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의 콕

사재기의 심리학,

난세에서 살아남기 (4) (Feat. 영국 사재기 첫 경험).

by 외노자 정리

사재기의 심리학, 난세에서 살아남기 4편.



사재기는 역사적으로 귀중한 탐구 과제였다. 이 학문적 주제가 저자에게 예고 없이 찾아왔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겪지 못했을 그것을 이곳 영국에서 처음 겪었다. 사재기의 첫 경험, 그 당혹스러움이란? 하기 달걀을 포함한 영국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각종 생활필수품 (밀가루, 달걀, 초콜릿류의 과자들, 시리얼, 냉동피자 등 - essential)이 이에 해당되어 자취를 감추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및 lockdown이 공표되기 전인 3월 14일의 그 시점, 신사의 나라 영국도 사재기를 비껴갈 순 없었다.

3월 14일 (화이트데이), 초콜릿을 사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Sainsbury's Hornsey baking section, 부활절은 한 달이나 남았는데?

첫 경험은 누구에게나 추억을 만들어준다. 그러나 나의 사재기 첫 경험은 추억으로 변환되기보다는 오히려 사재기의 이상 현상에 대한 학문적 호기심과 도전을 유발했다.

사재기 (영어로 panic-buying 혹은 panic purchasing)으로 표기되는 이것은 소비자 행동 심리학과 경제학 (시장 경제)의 기본인 수요와 공급 법칙으로 설명될 수 있다.

먼저 심리학적 분석 방법에서 사재기는 일련의 군중 심리에 의한 그 충동성이 단기간에 우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하겠다. 이러한 심리의 사회과학적 표현에서의 사재기는 군중 심리에 의한 집단행동이라는 현상 중 하나로 설명된다. 1989년, Strahle 씨와 Bonfield 씨는 Understanding Consumer Panic이라는 제목의 학술 논문에서 하기와 같이 집단행동의 예시중 하나로 사재기를 든다.

"collective action such as fads and fashions, stock market movements, runs on nondurable goods, buying sprees, hoarding, and banking panics."[1]

"집단행동, 예를 들면 경향, 패션, 주식 시장의 움직임, 일회성 상품의 구매, 사재기, 그리고 뱅크런."

결과적으로 사재기는 군중심리 (중에서도 panic)에서 발현된 집단행동 (의 결과물, buying)에서 발단된 집단행동의 문제점 (panic-buying)으로 표현될 수 있다.

사재기의 원인은 군중심리에 따른 집단행동으로, 그 과정과 (단기적) 결과는 시장 경제의 수요 공급 법칙에 의거하여 설명된다. 먼저 사재기의 심리학에 대해서 살펴보자.


사재기의 심리학.


우리 동네에 있는 상기의 Sainsbury's라는 영국의 전통 슈퍼마켓 중 하나는 1869년에 시작되어 현재 150년이 넘는 중후한 역사를 자랑한다. [2] 창업자의 이름은 John James Sainsbury (JJ Sainsbury), 그의 성을 따라 회사 이름을 만든 것인데, 한국의 경우 Sainsbury 같은 창업자의 성을 그대로 쓴 기업명이 있을까?

(킴스클럽 Kim's Club 이 떠올라서 조금 들여다보니 이랜드가 인수하기 전, 모기업인 뉴코아에서 운영 중일 때 회장 (김의철 씨)의 성과 직접적 연관은 있다!)

영국 본토 자부심 넘치는 이 슈퍼마켓의 현재 슬로건은 'working to feed nation', 전 국민을 먹일 야심 찬 자세로 표방된다. 그리고 사재기를 처음 겪은 그날 이후, 4월 8일 우리 가족이 먹을 10일간의 양식을 구하러 이 슈퍼마켓에 재 방문했다. 그 결과: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혹은 이스트로 대표되는 self-baking 제품군을 제외하고는 99% 이상의 생필품들이 구비되어있었고 단일 품목을 필요 이상으로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재기, 처음 접한 3월 14일에서 한 달도 채 안돼서 어느새 안정된 것이다.


3월 14일의 사람들의 모습과 다르게 4월 8일의 사람들의 모습은 여러모로 안정적으로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매장 밖에서 2m 간격으로 줄을 길게 선 시간만큼) 매장 안의 인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에 여유롭게 장을 볼 수 있었으며, 그로 인해 사재기의 긴장감은 조금 덜 했다.

