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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Mar 21. 2022

6세 철학자

"엄마 도와주세요!!!"


처음 가 본 시민공원 정글짐 저~ 높은 곳에서

첫째가 나를 불렀다.


급한 마음에

둘째 손을 잡아끌고

형 도와주러 가자~ 하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댕~!!!!!!!!

종 울리는 소리가 났다.

정글짐 기둥에 우리 둘째 머리 박는 소리..


머리를 감싸안는 아이의 손을 잡고

첫째를 향해

"조금만 기다려줘, 둘째가 다쳤어!!"

소리치고는


둘째를 감싸 안았다.

눈물이 글썽거리는 걸 보니 꽤나 아팠나 보다..


"많이 아프지, 괜찮아?

엄마가 보니 피는 안나. 괜찮을 것 같으니 안심해."

최대한 호들갑스럽지 않게 대처해 보려 했다..


정신이 든  둘째.

엄마, 형을 도와주러 빨리 가요..

저 높은 곳에 있는 무서운 마음이 안 좋을까요, 아픈 마음이 더 안 좋을까요? 무서운 게 안 좋을 것 같아요..

이런다.


그러니까

자기보다 형이 더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한 번도 아픔과 무서움의 무게를 직접 비교해 본 적 없는 나였기에 아이의 저 말이 깊게 깊게 다가왔다..


그사이


첫째는 연신

괜찮아? 괜찮아?를 외치더니

웬걸, 혼자 척척 내려와서 우리 옆에 와 있었다.


저 무서운 정글짐 꼭대기에 용기 내어 다녀온 첫째에게 박수를!!

그 순간에서 조차 배려가 보석으로 반짝인 둘째에게도 박수를!!


내가 일일이 다 챙기지 못했음에도

이렇게 부쩍 잘 커준 아이들 덕분에 무사히 상황 종료된 것이 한없이 감사한 순간이었다.

 

6세 철학자의 질문은 계속 또 맴돈다.

난 내 문제가 제일 급할 것 같은데 6세에게 솔직하게 말 못 하겠다. (나? 내가 아프면 아픔이 먼저/ 내가 무서우면 무서움이 먼저!)


40세가 6세한테 오늘 하나 제대로 배웠다!!!

멋진 정글짐, 그 속에서 꿈을 키우는 너희들은 더 멋지구나♡

#라이팅미 #나보쓰 #작가빛나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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