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나에게 친해지기 힘든 도시다. 인생의 2/3을 마산, 나머지를 부산에서 살아온 나에게 서울은 올때마다 차갑고 딱딱하고 또 복잡한 느낌을 주는, 어려운 도시다. 이직을 위해 서울에서 5일간 지내게 되었다. 어려운 느낌은 더 진하게 나를 감쌌다. 커리어를 이어가려면 서울에서 살면서 일을 해야 하는데, 나는 잘할 수 있을까. 글을 쓰는 오늘은 5일 중 네번째 날이다. 4일 동안 서울에서 있었던 일을 돌아보면서, 어쩌면 서울살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돌아보니 나는 서울에 든든한 뒷배, 서울살이 선배들이 있었다.
흔쾌히 하루 먼저 올라와서 편하게 면접 준비하라고 방을 내어 주시는 선배,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스타트업에서 기획자 커리어를 가고 있는 나에게 잘 하고 있다며 격려해주는 동기와 후배, 얼른 올라오라며 집까지 알아보고 있는 동생, 주말부부 생활하느라 피곤할 텐데 시간을 빌려주는 친구, 올라오면 독서모임 같이 하자며 계획이 다 있는 친구까지. 내가 가진 모든 뒷배들이 먼저 이 어려운 도시에서 치열하게 살아오고 있었다. 서울살이의 어려움을 알아갈수록, 그들이 새삼 고맙고 또 멋있어 보였다.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이들의 든든한 뒷배가 되고, 이 어려운 도시로 올라오는 누군가의 서울살이를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