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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 정 Aug 20. 2022

대한민국 전자담배 손익계산서 2

정교수의 작심 전자담배 팩트체크: 위기인가, 기회인가?


윤리학 용어인 이중효과(Double effects)란 어떤 행위 혹은 결정은 좋은 효과와 나쁜 효과를 동시에 생성한다는 것이다. 전자담배 역시 그 사회에 좋은 효과와 나쁜 효과를 동시에 생성한다. 한 사회가 둘 중 어느 쪽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전자담배는 조기에 싹을 잘라야 하는 새로운 적, 혹은 구원투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2018년 미국의 과학, 기술, 의학아카데미는 전자담배와 관련한 기존의 연구들을 분석하여 680쪽에 이르는 근거중심 보고서, ‘전자담배의 공공 보건 영향’을 내어 놓았는데, 그 요약부분은 다음과 같다.


"전자담배 증기는 연초담배 연기에 비해 종류와 양 모두에서 적은 독성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니코틴과 독성물질의 노출은 흡연습관과 기기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독성성분에 관한 실험실과 단기 인체실험에서 전자담배는 연초담배 보다 훨씬 덜 해로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제품의 절대적 위험은 아직 결정할 수 없는데, 장기 건강효과와 젊은이들의 중독성 부분이 아직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전자담배가 청소년을 연초담배로 건너가게 하는 원인일 수 있지만, 동시에 성인 흡연자의 금연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전자담배의 보건학적 건강효과의 절대치는 다음 세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청소년이 전자담배를 통해 연초담배를 피우게 되는 효과, 전자담배로 인한 성인의 금연효과, 그리고 전자담배 자체의 내제된 독성. 만약 성인 흡연자가 전자담배를 통해 장기적 금연에 이른다면 그로 인한 건강이득은 막대한 것이다. 반면 이런 금연효과가 없다면 전자담배 자체가 가지고 있는 독성과 청소년을 연초담배 흡연으로 인도한다는 점에서 사회에 해악이 더 클 것이다. 장기적인 연구결과가 나오기 전에 인구 모델연구를 통해 이익과 해악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사회적 편익에 대한 인구모델 연구의 결론은 어떤 조건에서 전자담배가 금연에 더 도움이 되는지, 교육과 규제를 통해 청소년의 접촉을 차단할 수 있을지, 제품의 기계적 안전성과 성능개선 여부 등의 요인에 좌우될 것이다."


18년 미국의 과학, 기술, 의학아카데미 보고서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의 결론은 개인흡연자가 유해물질에 덜 노출되고 금연에 도움이 되는 이익과 청소년들이 니코틴에 중독되는 사회적 해악간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객관적 논의를 위해 그림을 그려 보았다. 

Vaping이 위험한지 유용한지는 [개인 위험+사회위험]과 [개인이득 +사회이득]의 무게를 재는 것으로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아래 그림에서 좌측이 무거우면 위기고 우측이 무거우면 기회로 보면 된다. 



1. 개인적 위험의 정도


1) Vaper(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자)의 개인적 위험


Vaping 제품의 주성분은 니코틴과 인체에 무해한것으로 알려진 유화제(프로필렌글리콜, 식물성 글리세린 등), 그리고 가향성분들이다. 또한 그 산출물은 연초담배에서 품어져 나오는 연기나 먼지가 아닌 증기이다. 물론 깨끗한 증기가 아니라 니코틴과 가향성분 등이 검출되는 오염된 증기이다. 흡연자의 폐에 먼지가 쌓이지 않을 뿐더러 발암물질 덩어리인 타르를 생성하지 않는다, 영국 보건국(National Health Service)의 2015년 보고서에 의하면 Vaping에서 배출되는 독성물질의 양은 연초담배의 천분의 일 수준이다[1]. 전자담배를 반대하는 진영조차도 이 사실은 더 이상 부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온 말이 독성물질이 적게 흡수된다고 해서 암 등 질병이 덜 걸린다는 증거가 없다는 설득력 없는 주장이다.  즉, 독성물질은 일정량 이상만 노출되어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에, 인체 노출량이 적다는 것이 장기적 측면에서도 덜 해롭다는 결론은 성급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일평생 흡연량과 질병발생이 정량적으로 비례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많은 역학연구 결과들과[2] 흡연문제에 대한 교과서라 할 수 있는 미국보건성 보고서[3] 내용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 꼴이다. 현재 독성물질 배출량이 현저히 적은 전자담배가 장기 건강지표에 있어서 연초담배보다 더 혹은 동등한 수준으로 나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2) Vaping이 유발하는 간접흡연의 위험성


