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멍쉬멍 가을날 섬 트레킹(23-10-18)
하루가 아까운 시월의 주말, 겁나는 영화 제목이기도 한 실미도의 모섬, 무의도를 걸었다.
최고봉인 호룡곡산(246m)과 국사봉(230m)이 마주한 사이, 하나개 해수욕장, 국립무의 자연휴양림, 실미도, 소무의도 등 보석 같은 조망을 품고 있는 섬이다.
섬 트레킹은 처음인데,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만큼 묘미가 있었다.
아침 7시 천안 출발, Y대장이 선정한 오늘의 맛집 입구에 도착하니 8시 50분, 아직 오픈 전인 식당 앞에 이쁘게 핀 분꽃에 눈길이 간다.
10여 분 대기 후 첫 손님으로 대표 메뉴 해물 칼국수를 흡입했다. 주머니만 넉넉하다면 낚지 한 마리 추가하면 최고란다.
무의대교를 건나자마자 공영주차장에 파킹 후 무의 1호 버스를 타고 섬의 반대편 끝으로 이동 후 산행을 시작했다. 최고봉인 호룡곡산과 국사봉을 지나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일종의 onw-way 종주코스인데, 주말 늦은 오후 섬내부를 빠져나오는데 차가 많이 막힌다는 정보를 반영한 Y대장의 지혜로운 결정이었다.
괘방산이 '좌해우산'이었다면 무의는 '좌해우해'다. 섬 트레킹에서만 볼 수 있는 신기한 경치가 펼쳐진다.
고개를 들 때마다 푸른 가을하늘과 함께 색색의 비행기가 난다. 코로나로 발이 묶인 지 오래라,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정상이 246m로 등산이라기보단 트레킹 코스지만, 이게 소위 해발 위치에서 시작하니 무시하면 안 된다. 호룡곡산을 올랐다 거의 하산 후 다시 국사봉을 올라야 하는, 나름 오르내림이 있는 코스라 만만치 않다. 그래도 소박하고 정갈한 개쑥부쟁이, 누리장나무, 서어나무 군락 등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호랑이와 용이 다투었다는 호룡곡산 정상에 오르자 산 아래로 하나개해수욕장과 국립 무의도자연휴양림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서해 일몰 명소라니 부지런히 손품을 팔아 예약을 시도해 봐야겠다. 국사봉에 오르니 바로 앞이 실미도다. 오래전 보았던 영화의 폭력적인 장면들이 아스라하다. 선녀들이 춤추던 섬, 무의도를 감금과 폭력의 상징으로 더럽히다니, 넘 속상하다.
하산 후 늦은 점심으로 해물파전과 낚지 복음, 바지락밥을 주문했다. 평소 뭐든 맛나는 내 입맛에도 그리 훌륭하진 않아 소개는 패스.
대신 용유해변의 카페 미음에서 커피와 베이커리로 아쉬움을 달랬다.
서해 바다를 조망하기 좋게 극장식으로 배치한 좌석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다만, 사람이 너무너무 많아 주말 방문은 비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