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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 정 Aug 20. 2022

대한민국 전자담배 손익 계산서 1

정교수의 작심 전자담배 팩트체크:  다시 힘을 내야할 이유

필자는 2018년 이후 건강보험공단이 인정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중증흡연자를 상담하고 진료추적율(성공률의 간접지표)이 높은 의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상형 전자담배의 가능성과 유용성에 대해 오랫동안 '외로운' 목소리를 내 왔다. 이러한 소신은 외국 학자의 영향이나 별도 학습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사유에 의한 것이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세상에 나오기 전인 1990년대 중반, 대학에서 금연강연을 자주 했다. 그 때마다 니코틴은 중독은 일으키지만 발암물질이 아니며, 니코틴과 함께 불필요하게 흡입하는 타르가 건강을 해치는 주적임을 강조해 왔다. 그러니 타르가 없는 순수 니코틴 제품을 여러분 중 누군가가 개발하면 세상에 도움이 될거라고도 말했다.  그러던 중 2000년대 초반 액상형 전자담배가 중국의 한 약사에 의해 등장하였고 각국 정부와 금연연구자들 사이에 가장 핫한 논쟁거리가 되었다.


국가보건체계의 엄밀함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영국 정부와 보건성은 전자담배를 진즉부터 공식적인 금연보조제로 활용하고 있다. 이로 인한 영국의 흡연율 감소속도는 놀라울 정도이다. 그러나, 전 세계 정책입안자나 금연연구자들의 상당수는 이 제품 역시 '담배의 한 종류'일 뿐 이라는 경직된 사고에 갖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이중에서도 가장 전자담배에 대한 탄압이 심한 사회이다. 해악과 이득에 대한 수많은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득은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해악은 '애써' 과장하는 기사들이 넘쳐난다.


그 누구보다도 담배를 싫어하고 최전선에서 금연을 돕고 있는 필자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한다.

선한 의도라 하더라도 거짓은 거짓이며, '의도된 사실의 왜곡'은 더 나쁘다. 

과학적 사실에 대한 지식은 특정인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공동자산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학계와 정부는 바로 이 지점을 간과하고 있다.

과학적 사실에 이데올로기를 강요하지 말고, 개개인이 스스로 판단하여 선택할 자유를 허하라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그동안 온라인 매체를 통해서 전자담배의 유용가능성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같은 느낌, 많이 실망하고 지친 것도 사실이다. 학계도, 정부도, 언론도 나의 말을 귀담아 주지 않았다. 전자담배를 덜 해로운 제품으로 인정하고 금연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영국의 사례를 접할때마다 필자의 주장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자위하며 견뎌야했다. 왜 영국 사례만 드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다, 뉴질랜드의 담배종결전(Tobacco Endgame) 보고서를 접하게 되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필자가 평소에 주장했던 내용과 99.9% 일치함을 확인하였다. 너무 감격스러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 감격이 사라지기 전에 다시 키보드에 손을 얹는다. 

이제부터 진짜 전쟁이다. 

지금까지 많은 일들을 겪으며 내린 결론은 전자담배 찬반 논쟁은 과학적 진실을 넘어 이데올로기 싸움이다. 

마치 보수와 진보의 시각차 같다. 

같은 팩트를 접하고도 반대측은 '그래도 해로워...'이고, 찬성측은 '덜 해로운게 맞네...' 이런다. 


어제 읽은 보고서도 오늘 기억이 가물~한데, 더 늦기전에 '처음처럼'의 심정으로 변론을 시작해 보련다.  



* 이후 연재되는 모든 글에서 필자가 언급하는 전자담배는 니코틴액이 주성분인 '액상형' 전자담배를 뜻한다. 필터없는 짧은 담배를 전자기기에 꽂아 태우는 아이코스, 릴,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는 해당사항이 아니다. 


'담배란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이라는 담배사업법의 정의에 따르면, 담배잎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제품이 아닌 니코틴제품인 것이다. 


따라서, 이후 문장에선 혼란을 피하기 위해 액상형 전자담배의 영어식 표현인 Vaping을 사용하겠다.



[연재 순서]


- 효율적인 설득을 위해서 먼저 뉴질랜드의 담배종결전(Tobacco Endgame)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소개할 것이다. 필자에게 본 포스팅을 시작하게 한 동기가 된 중요한 이슈이다.


- 그 다음은 이런 국제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어떤 포지션에 있는지, 마침 좋은 예가 있어 소개하려한다. 바로 22년 7월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의 전자담배의 미세먼지 배출 현황 보도자료이다. 목욕탕과 탄광촌 갱도 중 어디가 더 위험한지 판단해 보시라.


-  이제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한 것으로 보고, 본격적으로 Vaping의 손익계산서를 작성해 보겠다. 천편일률적으로 'Vaping이 연초보다 더 해롭다'는 말도 안되는 메시지가 주도적인 한국사회를 제외하면 Vaping에 대한 찬반 토론은 전 세계적인 토론거리이다. 논의의 핵심은 흡연자 개인에 대한 손익, 그리고 청소년을 포함한 사회 전체에 대한 손익을 따지는 일이다. 현재까지의 대략적인 합의점은 Vaping은 흡연자 개인의 건강에는 이득이 있으나 청소년을 유혹하는 등 사회적 손해가 더 클 것이라는 우려이다.


필자는 이 부분에 대해 최대한 근거에 중심한 자료들을 제시하고 배심원 여러분의 현명한 판결을 구하고자 한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별똥별 역삼역 우영우....ㅎㅎ


* 궐련(연초), 궐련형 연초담배, 액상형 전자담배 세 가지 제품의 차이점과 '해로움 줄이기' 에 있어서 Vaping의 역할을 주장한 필자의 포스팅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가능하다.


https://aftertherain.kr/commentary/?work=view&idx=43995&cate=10n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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