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닮은 패럿(Parrot)의 신제품 드론, 무려 45분이나 난다고?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열렸습니다. 기술 하면 드론 아니겠습니까? 각양각색의 멋진 드론이 많이 소개되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패럿(Parrot)이 선보인 '디스코(Disco)'는 가장 관심을 모은 제품 중 하나였습니다. '비밥드론(Bebop Drone)' 등의 히트작으로 널리 알려진 패럿의 이름값 덕도 있었지만, 역시 디스코의 최대 매력은 디자인이었죠. 우리가 일반적으로 연상하는 쿼드콥터와는 전혀 다르게 생겼거든요.
좌우로 쭉 뻗은 멋진 날개를 자랑하는 디스코는 비행기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검은색과 흰색의 색상 배열은 비밥드론2와 꼭 닮아 있는데요. 패럿에서 이 디자인을 밀고 있나 봅니다.
디스코는 드론스타팅에서 이미 다룬 적이 있는 드론입니다. CES에서 주목할 만한 제품 중 하나로 선정했던 건데요. ‘타이푼H(Typhoon H)’, ‘페트론(Petrone)’, ‘184’, ‘릴리(Lily)’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바 있습니다.
* 당시 기사 보러 가기(CES 2016 드론 BEST 5)
다시 한 번 디스코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습니다. 패럿이 드디어 디스코의 가격과 출시 시기, 스펙 등을 밝혔기 때문이에요. 이번 기사에서는 디스코에 대해 낱낱이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스코의 최고 속력은 시속 80km에 달합니다.
스펙 자체도 훌륭하지만 특유의 디자인 때문에 체감 속도는 더 빠른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확실히 쿼드콥터 형태에 비해 더 우아하고 시원시원해 보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덩치는 크지만 경량의 카본(Carbon) 소재를 사용해 최대한 무게를 줄인 것도 주요했고요. 기체의 소재에는 유연성이 뛰어난 발포폴리프로필렌(EPP)도 섞어, 비행 중 맞닥뜨릴 수 있는 각종 충격을 흡수하는 데도 신경을 썼습니다.
디스코의 제품 설명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45'라는 숫자입니다. 이 숫자는 디스코의 수출국 개수도, 개발자의 나이도 아닙니다.
바로 비행 가능 시간이에요.
30분만 넘어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수치라고 할 수 있는데요. 4개의 로터(Rotor)에 모두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쿼드콥터 형태를 탈피한 것이 주효했다고 하겠습니다. 드론을 날리면서 늘 비행 시간에 대해 아쉬움이 있었던 분이라면 디스코가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겠네요.
패럿 측에서 디스코의 핵심 마케팅 포인트로 잡은 지점은 바로 FPV(First Person View)입니다.
아예 디스코의 기본 구성품에 FPV 고글을 끼워넣었을 정도니까요.
패럿이 만든 FPV 고글의 이름은 '패럿 콕피트글래시스(Parrot Cockpitglasses)'입니다. 발음이 무척 어렵죠? 콕피트는 비행기나 글라이더의 조종석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해요. 직역하면 '조종석 안경' 정도 되겠습니다. 쉽지 않은 발음에 비하면 의미는 잘 와닿는 편이네요.
콕피트글래시스는 스마트폰을 모니터로 활용하며, 전용 앱인 '프리플라이트 프로(FreeFlight Pro)'를 통해 디스코와 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FPV 화면에는 기체의 고도, 사용자와의 거리, 현재 속력, 기체와 스마트폰 각각의 배터리 잔량 등이 표시되어 안전하게 비행을 즐길 수 있고요. 영상을 바로바로 녹화해서 유튜브에 공유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요즘도 FPV 많이들 즐기시지만, 쿼드콥터가 아닌 드론으로 즐기는 FPV는 또 색다른 맛이 있을 듯합니다.
패럿이 만든 드론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폰 조종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조종은 익히기 쉽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인식 거리가 형편없이 짧다는 치명적인 약점도 안고 있죠. 또 와이파이(Wi-fi)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에 따라 연결 상태가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패럿이 내놓은 제품이 소위 ‘스컨(스콘)’으로 불리는 ‘스카이컨트롤러(Skycontroller)’입니다. 스카이컨트롤러는 조종기 역할을 함과 동시에, 와이파이 신호를 확장해서 인식거리를 2km까지 늘려주는데요. 스마트폰으로는 느끼기 힘든 손맛을 느끼게 해주는 한편 비행안정성을 확보해주는 역할도 하는 제품이죠. 패럿 드론 사용자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하지만 가격이 제법 있어서(약 50만원 가량) 망설이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디스코의 기본 패키지에는 스카이컨트롤러의 최신 버전인
스카이컨트롤러2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기본패키지의 가격은 우리 돈으로 약 145만원(1300달러, 관부가세 미포함)인데요. 디스코가 대형 기체라는 점, FPV 고글인 패럿 콕피트글래시스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 등을 생각해보면 가격 대비 나쁘지 않은 구성으로 보입니다. 특히 패키지에 포함되는 주요 구성품을 모두 자체적으로 생산했다는 데 의의가 있는데요. 기체, FPV 고글, 컨트롤러가 완벽하게 호환되어 안정적인 비행과 깔끔한 FPV 영상 전송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크기, 비행 성능, 비행 시간, 인식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봤을 때, 디스코는 역시 촬영용 드론으로 분류하는 게 합당합니다. 촬영용 드론이라면 역시 카메라 성능에 눈길이 가는데요.
패럿은 이번에도 4K 카메라를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라는 표현을 쓴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디스코 이전의 최신작이라고 할 수 있는 비밥드론2에서 4K 카메라를 적용할 거라는 기대를 했기 때문인데요. 그때도 지금도 패럿은 1080p 카메라로 만족하는 모양새입니다.
물론 취미로 사용할 경우 1080p 정도면 충분한 게 맞습니다. 다만 패럿의 경쟁사인 DJI나 유닉(Yuneec)에서 디스코와 비슷한 가격대로 내놓은 드론은 전부 4K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죠. 단순히 비(非)중국 기업의 한계인 건지 또 다른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원인이 무엇이든 맞대결에서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디스코의 스펙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지금까지 패럿의 최신작 디스코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점점 획일화되어가는 드론 시장에서 간만에 신선한 녀석이 나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하지만 단순히 특이하다는 것만으로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겠죠? 과연 디스코가 눈에 띄는 디자인만큼이나 멋진 퍼포먼스로 드론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한편 디스코의 배송은 미국 기준으로 9월부터 시작될 예정인데요. 국내 정식 출시도 가능한 한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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