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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 정 Aug 20. 2022

목욕탕이 갱도보다 위험하다?

정교수의 작심 전자담배 팩트체크: 22' 질병청 미세먼지배출자료 유감


22년 7월 21일 질병청은 미세먼지 유발하는 "길거리 흡연" -액상형 전자담배가 궐련보다 더 많이, 더 멀리 미세먼지 확산- 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A4 용지 10매에 달하는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첫 쪽에 요약되어 있다. 


1) 궐련뿐 아니라 전자담배도 미세먼지가 배출되며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에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높음 


2) 미세먼지의 확산 거리는 액상형 전자담배> 궐련형 전자담배 > 궐련의 순이었음


3) 전자담배가 궐련보다 악취는 덜하지만 자동차매연같은 블랙카본 등 유해물질이 배출되니 간접흡연 피해에 유의할 것 




10쪽이나 되는 보고서 전문은 전문가가 아니면 구하기도 어렵고 다 읽고 이해하기 쉽지 않다.  

연구논문의 summary에 해당하는 위 요약부분만 보면 그냥 딱 '아 전자담배가 연초보다도 간접흡연 피해가 더 크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 

보고서에 포함된 다음 그래프에 따르면 미세먼지 배출량은 액상형 전자담배 >궐련담배> 궐련형 전자담배의 순이 분명해 보인다. 


과연 이게 상식적인 주장인지, 하나씩 살펴보자. 


22.7.질병청 미세먼지 보도자료 6쪽

뿌옇다고 다 먼지는 아니다. 


궐련은 건조후 말린 담배잎을 직접 불 붙여 태우는 것이다.  

궐련의 끝과 필터에서 품어 나오는 뿌연 흰 연기는 대부분 탄소화합물이 주성분인 고체성분의 먼지이다.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고 나서 바닥을 손으로 문지르면 시커멓게 묻어나는 것들이다. 그런데 가습기에서도 뿌연 흰 분무가 나온다. 하지만 가습기의 분무는 증발되고 나면 방바닥에 먼지를 남기진 않는다. 


질병청 보고서에서 조사한 세가지 제품의 경우 먼지를 가장 많이 포함한 것은 무엇일까? 두말할 것 없이 궐련이다. 궐련에서 품어져 나오는 연기의 대부분은 고체성분인 먼지이다. 아이코스, 릴, 글로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는 직접 불태우지 않고 말린 담배잎을 전기코일로 찌는지라, 궐련보다는 증기 함량이 더 많지만 먼지성분이 다량 나온다. 니코틴과 약간의 가향제가 식물성 글리세린이나 프로필렌글리콜 같은 무독성 유화제에 녹아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거의 증기에 가까운 분무를 배출한다. 

즉 고체성분인 먼지의 양으로 보면, 궐련>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인 것이다.  


중량농도법 vs 베타선법 vs 광산란법??


미세먼지 측정 방식에는 중량농도법, 베타선법, 광산란법 3가지가 있다. 

이중 환경부가 인정하는 측정방법은 중량농도법과 베타선법 두 가지이다. 

중량농도법은 대기 중 미세먼지를 일정한 유량으로 하루 동안 여과지에 포집하고, 포집된 미세먼지의 무게를 측정하여 농도(흡입 부피당 무게 =㎍/㎥)로 산정하는 방법으로 미세먼지 측정방법 중 가정 정확한 방법이다. 다만 ㎍(10-6g) 단위의 정밀한 무게 측정 때문에 장시간의 시료 흡입과정이 필요하므로 실시간 측정이 어렵다.

베타선법은 대기 중 미세먼지를 1시간 동안 여과지에 포집한 후 포집 부위에 베타선을 투과시켜 흡수·소멸되는 베타선 감쇄량(미세먼지 농도와 비례)을 측정하여 이를 농도로 환산하는 방법이다. 

광산란법은 미세먼지 입자의 크기에 따라 광학적으로 다른 산란 특성을 갖는 원리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일반적으로 미세먼지 입자에 빛을 조사하여 산란되는 산란광의 세기를 전기적 신호로 변환하고, 전기적 신호를 합하여 수농도로 계산하고 마지막으로 질량환산계수를 적용하여 농도로 환산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미세먼지 농도를 실시간(1초~1분)으로 측정할 수 있고, 다른 측정법의 장비보다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측정정확도가 낮아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어 간이측정기로 분류하고 있다. 광산란법은 증기와 분진(먼지)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즉 물방울도 먼지로 측정하는 것이다.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니 측정 장비가 Dust Mate handheld dust and fume detector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직독식, 광산란법 방식을 사용하는 장비였다. 이 장비로 미세먼지를 측정하면 가습기를 사용하는 아기방이나 목욕탕도 미세먼지가 위험수준으로 나온다. 물론 액상형 전자담배의 증기도 완전 무해하진 않다. 일종의 니코틴으로 오염된 증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궐련에서 뿜어 나오는 발암유발 고체성분의 먼지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흡연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니코틴이 아니라 먼지(타르)이다.  


