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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May 24. 2020

빨간 된장 줄까? 노란 된장 줄까?

결혼 한 직후 남편이 말했다.

"우리 그냥 반찬 사서 먹자."

신혼 때는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발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않는 게 우리 부부의 일상이었다.


된장찌개도 마트에서 사서 먹었다.

둘 다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편이라 웬만한 음식에는 가타부타 말이 없는 편이었는데 유~독 된장 먹을 때만큼은 남편이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


빨간 된장 먹고 싶어


'대체 빨간 된장이 뭐란 말인가?'


"그럼 여기 놓인 된장은 무슨 된장인데?"

물어보면 이건 "노란 된장"이란다.


생전 처음 듣는 분류법이었고 10번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남편이 그렇다고 하니..

나름 마트에서 좀 더 '빨간색'나는 된장을 찾으러 돌아다녀도 보고 다 만들어진 된장찌개 말고 딱 된장만 사서 집에서 끓이는 것처럼 만들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빨간 된장 만들기는 실패했다.


6년이 흘러,

두 아이가 생기고

아이들 케어하는 문제로

1년 전부터는 시부모님과 살림을 합쳤다.


일하면서 집안일까지 다 잘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어머님께 부엌을 부탁드렸고, 감사하게도 어머님께서 며느리 밥까지도 손수 챙겨 주신다.


그리고 신기하게 남편 입에서 '빨간 된장 타령'이 쏙~들어갔다.


어머님이 손수 만드신 된장과 간장으로 끓여내는 된장찌개가 매번 식탁에 올라오면 남편뿐만 아니라 6살, 4살 두 아들도 좋다고 난리다.

4살이 다른 국 말고 된장찌개만 좋다고 해서 몇 날 며칠 된장찌개만 먹은 적도 있을 정도이다.


사실 내 눈에는

요즘 먹는 된장이나,

사 먹는 된장이나

다~  주황색, 아니 된장 색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편이 표현한 그 "빨간색"이 무엇인지는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내가 쉽게 흉내 낼 수 없었던 그 빨간색은 어머님만이 줄 수 있는 추억이고 사랑이고 정성이고 손맛 이리라.


남편에게는 못해줬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나의 표 빨간 된장'을 만들어고픈 욕심에 어머님께 넌지시 부탁드려 본다.


"어머님~ 빨간 된장 만드는 법 좀 알려주세요"

"이거? 쉬워~ 그냥 이래이래 넣고 쓱~ 끓이면 돼~"


하.. 어쩌면

그냥 '할머니표 빨간 된장'을  먹게 해 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어머님..

오래오래 건강하게 계셔주세요.

어머님 아들이랑 손주들이 "빨간 된장" 질리도록 먹을 수 있게요!!! 저도  빨간 된장이 좋구요^^


늘.. 감사드립니다.


산책하면서 이꽃들을 보는데..된장찌개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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