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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Apr 05. 2020

오늘은 커튼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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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출근길에 이 메세지를 확인하고는 얼떨떨했다. 신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약간은 두렵기도 한 이상한 기분.

조회수 10000이라니!

저 글은 전혀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여태껏 쓰던 대로 쓱쓱 써 내려간 글이었기에 의외의 성과가 놀라웠다. 일단 가족과 아는 사람들에게 자랑 좀 하고, 들뜬 마음이 좀 가라앉고 나니  이제는 아이러니하게도 브런치에 글 쓰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브런치가 나만의 다락방이었는데, 투명 유리창이 달린 반지하방이 돼버린 것 같았다. 지나가던 사람이 쓰윽~ 쳐다보고 갈 수 있는.


브런치가 나만의 공간이길 애초에 바란 것은 아니었고,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었으나 그동안.. 17편을 쓰는 동안 다락방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다.  


만 명이 내 글을 봐주셨던 그날,

아이들과 자기 전에 나란히 누웠다.


"얘들아, 엄마가 어제 글을 썼는데 그걸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해줘서 너무 좋았어. 너희는 오늘 뭐가 제일 기분 좋았어?"


둘째가 먼저

"엄마랑 스티커 붙이면서 논거요~"라고 한다.

'무제한 연기'된 어린이집 개원을 맞아 사두었던 이름 스티커를 20개 정도 마음껏 쓰게 해 주었는데 이게 상당히 즐거웠던 모양이다.


그때 첫째가 말했다.

"난 지금 엄마랑 노는 거!"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같이 눕기 바로 전까지 우리가 한 놀이는 황제펭귄 놀이였는데, 알을 품는 수컷 흉내 내느라 첫째가 힘들었던 참이었다. 나는 암컷 황제 펭귄이어서 계속 물고기를 잡아 날랐고 물고기 잡을 때 둘째 총포크레인(이 포크레인은 총도 달렸고, 소방차로도 변신할 수 있는데 무지개색이다ㅋ)이 많이 도와줬다.


첫째의 말을 듣고.. 나도 말을 바꿨다.

"엄마도 지금 너희랑 이렇게 있는 게 제~일 좋아!!"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각자, 나름의 이유로 과거에 얽매이기 시작하면 앞으로 나아갈 힘이 줄어드는 것 같다.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다!!!


저 소중한 알을 품는 마음으로 오늘은 쓰윽쓰윽 반지하방에 달 커튼을 만들어 보아야겠다. 조회수 10000과 함께 생긴 유리창에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앞이 탁~ 트인 1층으로 올라가는 그날까지!

우리집 황제팽귄의 하트모양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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