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환경은 변했는데 나는 여전히 월급쟁이다.

Chapter 1. 월급쟁이 vs 월급장인.

by 외노자 정리

한국에서

월급을 받을 때는 원화 (KoRean Won: KRW)으로 수령하게 되며, 이는 나의 한국 계좌 중 지정한 한 곳에 매달 25일 따박따박 들어오게 된다. 내가 일을 열심히 하던, 적당히 하던, 못 하던, 매월 들어오는 월급의 양은 보통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월급쟁이의 Monthly salary에도 변화가 오는 순간이 있으니 그것은 아마 개인의 성과를 개인의 월급에 반영하는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를 매년 초에 설정하고, 매 연말에 이를 ‘측정’하는 것이 그 변화의 시작과 끝이라 하겠다.

2010년 회사에 입사하여, 초반 3년은 나름의 ‘호봉제’를 누렸다. 호봉제라 함은 공무원의 그것과 동일하여 나의 업무 수행 능력의 높음과 낮음에 관계없이 회사에서 ‘버티기만’ 하면 매년 호봉이 올라가는 것이라 하겠다. 대리 3호봉, 차장 3호봉, 부장 5호봉 등 호봉은 곧 계급이 되었고 이 계급대로 회사의 매출은 분배되었다.


건설업과 호봉제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도 있는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회사의 매출이 상당 부분 ‘예측 불가능한 영역’에 속해 있는 ‘수주 산업’이 사업 모형 business model 이므로 회사가 수주를 하지 않으면 회사의 일감은 줄어들고, 회사의 일감이 없으면 직원들을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회사가 수주를 많이 하면 직원들을 더 뽑고, 회사의 수주가 급감하면 바로 직원들을 해고하는 방식의 사업은 직원들의 충성심을 잃게 하는 중장기적 가치 하락을 일으킬 것이다.

건설업이 무엇인가? 바로 주어진 ‘인력’을 기반하여 ‘무에서 유를 만들어 가는 것’. 건설업이 소유한 것 중 눈에 보이는 것은 ‘직원들’과 ‘직원들이 보유한 업무 수행 능력’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사업 모형 business model이 불확실한 환경 uncertain environment에 속해 있다고 해서 직원들을 보호하지 않고 역으로 그런 환경으로 내모는 것은 그 회사가 가진 핵심 역량에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것 과도 일치한다.

그래서, ‘호봉제’는 직원들이 회사를 믿고, 회사의 수주를 위해 나름의 사활을 거는 어떤 장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기업이 직원들의 임금 지급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닌데,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변경된 것이 내 직장생활에서는 큰 ‘변화’였다. (건설 회사가 다른 직종인 자동차 제작 회사에 흡수되었으므로, 회사의 역사에서는 큰 획을 그은 변화.) 물론 이론은 좋았다. 그 이론이 적정하게 순환된다면 회사의 이익이 직원의 이익으로 연결될 것이며, 직원은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성과제 중심 incentive-centered 직무 환경을 선호하게 될 터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며, 회사의 이상과 직원의 현실 (혹은 제조업의 그것과 건설업의 그것)의 간극은 크다. 연봉제가 주는 달콤한 유혹을 맛보려면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사업 모형이 ‘안정적’인 환경에 속해 있거나 자신이 자신의 ‘공급 범위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예. 제조업) 반면 건설업의 경우는 처음 설명한 바와 같이 ‘수요’ 예측이 불가하며, 그로 인해 ‘공급’의 양을 회사가 결정할 수 없다. 제조업의 경우 ‘수요’를 예측하면 직원들은 그 수요에 맞춰 ‘공급’을 하면 된다. 그 공급을 달성하느냐 마느냐가 직원들의 성과를 판단하는 주요한 지표다. (Just-in-time management.)


둘째, 상사의 평가가 객관적이어야 한다. 제조업의 그것과 같이 정량적 지표를 통해서 직원의 객관적 성과를 설정하고 평가해야 할 것인데, 건설업에서 ‘정량적’ 평가가 있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입찰 팀의 직원에게 하기의 KPI 목표를 주었다.

