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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용 May 07. 2017

눈물이 납니다, 어머니...

 참으로 어색하고 쑥스러웠습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엄마에게 편지 쓰는 중학교 수업시간...  

                                                              

담임선생님이 편지봉투와 우표를 각자 사가지고 오라고 시켰더니,

우표값...그 돈이 없었던가...아까웠던가... 새벽 노점장사 나가는 엄마에게 잠 깨서 했던 말....


"엄마, 나 어머니날 편지 보내야 한다고 우표 사오래...돈 줘..."   



그렇게 받아둔 몇푼으로 우표 사고 편지봉투 사가서 수업시간에 쓰던 어머님께 드리는 편지글...


매일매일 만나는 엄마에게 막상 편지를 써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쑥스러웠던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자기를 낳아주고 길러주고, 고생하시는 엄마를 생각할 수 있었다는 거... 막상 편지글을 써나가다보니 자신이 너무 못나고 무심한 자식이었다는 자책감을 안겨준 시간이었습니다.  


익숙한 존재를 다시 돌아보고 갑자기 엄마를 사랑하는 대상으로 돌아본다는 그 쑥쓰러움과 죄송함 때문이었을까요?  제대로 쓰지 못하고 봉투에 넣었던 철 없는 시절이었습니다.



며칠 후 집에 배달 된 나의 글 나의 편지...엄마가 그걸 다시 꺼내보면서 새벽길 노점장사 나가기 전, 저를 안아주고 일 나가시던 기억이 나는군요...  '아...아이의 자그마한 정성이 어른을 울리는구나....'


우표값 몇푼이 아까워서 엄마에게 뜯어냈던 철없던 행동이 두고두고 맘에 걸렸습니다.


그리워집니다. 내 초등학교 일학년때부터 고3 추석 새벽 당신 장남 품에 안겨 돌아가실 때까지, 그렇게 평생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신 어머님입니다. 그렇게 당신 살을 갉아먹으면서 길거리에서 쫓겨다니며 노점상 해서 자식 형제들을 서울대 보내신 당신이 더 그러워집니다.  아..... 글을 쓰다보니 더 그리워지는군요...



어저께 저녁, 학원 수업 밤늦게 끝내고, 옆에 수학원장과 간단히 막걸리도 한잔 하고 집에 오니 , 이제 초딩1학년 된 아들 놈이 엄마아빠에게 쓴 카드글을 가지고와서 보여줍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지짜(맞춤법도 틀렸습니다^^) 고마워요. 엄마 아빠 건강하세요. 오래오래 사세요. 더 오래오래 사세요....5월 7일 김00 올림...."



어머니... 눈물이 납니다... 



2009년 5월 7일   막내아들 김 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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