요? 한글인가요?


이거 DVD 아니고 TV에서 바로 나오는 거라서 엄마도 잘 모르겠어.

한글인가?? 영어인가??


남편도

한글인가..??? 영어인가..???

고개를 갸웃갸웃


바꾸는 방법이 있을 거야

일단 틀어보고

영어면 한글 더빙으로 바꿔줄게!

자신 없었지만 자신만만하게 말하면서 영화를 틀었다.


첫 장면

하얀 갈매기가 날면서 '끼룩끼룩' 비슷한 소리를 낸다.


첫째; 음.. 이건 한글이네


두 번째 장면

바닷물에 뭔가 떨어지면서 '첨벙' 소리가 난다.


첫째; 여기까지는 한글이에요!!!


정말 웃겼다.

그리고 모두의 바람대로

한글 더빙판이었다.


10분 뒤

계속 보자고 나는 주장했으나

영~ 집중을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결국 인어공주 보기는 중도 포기.. 카봇 뮤지컬로 가족 영화보기 종목이 바뀌고 말았다.


남자아이들이라서 그런지

공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나로서는 참 신기하다.

뭐.. 다음에 혼자 봐야겠다. 추억을 곱씹으면서..


"인어공주"

여태까지 나에겐

아아아~~ 아아아~~~~

하는 엘리엇의 노래와

안다다씨~~ 의 흥겨움과

공주에 대한 선망이 뒤섞여

환상적인 그 무언가였다.

.

.


하지만

이번에 우리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만든 인어공주의 추억은 여태까지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의성어는

만국 공통이라는 깨달음을 이번 추억해 더해 두었다.

그걸 일깨워준 우리 첫째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아이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경제관념을 지녔다는 사실도 이번 추억에 더했다. 놀랍다.


진주 한 번에 30개씩 만들어 내는 진주조개가 있었으면.. 하는 내 바람도 보태보았다.

.

.

이렇게 추억이 쌓인다.

인어공주에 대한 나의 느낌도 바뀐다.


확실히 어릴 때보다 나,

속물이 된 것 같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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