한 해 동안 12건의 입찰에 참여할 것 (12건 참여 시 B, 10% 초과/미만 시 A/C)

입찰 성공률을 30% 유지할 것 (12건 참여 시 4건 이상 성공 시 B, 초과/미만 시 A/C)

첫 번째 목표는 달성 가능할 것이다. 지극히 정량적이나, 두 번째 목표 입찰 성공률을 30% 유지할 것은 과연 대리/과장/차장/부장 혹은 ‘사원’들에게 적정한 목표인가?

결국, 건설업이라는 불확실한 사업 모형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들의 직원들이 이 달콤함을 맛볼 수 있을까?

내가 경험한 바로는 아니 올 시다.


정량적 목표 설정이 불가하기에, 여전히 누군가를 진급시켜야 하면 ‘대리 몇 연차’ 인지, ‘과장 몇 연차’ 인지 암암리에 조사를 하는 상사들이 있었으며, 특정 부서에서는 자기와 상관없이 ‘업황’에 본부 전체의 성과가 하락함으로 하여 자신은 열심히 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봉 인상이 막힌다. 특정 부서에 속해 있으면 현장을 나가지 않아도 ‘적정한’ 연봉을 보장받으며, 다른 본부, 부서의 현장에 속해 있는 직원들은 밖에서 뼈 빠지게 고생함에도 불구하고 그 보상을 보장받지 못한다.


직원들은 자기의 자아실현을 위해서 회사를 다닐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월급’이 직장생활의 원동력이다. 그러한 원동력에서 자신의 노력과 비례하지 않는 성과급제는 직원과 직원 사이를 이간질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밖에. 그러한 이질성을 해소하기 위해 직원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순환하여 적절한 균형을 이루면 좋겠지만, 그건 이상에만 존재할 뿐, 적어도 내가 경험한 건설업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누구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하다.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변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현장의 특이성과, 특수성 그리고 발주 처의 성향과 발주 처의 specification에서 꽤 차고 있는 직원은 당연히 다음번 프로젝트의 동일 발주 처 아래에서 더 높은 이해력을 바탕으로 (혹은 이전의 ‘발주 처 인사들과의 관계’들을 복원하며) 더 높은 수준의 업무 처리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직원들의 직무 수행 능력 working capacity는 프로젝트 project를 수행할 때마다 상향 upgrade 되며, 그러한 직원을 알고 있는 상사는 당연히 현장 경험이 없는 직원보다 현장 경험이 많은 직원을 선호한다.


이것은 문제가 아니다. 건설업이라는 특성을 잘 이해한 직원들이 자기 입장에서는 최대한의 성과 혹은 최악의 실패를 겪지 않기 위해 예방하고자 하는 관습적 행위일 뿐이다. 문제는 건설업이 자신의 사업의 기반이 되는 ‘수주’의 가능성을 예측하기는 매우 힘들다는 이야기다. 건설업자가 수주 산업의 어느 정도에 위치해 있는가? 우리나라의 건설업이 피라미드의 어느 부분에 위치해 있는가?

이전에 썼던 글 "채찍의 끝에 위치한 건설업"이라는 글 (GJH – 100억 plan a to z ebook)에서도 밝혔지만 2013년도에 적은 그 글의 현실과 2018년 ‘축적의 시간’이라는 책에서 밝힌 서울대 교수님들의 견해가 2020년 현재의 입장에서 바라보아도 변한 것은 없다.


산업의 구조를 바꾸기는 힘들다. 여전히 영국의 건설 발주자 (정부 포함) clients 들은 한국 건설사들을 잘 알지 못한다. 그들 만의 리그에서 그들 만의 사투를 벌인다. 영국 건설업자들은 영국 건설업자들 나름대로의 문제가 있다. (Figure 1. Castles in the air – UCL Bartlett PSCPM 교수가 쓴 글에서 발췌 LINK)

Figure 1. Castles in the air, quoted as a reference


변하지 않으면 쇠퇴한다. 영국 British-based 건설업자들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년을 거치면서 급감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영국의 Brexit는 그들의 변하려고 하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칭찬할 수 있지만 성급한 민주주의의 (찬성 51.9% : 반대 48.1% - LINK) 판단에 의한 급진적 추진의 폐해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TED에서 강의를 하나 들었다.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필요한 사람의 능력” 마가렛 헤페르난 (LINK) –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는 때로는 불합리해 보이는 제도가 오히려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성과 중심의 효율적 운용보다는 Qualitative approach가 오히려 맞아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곳 영국은 어떠한가? 한국과는 무엇이 다른가?


