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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Aug 24. 2022

잊지 못할 밤

우리 집에도 찾아왔다.

코로나19


여태 잘 버티고 있었는데

열이 나던 둘째가 확진 판정을 받고 온 가족이 비상태세가 되었다.


나는 일단 출근은 한다.

하지만 밀접접촉자이기에 혹여나 다른 환자분들께 전파자가 될까 봐 두려워

매일 아침 코를 쑤신 뒤 '음성' 확인하고

가운 허리띠를 동여매고

숨죽여 있다..


그러고 있으니 외. 롭. 다.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어머님은 어머님대로

첫째는 첫째대로


다음이 자신의 차례 이진 않을까.. 두.렵.다.


어젯밤엔

지독히도 둘째의 열이 안 내렸다.

해열제 교차 복용에도 40도이다.


그래서 무.서.웠.다..


이런저런 감정들이 나를 둘러싸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 채

출근하고

출근했다 돌아오면 둘째 간병을 한지 이틀째이다.


어젯밤에

친구와 통화를 했다.

고등학교 동창이고

아이들 어린이집 학부모로서 육아 동지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가뜩이나  제정신이 아닐 그 친구가 내 소식을 듣더니

"혹시 해열 패치는 있어?" 물었다.


"아니, 준비 못했네."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 참.

속으로 인터넷 주문해야겠다 생각하고

열 펄펄 끓는 아이 옆에 누웠다.


그때, 다시 그 친구에게서 전화 왔다.

"너희 집 앞에 패치 몇 개 두고 갈게~ 다행히 남편이 같이 와주네^^"


이 밤중에 운전해서 우리 집에.. 패치 주러 오고 있단 전화를 받고

"정말 고마워!!!"

이야기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눈물이 났다.

너무 힘든데 감사한 마음이 생기는.. 참 이상한 순간이었다.


어젯밤

패치 덕에 안심하며 아이를 지켰다.

고열에 두드러기로 잠 못 이루는 아이와 함께 나도 비몽사몽이었는데 밤새 고마웠다. 왠지 오늘 밤이 잘 지나면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지만..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지만..

코로나 환자를 수없이 봐온 의사로서의 나는

여태 그저 약주는 사람에 불과했던 것 같아 부끄러웠다.


지인들의 격리 소식에 그동안 내가 무심코 건넸던 많은 안부인사들도 갑자기 영혼 없이 느껴져서 새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직접 겪어보니

아.. 이런 것이었구나.. 깨달아진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며 자책을 멈추어 본다.



친구의 위로는

나를 감싸주었고

나를 깨닫게 해 주었다.


여태껏 많이 부족했지만

앞으로는 나도 친구와 같은 위로를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누군가에게 진정한 마음을 건네줄 수 있는 그 누군가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일단!

우리 집에 쳐들어온 코로나19부터 물리쳐보자^^

제발. 4차 접종의 효과가 잘 나타나 주길.



그리고 싸랑하는 현영아.

정말 고맙다♡ 어젯밤을 잊지 않을게.



** 때마침 요즘 읽고 있는 책도 '옵션 B'이다. 배울게 무한하긴 한가 보다. 이제서야 진정한 위로의 중요성을 배우고 깨닫는 요즘이다.


**글에는 미처 다 언급 못했지만 둘째를 걱정해주시고 우리 가족을 걱정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무한 감사하다. 그 진심을 알기에, 더 치열하게 이겨내 보리라, 이 순간을 잘 지나가 보리라 다짐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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