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보다 더욱 재밌는 현실,
"형이 미안하다. 잘 들어가라..."
"아닙니다, 형님. 잘 들어가시고요. 죄송합니다...."
추석 명절입니다. 한가위...민족의 큰 명절인데...
오랜만에 많은 일가 살붙이들이 만나고 회포도 풀고, 조상님의 은덕도 기리는 날이건만...
오랜만에 만남...그래서 더욱 좋아야할..그런 날..
하지만 꼭 그러지는 못하다보니 현실은 소설보다 더욱 재밌습니다.
새벽, 분당 오리역 부근에서 태운 두손님. 죽전을 돌아 형님을 내려주고 중원구청까지 가는 길입니다.
오리역 부근, 어두운 뒷골목에서 급히 술 한잔 나누던 이 형제, 차마 자신의 집앞까지 왔건만 동생을 불러들이지 못하고 그냥 보내고 맙니다.
소설보다 더욱 재밌는 우리네 인생
명절이건만, 집이 아닌 밖에서 따로 만나 초라한 술자리로 헤어져야 하는 형제, 그 애처로운 사연이 운행 내내 묻어나옵니다. 아마...알고보면 살아가는 형편들이 다들 비슷한 걸까요?
형제가 여럿이면 그속에는 난넘도 못난넘도 있고, 어진 넘, 되바래진 넘...참으로 뒤섞여 사는 것은 어느 집이나 비슷한게지요.
형제간 돈거래하다가 갈라지고, 원수가 되고, 집안이 깨지고...노부모 모시는 문제로 눈물이 흘러나오고....추석연휴 어제 오늘 운행길, 손들이 이상하게도 즐겁지 못한 사연들이 많습니다.
" 죄송합니다. 그래도 대리기사님께는 이런 이야기 해도 될 거 같아서요....어차피 서로 말하고 듣고해도 부담이 없는 사이이니..."
만남이 부담이고 죄스러운 인연, 차라리 이렇게 잠시 만나고 말 대리기사라서 오히려 마음 편한 자리, 추석날 운행대를 잡은 어느 대리기사와 심정이 한마음으로 통해버리는 날들입니다.
억겁의 세월과 인연... 돌이켜보면, 참으로 기적적인 인연이건만, 그 속에서 지지고 볶다보면, 소중함은 뒷전이니...요즘 내 마음과 통하는 한가위입니다.
한가위, 명절이라서 더욱 속쓰린 세월... 노래로 달래봅니다.
세노야
세노야 세노야
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
산과 바다에 우리가 가네
세노야 세노야
기쁜 일이면 저 산에 주고
슬픈 일이면 님에게 주네
세노야 세노야
기쁜 일이면 바다에 주고
슬픈 일이면 내가 받-네
세노야 세노야
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
산과 바다에 우리가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