우리 집 냉장고에 가득 찬 일용할 양식들을 보며 마음에 여유를 찾으니 본격적으로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 그리고 사재기를 당한 사람들 (중에서도 저자)의 심리에 대해 추적해 보기로 한다.


첫째, 사재기에 대한 인식의 변화.

사재기라는 것을 역사적 사실들 혹은 아주 특별한 재난 상황에서의 역사적 사건들로 인식을 해왔으나,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원유 선물 계약의 마이너스 가격 파동과 같이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음을 깨달았다. 앞으로 한번 이상은 더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경험에 따라 그 생각의 경계가 확장된다. 나의 사회 심리학적 프레임은 그렇게 더 확장된다. 나의 삶, 생각과 행동양식도 역사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다.


둘째, 사재기 품목에 대한 관찰.

나와 영국인 혹은 영국에 살고 있는 비영 국인들은 모두 같은 환경에 처해있다. 3월 14일 당시만 해도 모두의 직업에는 큰 위험요소 (실업 혹은 furlough 등)이 없었고, 많은 회사들이 선제적 재택근무를 시행하지도 않았었다. 그런 그들과 나의 공통적인 환경에서도 사재기 (혹은 일상적 생필품의 구매) 품목에는 차이를 보였다. 나는 아내의 확실한 지침 crystal instruction 아래 품목들을 구매했다. 이 품목은 3월 14일 마트를 방문했을 때나, 4월 8일 방문했을 때 모두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국 배추 - 6포기;

붉은 홍당무 - 150g 6묶음;

대파 3묶음, 마늘 4개짜리 5묶음 그리고 양파 1kg;

식용유 - 대용량;

계란 - 24개짜리 1판;

쌀 - 3월 14일이나, 4월 8일 양일 모두 살 수 없었음.

반면, 3월 14일 보통의 영국 사람들이 완성품 (파스타, 파스타 소스 및 냉동식품, 그리고 화장지)를 중심으로 사재기가 주를 이룬 반면, 현시점에는 밀가루를 비롯한 요리의 기본이 되는 식품군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반면, 여전히 신선식품류 (야채, 과일 및 유통 기한이 7-10일 이내의 제품군)들은 평소와 동일한 품목들이 즐비했고, 신선식품 코너에서 영국 사람들을 찾기는 힘들었다.


셋째, 요리의 방식에 대한 고찰.

한국 및 아시아인의 주식은 쌀이다. 쌀을 밥이라고 부를 만큼 우리는 쌀이 없는 한 끼를 상상하기 힘들다. 쌀을 사서 10-15분 만에 밥을 지을 수 있다. 반면, 서양의 입장에서는 쌀 대신 밀가루 대신 빵 (완성품)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밀가루와 효모 (이스트)가 자취를 감춘 것을 보면 다른 생필품에 비해 밀가루의 수요가 크게 증가된 반면, 식빵이나 베이글 등의 완성품은 여전히 재고가 넘쳤다. 3월 14일의 사재기 때의 비이성적 사고를 가졌던 사람들도 4월 8일에는 COVID-19로 인한 lockdown의 기간이 최소 2-3개월이 더 걸릴 것을 감안하여 빵을 만들어 먹기로 작정한 것이라 추정된다. COVID-19로 인해, 그들 삶의 한 끼 구성인 빵이 완성품이 아닌, 밀가루와 효모를 통한 제빵의 시대가 불현듯 찾아온 것으로 여겨진다.

이를 통해, 한 끼를 구성하는 식단을 집에서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요리의 방식에 대한 차이가 사재기 품목에 영향을 주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우리 가족 (또는 영국에 거주하는 많은 한인 가족들)은 신선식품류의 구매를 통해 김치를 담근다. 배추 6포기로 만든 김치는 2-3주는 넉넉하다. 김치를 이용해 다양한 2차적 요리가 가능하다. 김치볶음밥, 김치 (묵은지) 찌개, 김치전, 김치말이 국수 등등. 완성품을 사는데 소모되는 비용 대비 그 활용도의 가치 (value for money), 원재료의 완성품화는 어마어마하다. 그 가치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영국인들도 아마 깨닫게 된 것이리라.

왼쪽 위 부터, 영국산 홍당무 물김치, 영국산 호박전, 영국산 소고기와 각종 재료에 만두피를 잎힌 만두, 그리고 대망의 Korean Food-captain 김치.


