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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Mar 30. 2020

일상을 여행처럼

차로 40분 정도 거리다. 긴 터널과 다리들을 지나 고속도로를 5분 정도 달리면 직장에 도착하는데, 어느 날 출근길에 흘끗 눈길을 준 백미러에서  뜻하지 않은 아주 멋진 풍경을 보았다. 너무 이뻐서 재빨리 다시 보았는데 이미 다른 차로 가려지고 없었다. 그날 이후 그곳을 지날 때마다 풍경에 잠시 눈길을 주는 시간 1초를 가졌고, 그렇게 나만의 출근길 명소가 생겼다.


강물과 예쁜 산 그리고 하늘과 구름이 어우러져 매일 다른 풍경을 연출하는데, 그곳을 지날 때면 나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여 마쉰다. 어떨 때는 "감사합니다~"가 입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아이가 "엄마 일하러 가지 마요"라고 하는 것을 애써 달래고 나온 날 무거웠던 마음도 이곳을 지나면 많이 풀리는 게 느껴졌고, 주말을 보내고 출근하기 싫은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올 때에도 이곳을 지나고 나면 가라앉고는 했다. 여기에 더해서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나 홀로 여행 간다는 기분으로 운전을 하니 아침이 한결 즐거워졌다.


나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해서인지  요즘은 출근길이 즐겁다.



띠링~

한창 일하던 중, 아는 분이 진해 벚꽃 사진을 전송해 주셨다.

올해는 오시기 힘들 테니 사진으로 전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잠시뒤에는 다른 분께서 보내 주신 거제도 예쁜 꽃들 사진따스한 마음과 함께 블로그 링크로 전송 되어 왔다.


진해와 거제도 모두 여행 간 추억이 있는 곳이다. 그곳들의 꽃사진을 받으니, 잠시나마 흐드러진 벚꽃 속에 내가 있는 기분이다. 월요일, 긴장되었던 마음을 휴~ 한숨 쉬며 풀어본다.




똑딱똑딱. 퇴근시간.

출근할 때와 일할 때는 그렇게도 열심히 다른 즐길거리를 찾았던 내 눈이 오직 앞만 본다. 집중해서 운전할 정도로 집에 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출근길 명소도 본체만체 지나쳐  집 앞에 차를 주차하고 나니 아파트 단지에 핀 벚꽃이 눈에 들어온다.


어둑어둑 해지는 하늘과, 전깃줄과 어우러져 듬성듬성 피어있는 벚꽃.


이게 현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들어가기 전, 벚꽃을 한번 더 눈에 담으면서 가만히 되뇌었다.



그래도 오늘은 그 어떤 때 보다 여행 같은 하루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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