일단 표면적으로 나는 영국 통화인 Great Britain Pounds (GBP)로 월급을 받는다. 매달 25일이 아닌, 매달 제일 마지막 주 ‘working day’에 들어오는 것. 즉 2020년 2월로 치면 2월 28일 금요일 새벽 2시 정도에 아마 내 계좌로 입금이 될 것이다. 세금은 50,000 파운드 이하라면 15-20% 정도 띄는데 한국과 비교해서 그렇게 많이 내는 것 같지는 않다. 회사에서 ‘국민연금’과 비슷한 USS에 내 연금을 7:3으로 회사와 내가 분배하여 내고 난 이후, 그 금액에 대해 세금을 내기 때문에 실제로 내 현재 월급 구조는 ‘세금 친화’적이다. 연금 지출액을 제외한 월급의 5-8% 정도만 세금으로 인출되는 것 같다.


숫자가 다르고, 날짜가 다르며 일하는 회사의 사업 모형 business model이 다르다.


일단 나는 UCL이라는 영국의 건축분야에서는 나름 유명한 (2019년 QS World Ranking 기준 – 단과 대학 세계 Top 1 - LINK) 학교에 Researcher로 취직이 되었으며, 반면에 학교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정부 그리고 Heathrow Airport Limited라는 회사와 연계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채용이 되었다.

학교 입장에서는 open-ended contract를 맺었고, 내 월급은 Heathrow Airport Limited (HAL)에서 지급하며, 이 중 50%는 정부에서 보조한다. HAL 입장에서 나를 받는 것은 그들의 사업 모델 중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정부’와 ‘학계’의 도움을 얻어 무엇인가를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며, 나는 이 개선을 위해 불철주야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UCL은 100% 호봉제다. 하지만 약간의 성과를 기반한 호봉제이며, salaray band가 학교 홈페이지에도 당당히 개시되어 있다. 한국의 교수들이 돈을 얼마나 벌어들이는지 알 수는 없으나, 영국의 교수들이 어느 정도 벌어들이는지는 (기본임금) 하기의 표 (figure 2. LINK)가 알려준다.

반면, 영국의 교수들은 상기의 기본임금 외에도 개인이 별도로 project를 수행하며 ‘학교’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라면 ‘추가적’으로 일을 해도 무방하다. 월 20시간 정도는 추가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허락하고 있다. 교수가 정량적으로 ‘수업’을 제공하는 것이 기본임금이라면 교수가 정성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추가적 성과급이라 하겠다. 하지만 회사 (학교)는 이를 지지하면 지지하지 반대하지 않는다. 프로젝트가 프로젝트를 낳고, 프로젝트르 많이 수행하고 학계와 산업계가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될수록 전체 산업계의 value 가치는 상승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옳다.


즉, 개인이 열심히 일을 하면 할수록

적정한 ‘호봉제’ 방식의 기본임금과 ‘성과제’ 방식의 성과 금이 선순환의 흐름을 만들어 간다.

물론 상위 5-10%로의 임금 구조에 대해서는 영국 내에서도 그 타 장성에 대해서는 시시비비를 가리기 쉽지는 않다. Too much greedy CEO? British Airways BA의 사례를 살펴보면 사회 전반적으로 어떤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지 알 수가 있다.

내가 받는 혜택과, 상위 5-10%가 받는 혜택은 차원이 다르다. 이 부분은 다음 챕터, 월급쟁이로 살고 싶다면 이것을 목표로 하라에서 다룰 예정이다.


Figure 2. UCL - salary band, quoted as a reference: Link



이 챕터에서는 한국의 월급쟁이로 살아간 지난 10년의 시간과, 영국의 월급쟁이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 그리고 기업의 사업 모형 business model의 특수성으로 인해, 그리고 임금 지급방식의 차이에 따른 개인의 성과가 어떻게 기업과 그 기업이 속한 산업에 영향을 끼치는지 다루어 보았다.


환경이 변했지만 나는 여전히 월급쟁이다. 한국식 월급쟁이가 영국의 월급쟁이들 틈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다음 장에서 더 자세히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감사합니다.

Thanks a 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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