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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Mar 28. 2020

브런치 작가 시점, 꽃과 함께 내게 오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꽃집을 시작하신 엄마는 작년까지 20년 넘게 꽃집을 운영하셨다. 그런 내가 꽃. 알. 못 이란 건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확실한 건 내가 꽃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잘 모르면서도 참 좋아한다.


게다가, 꺾어진 꽃을 보면 연민까지 느끼니 스스로도 좀 지나친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어제는 그냥 꽃을 사고 싶은 날이었다. 근무하는 병원 바로 근처에 화훼단지가 있어, 퇴근하면서 차를 잠시 돌려 그곳으로 갔다. 많은 꽃들 중에 노란 후리지아가 눈에 들어왔고 달콤한 향기를 기억하는 내 코는 연신 후리지아를 향해 숨을 들이키고 있었다.


얼마인가요?

한단에 4천 원이에요

3단 주세요. 어.. 카드 혹시 받으세요? 천원이 모자라요.

그럼 11000원만 주세요


꽃산 것도 기분 좋은데

할인까지 받아 기분이 더 좋았다.

운전하면서도 옆좌석의 후리지아를 수시로 힐끗힐끗 보며 미소 지었다.


마침 듣고 있던 e book에서  '본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대체 저 후리지아의 본질이 뭘까? 고민하는 시간도 가져보았다. 브런치 작가가 아니었다면 고민하지 않았을지도 모를..후리지아의 본질.


나는 꽃이 좋은 걸까

향기가 좋은 걸까

나를 위해 만원 정도는 쓸 수 있는 여유가 좋은 걸까

그것도 아니면 나 꽃 사는 여자야~ 나와 내 꽃을 흘끔 보는 사람들에게 하는 나의 혼잣말이 좋은 걸까.


집에 도착해서 교육적 목적 다분한 마음을 담아

아이들에게 꽃을 보여주었다.

얘들아~  이게 꽃이야. 후! 리! 지! 아!


아이들도 매혹시키는 향기인지 둘째가 너무 좋아한다. 평소 맥주잔으로 쓰는 유리잔에 물을 담아 꽂아두니 밥 먹던 둘째가 갑자기 손을 뻗어 그 물을 쿡 찍어 먹는다.


꽃도 물 먹어요?

그럼 내 물 줄래요


갑자기 노란색 자신의 컵에 담긴 물을 꽃 위로 붓는 바람에 내가.. 질겁했다. 꽃망울을 움켜쥐려고 하여 일단 제지한 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 보았다.


아까 물을 쿡 찍어 먹은 건 꽃이 먹는 물은 어떤 맛일지 알고 싶었던 것이리라. 아이가 꽃을 좋아하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 이기에 이 상황에서 꽃과 관련된 나쁜 기억을 남겨 주기는 싫었다. 혼내거나 화내고 싶지 않았다.


음..

둘째야..


"우리는 물을 어디로 먹어?"

"입이요."

"맞아.  그래서 입에 물을 갖다 주지~ 꽃은 어디로 물먹을까?"

"잘 모르겠어요."

"여기 봐~  이 밑으로 먹어. 그래서 엄마가 꽃 밑에 물 준거야. 그런데 네가 꽃 위로 물을 주면 꽃 기분이 어떨까?

샤워캡도 안 썼는데 얼굴에 물 뿌리면 좋을까?"


4살이 끄덕였다.

오~ 성공했다!


이 말을 하고 나니 나 스스로도 대견하고 꽃도 나에게 고마워하는 듯해서 뿌듯했다. 리지아의 본질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계속 고민할 테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아이가 먹던 물로 세수한 후리지아 꽃의 마음까지 생각해 줄 수 있는 그 시선!

그게 바로 브런치 작가의 시점이다!




* 후리지아 -> 프리지어라 고치라고 맞춤법  검사 기능이 알려주었지만 후리지아가 아닌 프리지어는 내게 낯선 꽃이라 굳이 후리지아라고 계속 썼다. 이유없는 나만의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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