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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용 Feb 21. 2017

봉천역 지나며...

서울대, 어머니, 그리고 잘난 아들 ...

 3월입니다.  대리기사 새벽집회니, 권익운동이니...

그간 정신 없이 지내다보니, 곧 봄이 오는 길목인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서울대입구역, 그 전철역을 지나노라면 아직도 날은 춥건만 풋풋한 청춘과 

사연들을 마주 칩니다. 

아...그 젋은 시절, 그 그리운 청춘이여...


이제는 또 다른 사연으로 그 길을 지나갑니다.


지하철 2호선, 그 노선 곳곳에 위치한 대학교의 신입생들이 들락날락해서일까요. 

전철안에도 어느덧 젋은 청춘들의 싱그러움이 가득합니다.  


올라타자마자 운좋게 앉고보니 바로 봉천역입니다.

한 어머니와 학생, 앉아있는 내 앞에 다가옵니다. 

아들과 함께 서울대 입학식 치루고 집에 돌아가는 길인가봅니다. 


고3 수험생의 찌든 모습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서울대 마크가 찍힌 서류봉투를 들고 서있는 아이의 어머니는 얼마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을까요? 

그 어려운 서울대를 아들이 합격해서 이제 신입생 행사도 치루고 돌아가는 길, 

참 좋아보입니다.

그들이 그동안 치뤘을 입시전쟁의 어려움을 떠올리노라니 

그 모자가 서로 나누는 눈길도 정겨워 보입니다.

                                      

한두정거장 지나자 내 옆자리가 비었습니다.  근데 아... 

그 아들놈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덥썩 그 자리를 앉는군요. 

자기 어머니를 멀쩡히 세워놓고 말입니다.

      

"서울대 들어간거니? "

"네."

"그래 참 대단하다. 그 어려운 서울대를 합격했으니 정말 대단해.

 너도 어머니도 참 고생많았구나. 근데...

 ..... 


"학생, 어디 몸이 아픈거니?"

"... 아닌데요? 왜...?"

 .....


"... 그런데 어찌 젊은 니가 자리를 앉고 있니? 니 어머니를 세워놓고... 어머님을 

 먼저 앉혀드려야하지 않니?"

                                                                     

순간 얼굴이 새빨개진 이 친구,

아무말도 못하고 있던 이 친구, 재빨리 일어나 전철 문가로 가버립니다.

미처 당황한 그 어머니, 나를 원망하는 눈치로 아들을 뒤쫒아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버렸습니다.


아주 잠깐 사이의 일이었고, 사실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겠지요. 하지만...

여러 생각들이 스쳐갑니다.

                                                                         

그 학생이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날들을 공부와 씨름하며 

애 썼을가요. 

그리고 그 어머님은 또 얼마나 노심초사, 

애를 태워가며 아이 뒷바라지를 했던걸까요. 

혹시나 공부 잘하는 아들이 방해될까봐 숨소리도 죽여가면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지금껏 아이와 함께 같은 수험생처럼 애닲게 고생했을겁니다.  


맛있는거 있으면 아들 먼저 먹이고, 

좋은 자리 있으면 아들부터 앉혀서 쉬게 하고...

그리하여 이제 드디어 서울대에 합격해서 

신입생 행사까지 치루고 돌아가는 길이건만....


그렇게 아들을 위해 애썼던 세월이 아직도 여전해서, 

아들놈도 빈 자리 나자 당연히 자기가 먼저 앉았을 겁니다. 

그래야 자기가 덜 피곤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그러해야 어머님이 그리도 바라던 서울대에 들어갈 수 있었을테니까요. 


하지만, 그 고통의 수험생 생활이 자신의 부모님 고생을 몰라 봐도 되고, 

우선 자신 먼저 잘 살고 편해야 한다는 걸로 비약되어서는 안될 겁니다.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성실해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국립서울대학교를 들어간 인재들이기에 

더욱 자신의 부모님을 공경하고 

자신을 길러준 많은 사람의 고마움을 알아야 할텐데요... 


전철에서 내린 그 모자가 어떻게 그날 하루를 보냈을까요?  

웬 재수 없는 아저씨가 잘난 체 해서 좋은 날 기분 망쳤다고 투덜대고 말았을까요?  

늙고 나약한 엄마가 옆에 있었다는게 아들로선 원망스러웠을까요?


자그마한 이 경험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이제 막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길을 걸어가는 그 학생에게 자그만 교훈이라도 

된다면 좋겠는데요.  

남보고 뭐라 할 자격도 없는 몸이지만 말입니다.


벌써 올해도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 

서울대 교정을 거닐며 자랑스러운 입학식을 치뤘겠습니다.  

아마 누구라도 거의 다 자기 고등학교의 정문에 이름도 크게 휘날렸을것이고 

동네 학원 건물벽에 한번쯤은 이름 걸려봤을 아이들...

자기 사는 동네에서는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꽤나 유명할 서울대 학생들....


그 자랑스러운 서울대 입학이 부럽습니다. 

그리고, 그 좋은 머리와 능력으로....

아니 머, 모두 다 잘 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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