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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Apr 12. 2022

아침밥에 온 정성 쏟게 된 이유

아이 아침밥 혼자 떠먹게 하기 위한 엄마의 사투

음식을 맛보며 과거를 떠올린다는 건, 그 음식 자체가 그리운 게 아니라 함께 먹었던 사람과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건지도 모른다. - < 언어의 온도, 이기주 지음 > 중에서



오늘은 아이들 앞에서 춤을 췄다.

신으려던 스타킹을 손에 끼우고 틀어뒀던  클래식 음악에 맞춰 우스꽝스럽게^^

밥 먹다 말고 깔깔깔깔


4월.

나의 원씽(꼭 지킬 한 가지)은 "아침밥 준비"이다.

나는 아침을 잘 먹지 않고

출근이 일러서.. (감사하게도) 아침밥은 여태 내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무언가였다.


첫째가 1학년이 되고

병원에 양해를 구하고 출근시간을 좀 뒤로 늦췄다.

사실, 너무너무 '같이' 해보고 싶었다.

아이와의 등교!


하지만 한 달 해보니

그동안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해 온 아이들의 자기 주도적이지 않은 많은 모습들이 차츰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상전처럼 앉아 입만 벌리고 있고 양 옆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밥 떠먹여 주는 모습이라니!!

점심 저녁은 혼자 잘 먹지 않냐..

아침이라 어쩔 수 없다는 어머님 아버님의 말씀이었지만..


4월을 하루 앞둔 날

선언해 버렸다.


어머님

아버님

이제 조금 늦게 와주세요

제가 이거 고쳐 볼게요!!


부모님의 도움 덕에 너무 편안했던

나의 아침 시간들아~~ 안녕..

마음속으로 작별을 고하고 다짐했다.


솔직히

깜깜했다..


해야 하는 일이 하나 늘었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후회가 막심했다..

하지만 이건 해야만 되는 일이고 조금은.. 하고 싶기도 한 일이었다.


그래!!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이걸 하고 싶은 일로 만들자!!!


즐겨보기로 결심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도구도 사고 이곳저곳 서치도 미리 했다.

(하트님 블로그 감사합니다♡)


이쁘게 밥해보기!!

즐기면서 한번 해! 보! 자!!


전날 인터넷을 뒤져 다음날 메뉴 결정하고

없는 재료 사놓고

지인들에게 도움도 청하고..


점점 요령도 생기고

쉬워지고

즐거워졌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들이 더 기대를 한다.

'공구'라는 책을 읽은 뒤 둘째는

"엄마~ 내일은 밥으로 공구함을 만들어 주세요. 열면 망치랑 드라이버랑 이런 게 들어있게요~~"

이런다;;;;;;


한 그릇에 아이들과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다 보니

나도 함께 즐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먹는다!!!

엄마는 얄짤없음을 잘 안다^^

난, 일부러 먹기 편한 주먹밥을 자주 하고 있다.


밥 먹이고

양치시키고

옷 입히 일상이


밥 먹을 때까지 기다리고

양치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옷 잘 입게 기다리는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 아이들의 자기 주도성을 위해.. 엄마인 나도 노력 중이다. 이 정도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라면 까짓 거~ 계속해보기로 결심했다!!!


4월의 아침밥들..

맛은 장담 못하지만

가득 담은 엄마의 '사랑'만큼은 아이들이 훗날에도 기억해 주기를. 그리워도 해 주기를.


새삼 그동안 고생하신 어머님이 더 고마워졌고

학창 시절 한 끼도 내 아침밥을 굶지 않게 챙겨주신 엄마께도 감사한 마음이 더 생겼다.



나의 스타킹 춤과

보기에 참 예쁜 밥과

즐거운 웃음이 더해진 아침 시간들아~

내게 이렇게 와 주어 참 고맙다


**** 그런데.. 때론 파업하더라도 이해해 주렴^^

여행갔던 지난 주말, 난 파업일세~

** 하트님 블로그

https://m.blog.naver.com/oops423?proxyReferer=


기록으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시는 이분의 따스한 블로그가 참 좋다.


나는 나물은 잘 못 만들어서 이번 제사 때 어머님께 제대로 배울 예정!! 점점 더 건강해지는 밥상을 목표로~~ 나도 파이팅!!



#미라클미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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