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대리일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종용 Dec 18. 2016

살아야 하니까, 금연이다

금연하려면, 겁장이가 되세요

약수역입니다. 손의 친구를 여기서 경유해주고 이제 먹골역으로 가는 길입니다.

 

손이 담배를 권합니다. 지금껏 오는 내내 손들이 담배를 물더군요. 친구가 내리고 나니, 맞담배 상대가 없어서일까요...뒤늦게 대리기사인 내게 담배를 권합니다.  담배 끊었다 말하고 사양했지만, 아...아직도 담배 피고 싶어지는군요.  


금연하려면...겁장이가 되세여


 

 담배를 끊은지 7년째 들어갑니다. 오랫동안 피웠던 담배, 끊어보려고 무지 애도 썼구요. 결국 후지부지 하기를 여러번, 나중에는 금연 시도를 안하게 되더군요. 결심 세웠던 것이 지켜지지 못할 때의 자괴감, 그러다 보니 아예 언제부턴가 금연 결심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담배를 끊었습니다. 한순간에 콰악~~~  제가 세상에 태어나 자랑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자랑거리지요. ^^



7년 전, 갑자기 치루에 걸려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병원이라곤 거의 가보지 않았던 몸이라 관장, 마취, 수술, 회복 과정의 주사, 주사, 고통...   너무 아팠습니다.  하지만 밥벌이를 쉴 수가 없었기에 휴대용 진통 주사를 몸에 꽂고 다니면서 일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담배를 놓지 않았죠. 한 손에는 주사바늘을 꽂고, 다른 한손에는 담배를 부여잡고.....

 

그러다가 마침 아는 분이 친정 아버지 이야기를 하더군요.   


꼴초이셨던 친정 아버지가 폐암에 걸려 고통을 겪던, 그러다 결국 돌아가시게 된 이야기를 하는데, 아...겁이 무지 났습니다. 지금 이까짓 치루 수술을 한 것도 이리 아픈데  숨도 쉬지 못할 폐암 의 고통을 어찌 이길꼬,....덜컥 겁이 났지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무지 겁을 먹으려고 애썼지요. 흡연자들의 더러운 폐 사진도 자꾸 머리속에 떠올리고, 그러다가....그러다가...




콰악!!!! 담배를 끊었습니다. 단칼에 끊었습니다 !! (영어로 cold turkey~라 한다죠?)

 

7년 동안 담배 한까치도 안피웠습니다. ^^(엄청 자랑합니다 ㅋㅋ)


 

남자의 자랑 - 겁쟁이


지금도 가끔  담배 피는 꿈을 꾸곤 합니다.  

근데 그 꿈도 차츰 진화를 하더군요.

첨에는 꿈속에서 담배 피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 합리화를.

그게 몇번 반복되고 나니까, 꿈 속에서도 그게 꿈이라는걸 확인하게 되고...

 

지금도 여전히 담배 유혹을 완전히 버리진 못했습니다. 남들은 금연 할 땐 술도 자주 마시지 말라고 하더군요. 술 마시다보면 담배 생각 더 난다나....하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담배 생각이 나면 술을 마시게 됩니다. 입이 심심한 김에 술을 마시는데 그러다 보면 담배 생각이 없어지니  원...이상하죠? ^^

 


그리고 담배 생각이 나면 자꾸 겁을 냅니다. 내가 폐암에 걸려 링겔을 꽂고(으...주사 무섭습니다.)

산소마스크를 쓴 채로, 숨 한번 쉬는 것도 고통 스러워 헉헉대는 내 모습을 자꾸 상상합니다.

내 가슴에 메스가 파고들어 새빨간 피가 솟아 오릅니다.  

내 갈비뼈가 잘 열리지 않자 쇠 자르는 커터칼이 두둑~ 내 갈비뼈를 부러뜨립니다.

내 아들과 아내가 옆에서 지쳐 병원 바닥에 쓰러져 자는 상상도 해봅니다.  아...불쌍한 내 새끼.

 

아...싫습니다. 내 가슴을 찢어 재껴서 칼로  후비고 파고 허파를 끄집어내는 꼴, 너무 겁납니다.   

담배, 나를 주사와 칼과 수술의 아픔을, 죽음의 고통을 심어주는 더러운 악마입니다.  

 

담배, 끊으려면 여러분, 자꾸 자꾸 겁장이가 되세요.

남자로서 겁장이가 되는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멋진 처신입니다.



흡연자 탄압, 더욱 자행되야...



"요즘은 정말, 흡연자들, 담배 피울 곳이 없어요... 흡연자들이 갈수록 '탄압'받고 있어요..^^

...기사님은 어떻게... 담배를 끊었던거에요?..."


먹골역 근처입니다. 조수석의 손, 집에 다와서인지 졸던 잠을 깨고 물어봅니다. 

정말, 세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1-20년전만 해도 동네식당에서 어린 아이들이 뽈뽈 기어다녀도 아빠들이 태연히 담배연기 뿜어대곤 했던건데...


그런 야만의 시절은 지나갔지만, 아직도 흡연자들에 대한 '탄압'은 더욱 심해져야 할 거 같군요.


옆에 대리기사가 운전하고 있건만, 태연히 담배 피는 손을 봐서는....

그래도, 집에서는 담배 피울 생각을 감히 못하는 손을 보면, 세상은 그만큼 좋아진 듯 합니다.

겁먹고 탄압하고, 모든 노력을 다해야합니다. 살아가야 하니까, 담배 끊어야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