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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Apr 05. 2022

정체를 들키다

30cm

단골 커피숍이 있다.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께서 딸과 함께 운영하시는 카페인데 커피도 커피지만 식빵이 끝내주게 맛있다^^


김해 시청 앞,  30cm


카페의 이름은 '너와 나의 거리'인 삼십 센티인데

난 거기 갈 때마다 혼자다.

휴대폰이나 책 들고 가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온다.


오늘은

너무너무 궁금하셨던지

아주머니께서 물어보셨다.


어디서 일해요?

몇 살이에요?

혼자죠?(아직 결혼 안했죠?)

항상 혼자 오시더라~


이런저런 대화 끝에

"아이가 둘 있어요~ 첫째가 초등학교 갔답니다."


아~ 그래요!!

아가씨인 줄 알았어요~(앗싸!)


이런저런 대화가 더 이어진 끝에

대답했다.


"그래서 혼자 와요, 이 시간이 너무 좋아서요. 가끔씩은 점심밥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요."


적극 공감하신다.

"그렇지, 그때는 그런 시간이 필요해요, 아이고 내가 시간을 너무 뺏었네, 이거 시간 날 때 먹어요."


혼자 오는 이유를 들켰다.

정체도 들켰다.

아이 둘 직장인ㅋㅋ

나의 위치가 참 행복하지만, 때론 벅차기도 한데


혼자만의 점심시간이 주는.. 그 여유 덕에

 행복을 잊지 않을 수 있다.


남편과 아이들과 부모님과 친구들과 직장동료와

삼십 센티를 '잘 유지'하기 위해

난 다음 주에도 '혼자' 삼십 센티 갈 예정!

서비스로 주신 과자. 나눠먹었다. 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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