22.07. 질병청 미세먼지 보도자료 7쪽


고체보다 증기가 멀리 날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보도자료의 두번째 주요 내용인 확산거리로 넘어가보자. 

이전 설명을 통해 세가지 비교대상의 고체함량을 이해했다면 이건 너무나 당연한 내용이다. 

보고서에서 발췌한 아래 그림을 보자. 고체성분이 많은 궐련은 가까운 곳에 대부분 가라앉았고, 증기성분이 대부분인 액상형이 가장 멀리 날아간 것이다. 이것을 마치 액상형 전자담배가 가장 멀리까지 날아가니 더 심각한 간접흡연 피해를 준다라는 오해를 유발하게 한 것이다. 왜들... 그럴까?


22. 7. 질병관리청 미세먼지 보도자료 2쪽 


블랙카본은 검출여부가 아니라 양이 문제다


보고서의 세번째 주요 내용은 액상형 전자담배에서도 블랙카본이 검출된다는 것이다. 

증기까지 미세먼지로 측정하여 양적 비교를 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보완하고자 했을까? 그래서 포말내 유해성분을 직접 검출하고자 한 모양이다. 블랙카본이란 불완전 연소시 발생하는 그을음, 자동차 매연처럼 탄소로 구성된 연료가 불완저 연소할 때 발생하는 유해성분이다. 보고서에 포함된 그래프를 보면 궐련이 가장 많고 다음은 액상형 전자담배, 궐련형 전자담배의 순이다. 이 부분은 뭔가 뒤바뀐 느낌이다. 발암물질인 불완전 탄소 화합물인 타르 덩어리인 궐련이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궐련형보다 액상형이 많이 나온 부분은 상식적이지 않다. 더구나 악취까지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액상형 전자담배보다 덜하다니...(액상형 전자담배중에서 가장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을 부러 고른 것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감!)  국가기관에서 시행한 정책연구에서 결과치가 뒤바뀔리 없다면, 이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이 결과가 정말 오류없는 사실이라면, 필자가 궐련 다음으로 나쁘다고 생각하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만드는 메이져 담배회사(필립모리스,  KT&G, BTA)들이 잔치를 벌일 뉴스이다. 

정말 의아한 것은 이러한 결과에 대한 주요 요약이랍시고 '액상형 전자담배도 블랙카본 검출'로 표현한 질병청의 의도이다. 


22. 7. 질병관리청 미세먼지 보도자료 6쪽


외국의 연구들은 어떠한가?


비흡연자의 집 2 곳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집, 그리고 궐련을 피우는 흡연자의 집에서 포집필터를 사용한 중량법으로 미세먼지를 측정한 아래 연구의 결과를 보라. 총 60분 동안 진행된 관찰연구의 결과는 우리와는 완전히 다르다. 궐련 농도가 주황색, 액상형 전자담배가 푸른색, 노랑과 회색은 비흡연자의 집안 미세먼지 농도이다. 그래프 상 A, B, C 시점에 궐련을 한대 피우거나, 액상형 전자담배를 42회씩 흡입하도록 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로 부터 나온 미세먼지의 양은 비흡연자의 집보다 살짝 높지만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반면, 궐련 흡연자의 집은 비교할 필요가 없게 높은 으로 나타났다. 지극히 상식적인 결과 아닌가? 


* 아래 논문에서 측정한 세 가지 제품 사용자의 실내 PM2.5 평균농도 : 액상형 전자담배- 9.88 μg/m3, 비흡연자- 9.53 and 9.36 μg/m3, 궐련-572.52 μg/m3 



다른 연구도 하나 소개하자. 아래 표는 2020년 EU 산하 COT(Committee on Toxicity)가 발표한 보고서의 내용이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궐련에 비해 미세먼지배출량 뿐 아니라 니코틴 배출량도 비교불가 낮은 것을 보여준다. 




간접흡연에 의한 피해가 분진뿐 아니라 니코틴도 해로운거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입맛에 맞는 연구들만 선별해서 인용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영국 보건국(Public Health England)이 관련 연구들을 리뷰한 후 내린 결론을 살펴보자. 


비흡연자들이 흡입하는 간접흡연의 주된 소스는 궐련의 불꽃에서 직접 피어오르는 부류연인데, 액상형 전자담배는 부류연이 없어 니코틴 발생량이 8배 이하이고, 궐련흡연자의 집에서 액상형 전담 흡연자의 집 내부 표면보다 니코틴이 무려 169배 많이 검출되었다고 요약하고 있다.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연구는 왜 하나같이 궐련보다 더 해롭다고 발표하는가?  


소제목 이상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질병청의 보고서는 적확한 과학적 사실을 기술하고 요약하고 있는가? 필자의 오독인가? 과연 목욕탕이 석탄가루 가득한 갱도보다 위험한가? 독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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