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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 정 Feb 06. 2023

헬로, 스트레스

스트레스와의 동행을 위해 기억해야 할 3가지 명제-1


‘스트레스가 많으면 질병에 잘 걸린다’

맞기도 틀리기도 한 말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상식을 가볍게 뛰어 넘는 특별한 분들이 계십니다.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식당 주방일 하면서 거동이 불편하신 홀어머니를 모시는 P권사님, 홀몸으로 어렵게 아들 하나 키우셨는데  장성한 후 먼 나라로 이민을 떠난 뒤로 소식조차 아득합니다. 여전히 살림은 팍팍하고 오랜 주방일에 무릎, 허리, 어깨 안 쑤시는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동네 독거노인들을 위해 반찬봉사를 10여년 넘게 하시고 성탄절이 다가오면 구세군 남비에 꼬깃한 지폐 몇장을 꼭 넣곤 하십니다.    


대체 왜 그러시는 걸까요? 누가 봐도 제 코가 석자이신 분이... 

스트레스의 양으로만 보면 매일 병치레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래서 이렇게 바꿔보았습니다. 


스트레스는 넘쳐야 병을 일으킨다(명제 1)’ 


그 말이 그 말 아니냐구요?   

이제 여러분의 이웃 동네 단위 농협에 다니는 SJ님을 만나 봅시다. 

  


SJ님은 지역 농협에 근무하는 30대 후반 여성이세요. 

남편이 직업이 없는 소위 백수고 아들도 그렇고 그런 말썽꾸러기예요. 집에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계시구요. 어느 날 아침에 농협에 출근 전, 일찍 일어나서 식사 준비를 하고 밥상을 차렸는데 늦게 일어난 남편이 반찬 투정을 합니다. 맨날 콩나물국하고 김치밖에 없다고 화를 버럭 냅니다. 속 상하고 스트레스가 쌓이겠죠? 대략 200cc짜리 스트레스라고 해 봅시다. 출근을 하고 농협에서 9시부터 5시까지 종일 일하면서 크고 작은 민원들을 처리합니다. 그날따라 불평과 짜증 많은 고객들이 많아 10cc짜리, 20cc짜리... 스트레스들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퇴근전까지 추가로 대략 200cc 정도, 아침에 남편에게 받은 것과 합치면 400cc네요.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담을 수 있는 마음의 크기가 제각각이예요. 

SJ님은 대략 500cc정도 되는, 용량이 자그마한 분이세요. 귀가해 아들과 저녁과 먹으려 하는데 0점짜리 수학 시험지를 꺼내네요. 시험지에 적힌 0점을 보는 순간 또 200cc라는 그 스트레스가 훅~ 

이제 어떻게 될까요? 


그릇이 넘치게 되죠. 

얼마나 넘칠까요? 

100이 넘친다고 말씀하시는 분은 인생의 폭이 그리 깊지 않으신 분입니다. 물론 딱 100이 넘치는 사람도 있긴 있습니다만, 성인군자 아니면 불가능하구요. 저 같은 보통사람은 한꺼번에 다 넘칩니다. 아침부터 남편과 민원인들에게 받았던 스트레스 400에 추가로 200, 합이 600cc의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넘쳐 버럭 아들에게 소리를 지르게 되지요. 


마음의 문제로 알고 있던 스트레스가 몸의 문제로 변하는 순간입니다. 

이렇게 스트레스가 용량을 초과하면 맥박이 빨라지고 위산증가, 위운동 저하, 근육의 긴장 등 자율신경이상증세가 나타납니다. 결국 심계항진, 어지러움, 소화불량. 두통. 불면증 같은 질병의 증상들로 이어지지요.   

   

이번에는 똑같은 환경의 농협 직원인데 마음 크기만 2천cc로 넉넉한 분을 만나봅시다. 

백수 남편의 반찬투정, 종일 계속되는 민원인들의 요구 사항, 퇴근 후 아들의 0점짜리 수학 시험지까지 똑같습니다. 그렇지만 다 합쳐도 600cc이니 2천짜리를 다 채우려면 멀었죠? 


그래서 아들의 0점짜리 시험지를 보고도 “그래 다음에 더 열심히 하면 되지 뭐..  아빠 닮아서 머리가 나쁜데 어떡하겠니..”하고 웃어 넘길 수 있습니다. 엄마도 아들도 그냥 별 일 없다는 듯 TV 드라마 보다가 잘 잡니다. 이 집은 두통도 소화불량도 불면도 없습니다.      


스트레스 양은 똑같은데 뭐가 달랐을까요? 

마음의 크기에 따라서 넘쳤느냐 넘치니 않았느냐의 차이입니다. 


마음 그릇이 작은, 소위 속 좁은 사람은 주변 사람이 힘듭니다. 무엇이든 속에 진득히 담아두지 못하고 화를 자주 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늘 해피합니다. 속에 담아두지 않기에 비워있을 때가 많기 때문이죠. 아침에 벌컥 화를 내고 언제 그랬냐는 듯 오후엔 밥먹자, 술먹자 합니다. 소위 뒷끝이 없는거죠. 

 

그러면 2천cc짜리 넉넉한 마음은 계속 안심해도 될까요? 


시간이 흘러 이 여성에게 1,950cc의 스트레스가 쌓였습니다. 이때 어떤 사람이 200cc의 스트레스를 이 아주머니에게 주면 어떻게 될까요? 넘치죠. 얼만큼이요? 150이 넘치면 좋겠는데 실은 2,000이 몽땅 넘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500점cc가 넘치는 것과는 그 부작용, 파급 효과가 비교할 수 없습니다.  대용량 그릇을 넘치게 만든 운 없는 사람은 영문도 모른채 큰 화를 당할 수도 있고 화를 낸 당사자 본인도 응급실로 실려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음 그릇이 크고 넉넉하다고 해서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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