사재기의 환경이든, 아니든 우리가 사는 품목의 기초는 흔들리지 않는다. 밥과 김치와 빵과 파스타는 아득한 차이다. 그러므로 금번 COVID-19 사태로 인한 조그마한 인식의 변화는 향후 사재기를 하려는 사람들의 잠재적 심리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다.


상기와 같이 사재기의 심리학을 즉흥적으로 연구하며 하기의 주제를 UCL의 COVID-19-led initiative research team에 하기의 주제를 과감히 던졌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다; (중략) 사회라는 것은 개인보다 우선한다. (하략)

“Man is by nature a social animal; an individual who is unsocial naturally and not accidentally is either beneath our notice or more than human. Society is something that precedes the individual. Anyone who either cannot lead the common life or is so self-sufficient as not to need to, and therefore does not partake of society, is either a beast or a god. ” ― Aristotle, Politics

1) 서양과 동양의 음식 문화의 차이에 따른 사재기의 유무에 대한 고찰: COVID-19

: Different food-cultures make fundamental changes on consumer behaviour of panic-buying, the era of COVID-19.


2) 서양과 동양 음식 문화 속에 숨겨진 ‘지정학적 차이’로 발현된 현대 사재기 현상의 차별적 발현

: Differentiated emergences of panic-buying due to food-cultures inheriting geographic difference of Western/Eastern countries.


재미있는 것은 영국 사회학자들 (Ph.D 학생 및 조교수)들이 몇 명 연락이 왔다. Research Proposal 형식으로 써서 보내줄 것을 요청받았다. 내가 건설 construction, 프로젝트 project, 매니지먼트 management, 그리고 경제학 economics에 두루 걸쳐있는 단과대학 (Bartlett)에 속해있지만, 심리학과는 전혀 무관한 것에 그들은 조금은 의아에 했지만, 나는 정성껏 research proposal을 써서 송부한다.





난세에서 살아남기 5편, 사재기의 경제학으로 이어집니다.






[1]

William M. Strahle & E. H. Bonfield. Understanding Consumer Panic: a Sociological Perspective, Advances in Consumer Research, Volume 16, 1989, eds. Thomas K. Srull, Provo, UT: Association for Consumer Research, pp. 567-573.


[2]

초기 지분관계를 살펴보면 재미있다. 분명 우리나라로 따지만 지분경쟁 혹은 지분 다툼이 있을 법하다. 그 이유는 초대 회장 부부 사이에 무려 6명의 아들과 5명의 딸이 있었다. 그리고 6명의 아들 전부가 가족 사업에 동참했다. 초대 회장이 죽자, 6명의 아들 중 장자였던 John Benjamin이 리더십을 발휘해서 가업을 성장시키며, 이후 그의 아들들 Alan 및 Robert에게 회사를 맡긴다.

4대 회장인 JD Sainsbury의 지분이 바로 Alan, 3대 회장으로부터 인수받은 지분 18%에서 시작한다. 그는 이 지분을 형제 2명과 6%씩 나눠야 했기에 오직 6%의 지분율만으로 회장직을 수행했어야 했다. 반면 같은 3대째인 Robert의 아들인 David Sanisbury의 지분율은 그 아버지 Robert의 지분 18%를 온전히 받았기에 David Sainsbury가 마음만 먹었으면 경영권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가족 간의 지분율 경쟁도, 지저분한 후계자 선정 싸움도 없었다. 장자, 혹은 가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가업을 성장시키는 주체였고, 가족들은 회사의 성장에 의한 주가의 성장, 그리고 배당금의 성장에 만족했으리라.

현재 Sainsbury's는 영국 기업이라 할 수 있을까? 국민적 정서를 담고 있기에 다분히 영국 기업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일단 실질적 최대주주는 Qatar Investment Authority다. 카타르 왕가의 투자 목적 회사.

반면 Sainsbury family의 지분은 모든 sainsbury들의 지분을 다 합쳐도 20% 내에 있고, 계속해서 줄이는 추세라고 한다. 아마도 마지막 회장이었던 JD Sainsbury의 뒤를 이은 David Sainsbury가 회장직을 사임하고 JD에 이어 정치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리라.

결과적으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결과적으로 자기 욕망의 끝에는 명예에 대한 욕망이 자리 잡는다.


상기 내용은 내가 만난 영국 기업 1편, Sainsbury's에서 더욱 야심 차게 나눠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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