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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 정 Aug 22. 2022

에필로그: 제 손익계산서요?

정교수의 작심 전자담배 팩트체크, 뒷 이야기

Vaping에 대한 필자의 소신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이후 필자 개인의 손익계산서는 늘 '마이너스'다.


쑥스럽지만 그 이전에는 각종 공공기관 등에서 금연전도사로 명강사로 꽤나 유명했다.

그런데 어느 시기 이후로는 이런 강의부탁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 마이너스!


국내 금연 운동을 주도하는 곳으로 대한금연학회와 금연운동협의회가 있다.

필자는 두 단체의 창립 초기부터 금연운동을 하는 선후배 동료들과 담배없는 세상을 꿈꾸며 젊음을 바쳐왔다. 그런데 필자가 Vaping에 긍정적 견해를 표명한 이후로는 '위험인물'로 여기는 눈치다.

필자의 또 다른 주요 관심사는 청소년 금연문제이다. 원래 소아과 의사가 꿈이었을만큼 아이들이라면 이유불문 좋아하는 지라, 싱싱한 아이들이 담배연기에 찌들어 있는 모습은 속상하기만 하다.

관련 연구를 오래 해 왔고 어느 핸가는 서울시 교육청과 청소년 금연 관련 시범사업을 논의 중이었는데, 필자를 청소년에게 위해한 인물로 금연동지들이 평가하는 바람에 무산된 가슴쓰린 기억도 있다.  -> 또 마이너스!!


이보다 더 속상한 일은 전자담배 회사 등으로부터 돈 받고 저런 주장을 한다는 의심이다.

사실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회사들은 거의 영세하여 이런 제안을 하기 어렵고 받은 적도 없다.  


더 조심스러운 것은 필립모리스(PMI, Philip Morris International)를 비롯한 다국적 담배회사들이다.

이들은 궐련주도의 니코틴 비지니스가 오래가지 못할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따라서 궐련대신 궐련형 전자담배를 차세대 주력상품으로 키우려는 의도로 유사금연캠페인을 전 지구적으로 벌이고 있다.


Smoke free life등의 이름으로 각국의 명망있는 원로 보건학자, 의사들을 자신들이 자금을 대는 시민단체, 학술단체의 장으로 포섭하고 있고 국내에도 이미 상륙한 상태이다. 

필자도 이런 단체로부터 강연 등을 요청받은 바 있지만 모두 거절하였다. -> 역시 마이너스!!!


다국적 담배회사 PMI의 메인 홈페이지


필자의 주장이 국내에선 '희귀한' 내용인지라, 이메일 등을 통해서 Vaping관련 자문 요청을 많이 받는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개발 중이라는 예비창업자부터 정체불명의 국제컨설팅 회사에 이르기까지 내용과 종류도 다양하다.


전자담배에 대한 견해를 전화통화를 통해 해 주면 사례비로 2,000달러를 주겠다는 홍콩의 컨설팅 회사의 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

이럴 경우 필자는 '귀 회사가 담배회사 혹은 니코틴 사업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성이 없다는 증명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면.... 99%는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는다! -> 플러스 되려다가 스톱!



매사에 이토록 깨끗한 편은 아니지만, 평생의 과업으로 삼고 있는 금연 분야에서 이런 의심을 받고 싶지 않다는 묘한 고집이 있다. 몇 해 전에는 KT&G가 대한암학회에 암연구비를 제공한 것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금연학회에서 강연을 하기도 하였다.


학문적 소신에 따른 필자의 주장이 담배회사를 포함한 '니코틴 비지니스' 업체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은 다소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필자의 분수는 여기까지다. 의사로서 설탕이 건강에 해롭다는 점을 교육하고 설파할 순 있지만 설탕회사와 소송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더욱, '니코틴 비지니스'업계와 금전적으로 연계되어있다는 의심받을 언행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끝으로, 국내 금연학자들이나 정부에서 관련 금연관련 정책을 주관하는 공무원들이 필자를 만나면 많이 하는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영국이나 뉴질랜드 등은 흡연율이 매우 낮으며 담배가격 정책 등 해 볼 것은 다 해 본 나라라서 추가적으로 Vaping을 도입한 것이고, 국내는 아직 시기상조 아니냐는 물음이다.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이 주장은 매우 모순적이다. 금연정책에 있어서 더 해볼 것이 없다던 영국에서 Vaping을 금연도구로 인정한 후 드라마틱한 추가 금연율에 도달하였다면, 우리처럼 성인 남성의 절반이 흡연하고 있는 나라에서 더 시급히 도입해야 하는거 아닌가? 담배값을 영국 수준으로 올리고 민무늬 담배갑을 도입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말은 맞다.


하지만 이런 금연정책들이 Vaping을 통한 '해로움 줄이기'와 동시에 진행되면 안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국내에서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매년 5만8천여명에 이르는데  호주처럼 담배 한갑에 5만원, 영국처럼 흡연율이 한자리수로 내려가기 전까지, 한국의 흡연자중 당장 금연을 못하는 사람은 다른 방법 묻지 말고, 그냥 가장 해로운 궐련을 피워야 하는가?


마이너스는 괜찮다. 누군가 질문에 답해 주기만 한다면...


지금까지 필자의 주장에 잘못된 정보가 포함되었을 수도 있고, 궁극적으로 필자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한다. 누구라도 필자의 주장에 대해 바로잡아 주거나 논리적으로 설득해 주신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속히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의 자리를 좀 마련해 주시라.

포스팅 준비하느라 공부한 거 기억에서 다 사라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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