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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May 02. 2020

남자들이 득실 한 피부과

토요일 오전

피부과를 찾았다.


얼굴에 더덕더덕 난 정체불명의 것들과 미간 주름이 싫었던 찰나였는데 집 근처 피부과에 예약전화를 하니 평일에는 예약 가능한 시각이 전~부 퇴근하기 훨씬 전이다. 하긴 피부과 직원분도 퇴근하셔야 하니, 더 아쉽고 필요한 내가 시간을 내는 게 맞지만..


하는 수 없이 쉬는 날 토요일로 예약하고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마취연고를 바르고 주위를 쓰윽 돌아보는데 대기 손님 5명 중 나 빼고 4명이 남자다.


나처럼 마취 연고 바른 젊은 사람도 있고

내 앞에서 레이저실로 불려 가는 모자 쓴 사람도 보였다.

머리가 조금 벗겨진 분묵묵히 계시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너무 오래 기다린다고 불평을 하신다.

제법 머리가 희끗한 분은 중간에 화장실을  찾아 들락거리셨다.


은은하게 귀에 들리는 음악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OST


다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서 피부에 어떤 흠이 있는지 쉽게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자기만의 흠을 발견하고 왔을 텐데, 의외로 남자들이 많아서 놀랍다.


남자들도 외모에 관심 많고 가꾼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와 닿게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직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라 지금 온 거겠지?

뭐가 콤플렉스일까?

피부과 온다고 주변에 알리고 왔을까? 아니면 몰래..?

레이저 쬐고 나면 자신감이 Up 될까?

오늘이 처음일까? 아님 이전부터 피부에 관심을 가져왔을까?


그러다 문득 속으로 

'여러분!  어깨를 쫙~펴세요! 응원할게요!'

이렇게 말하고 싶어 졌다.


누구나 이쁘고 썩 괜찮은 외모를 원한다.

각자의 사정이야 어찌 됐건 그것을 위해 적극적으로 피부과를 방문한 저분들의 실천력을 응원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행여나 자신감이 잠시 '행방불명'되었다면 저 문을 나서면서 다시 찾으시길..


나?

하긴 남들 신경 쓰고 걱정해 줄 때가 아니다.

외모보다 내면이라지만 머리로 아는 만큼 마음이 따라 주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도 확실한 건 내 자신감은

며칠 나갔다가  방금 돌아왔다는 것!!!

다음에는 피부과 안 다녀와도 돌아올 수 있게 끈으로 동동 동여매어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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