Vaping의 장점 중 중요한 것은 이차, 삼차 흡연 즉, 무고한 타인에 대한 위해가 현저히 적다는 점이다. 궐련의 간접흡연 피해중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불붙은 담배 끝에서 피어오르는 생연기, 즉 부류연이다. Vaping은 연초의 불꽃에서 피어오르는 부류연을 생성하지 않는다.  니코틴과 향료, 글리세롤과 프로필렌글리콜 등이 포함된 증기가 발생하지만, 연초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적은 수준이다[38,39]. 


이쯤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 

국내에서 생산되는 Vaiping 유해론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자담배에도 독성물질이 나오며, 간접흡연을 유발하고, 청소년들을 니코틴 중독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것 등이다. 그러므로 ‘더 해롭다’고 주장하는데, 이때 비교대상은 ‘비흡연’이다. 


반대로 유익하다는 입장은 비교대상이 ‘연초담배’이다. 일례로 전자담배 액상과 에어로졸 모두에서 금속 성분이 검출된다. 하지만 그 양은 천식환자들이 사용하는 흡입용 의약품의 허용기준보다 10-50배 적은 수치로 위해성을 논할 수준이 못된다[14]. 배터리가 폭파하는 사고나 액상이 새곤 해서 과다 흡입하는 사례 등이 지적되기도 하지만, 이는 품질관리를 통해 해결가능한 문제라는 점에서 전자담배 해악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3) 니코틴 제품들간 해악의 상대 비교


2014년 약물에 관한 독립적 과학위원회(Independent Scientific Committee on Drugs)는 전문가위원회를 통해 니코틴 제품들의 포괄적 해악의 정도를 제시한 바 있다. 이들은 12개의 니코틴 함유 제품에 대하여 각각 제품 자체의 해악, 사용자에 대한 해악, 그리고 타인에 대한 해악 세 가지로 세분하여 총점을 산출하였다. 가장 해악이 심한 제품은 연초담배(상대해악 100점)였으며, 파이프(22점), 시거(16점)가 뒤를 이었고 스누스(snus)와 전자담배는 5점 이하의 수준이었다. 


니코틴 제품의 해악을 개인뿐 아니라 주변인, 사회, 환경, 범죄까지 폭넓게 확대하여 상대 비교한 그래프이다.  ENDS라고 써 있는 것이 Vaping 제품의 다른 이름이다. 
니코틴 제품 사용자 본인과 타인에 대한 피해 정도를 상대 비교한 그래프이다. 역시 궐련이 100이라면 Vaping(ENDS)는 2-3정도이다


이렇게 전자담배 손익계산서 첫 페이지를 마무리한다. 


개인의 해악면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Vaping의 개인적 해악은 궐련보다 95% 이상 적다는 것을 더 이상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참고문헌


1. McNeill A, Brose LS, Calder R, Hitchman SC, Hajek P, McRobbie H. E-cigarettes: an  evidence update. London: Public Health England; 2015.

2. Lubin JH, Caporaso NE. Cigarette smoking and lung cancer: modeling total exposure and intensity. Cancer Epidemiol Biomarkers Prev 2006;15:517-523.

3.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The health consequences of smoking: a report of the Surgeon General. Atlanta: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National Center for Chronic Disease Prevention and Health Promotion;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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