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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록펜 Jun 16. 2020

책상다리에 받침을 놓듯이

작은 도서관에서 만난 큰 사람

1. 지하철 역 옆에 작은 도서관이 하나 생겼다. 얼마 전 여유가 생겨 들렀는데, 소소하고 신기한 경험을 했다. 도서관에 들어가면서 출입 기록을 작성하고 체온을 쟀는데, 6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안내를 해 주셨다. 한참 어린 아들뻘인 나에게 친절하게, 꼬박꼬박 존대하며 알려주셔서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아주머니와 소박한 도서관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2. 자리를 잡고 책을 한참 읽다가, 아주머니께 두 번째 감동을 받았다. 언젠가 꼭 읽어야지 하고 벼르고 있던 <소년이 온다>를 읽고 있었는데, 책상에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책상다리의 길이가 맞지 않아 무게가 가해지면 앞뒤로 흔들리는 것이었다. 6인용 책상에는 나와 어르신 한 분이 앉아있었는데, 독서를 방해할 정도로 불편하지는 않아 가만히 읽고 있었다.


3. 독서를 멈추게 한 건 아주머니의 행동이었다. 입장객이 오지 않자 아주머니는 신문을 들고 책상에 앉으셨다. 책상의 문제를 알아채신 아주머니는 주위를 살피시더니 화분에서 자갈을 하나 찾아, 책상다리 아래에 괴셨다. 아주머니는 책상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음을 확인하시곤 안경을 고쳐 쓰고 신문으로 시선을 옮기셨다. 나는 내적 따봉을 날리면서 얼마 전 읽은 책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엄마는 나를 품어왔지만 거기에는 어려움을 스스로 이겨온 사람이 가지는 절박함과 긴장이 있었고 나는 그것을 통해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짐작했다. 우리는 그것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의 모성이 그 자체로 완전한 조건에서 생성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여러 조건들에 지지 않으려 싸우며 이루어져온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김금희. <사랑 밖의 모든 말들>.


4. 아주머니는 그렇게 살아오신 것이 아닐까. 엄마는, 부모님은 그렇게 살아오신 것이 아닐까. 흔들리는 책상에 받침을 괴면서. 가족이 모진 풍파에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대를 하나 하나 더하고 또 고쳐가면서. 평범하지만 숭고한 그 시간을 우리는 무어라 부를 수 있을까.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일단 전화를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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