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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드론스타팅 Nov 08. 2016

레이싱드론, 왜 다를까?

레이싱드론, 왜 어렵게 느껴질까요?


수십 회의 성공적인 드론 비행을 마치고 멋진 항공 촬영도 익숙해 졌습니다. 화장한 주말 오전. 드론 애호가들이 많이 모인다는 공원에 가보기로 결심합니다. 넓은 잔디 주변엔 이미 여러 명이 우스꽝스러운 안테나가 달린 안경을 쓰고 명상에 잠긴 듯한, 더러는 넋을 놓아 버린 채 캠핑 의자에 앉아 비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탄식과 함께 고글을 벗은 분에게 날려도 좋겠냐는 허락을 받습니다.


가벼운 호버링 후에 높이 날아올라 모니터로 낮게 저공비행하는 레이싱 드론을 내려 보며 문득 생각합니다. 


내 드론과 비슷해 보이는 저 레이싱드론,
왜 이렇게 다르게 느껴질까요?
비행 성능을 우선하는 레이싱 드론은 투박하게 생겼습니다.

드론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레이싱 드론은 낯설게 느껴집니다. 투박한 외관과 빠르게 저공비행하는 저 드론이 우리의 드론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레이싱 드론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살펴보면 레이싱 드론이 어떻게 다른지 더 자세히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직접 만들어야 하는 기체


레이싱 드론은 입문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입문을 마음먹고 레이싱 드론 커뮤니티에 가입을 한 후 그동안 배운 드론 지식을 총동원하여 RTF(Ready to Fly, 구입 후 바로 비행할 수 있는 제품)레이싱 드론을 찾아봅니다.


"이 제품 어떨까요?"하고 질문을 하면, 돌아오는 회신은 대부분 "나쁘지는 않지만 다시 다른 드론을 구매하시게 될 거에요" 입니다. 그럼 뭐로 시작해야 한단 말인가요?


* RTF 레이싱 드론도 있기는 합니다 - F210은 어떤 드론?



이해하기 어렵고, 구하기도 힘든 정보들


나에게 그런 적이 있었던가 싶게 학구열을 불태우며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자료들을 읽기 시작합니다. 엄청나게 많은 질문에 반하여 명쾌한 답이 있는 글은 의외로 적습니다. 제법 좋아 보이는 제품을 발견하고 구입해 보려고 하면 이미 단종이 되어 구할 수 없는 물건입니다.


답답함을 게시판에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비행장에 오세요." 입니다. 아직 드론도 없는데 말이죠. 이건 혼자하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독학으로 비행에 성공하는 사람을 아예 ‘독립군’이라고 칭송하기도 합니다.



자동 비행의 부재


우여곡절 끝에 레이싱 드론 유저가 되었습니다. 알 수 없는 수많은 용어와 숫자들은 작아져 버린 장롱의 여름옷처럼 내년에 살 빼고 알아보기로 하고 일단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호버링(제자리에 띄우는 기술)까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첫 드론을 띄울 때의 감동도 잠시 전혀 다른 움직임에 막막함이 몰려옵니다.


* 일반 드론의 조종법

일반 드론의 조종법

* 레이싱 드론의 매뉴얼 조종법

레이싱 드론의 매뉴얼 조종법



일반적인 조종은 드론이 어디에 있든 스틱을 밀면 앞으로 가고 당기면 돌아옵니다.(헤드리스 모드, Headless Flight Mode) 원래 자리로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 버튼 하나로 해결됩니다. 원한다면 수동 모드로 비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드론의 정면을 내가 마주보고 있으면 좌우가 반대가 되지만 꾸준한 연습으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레이싱 드론은 이 직관적인 조종법을 수동이 아닌 자동 모드라고 부르고 선호하지도 않습니다.


레이싱 드론에서 수동 모드 역시 스틱을 밀면 전진하는데 그것만 같을 뿐 그대로 스틱을 밀고 있으면 앞으로 뒤집혀 집니다. 다시 원래 자리로 스틱을 놓으면 레이싱 드론은 서지 않고 그 자세를 그대로 유지한 체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 버립니다


그렇습니다. 브레이크가 없습니다.



FPV 고글에만 의존하는 비행


FPV 고글(드론의 장착된 카메라를 모니터하는 장치중 하나)은 레이싱 드론의 필수라고 합니다. 촬영용 드론의 FPV는 조종기에 연결한 화면과 드론은 번갈아 보면서 비행하기 때문에 기체가 어떤 상태인지 알기 쉽습니다. 더러는 레이싱 드론처럼 고글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안전 문제로 크게 권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레이싱 드론은 고글 화면에 모든 것을 의지 합니다. 덕분에 어느 정도 비행이 익숙해 져도 FPV 화면만 의지하는 비행은 내가 떠 있는지 앞으로 가는지 옆으로 가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습니다. 당황해 하는 순간 화면은 잔디로 가득차고 내 첫 레이싱 드론은 저만치 땅에 엎드려 있습니다.


FPV고글이란?


레이싱 전용 FPV 고글 Fatshark사의 Doninator SE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레이싱 드론은 기존의 드론과 생긴 것도, 비행 목적도, 심지어 날리는 방법마저 다릅니다. 그래서 처음 레이싱 드론을 입문을 하면 이차 방정식을 구구단을 모르고 풀어야 하는 막막한 느낌마저 듭니다. 하지만 이차 방정식은 근의 공식을 알고 있으면 쉽게 풀 수 있듯 레이싱 드론이 어떻게 발전하였는지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드론의 갈라파고스, 레이싱 드론


갈라파고스 섬들의 새는 같은 종류라도 섬마다 제각기 다른 모양의 부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 섬들의 핀치(Finch)새 부리를 관찰한 다윈은 진화론의 실마리를 잡았습니다. 같은 종이라도 환경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진화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레이싱 드론이 일반적인 드론과 같으면서도 다른 모양을 가진 것이 마치 다르게 진화한 갈라파고스의 핀치새를 연상시킵니다. 


왜 레이싱 드론은 독자적인 진화를 하게 되었을까요? 


레저 드론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살펴보면 서 레이싱 드론을 이해해 봅니다.


레저용 드론의 진화


RTF 촬영 드론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드론입니다. 사실 드론이 레저로 각광 받기 시작한 것은 DJI사나 패럿(Parrot)사의 완성형 드론이 시장에 출시되면서부터입니다. 그 전에 드론은 특별한 목적에 맞춰 직접 제작해야 했기 때문에 소수 전문가나 RC(Radio Control, 라디오 전파를 이용하여 조종하는 모형) 애호가들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런데 높은 완성도에 비해 저렴한 RTF 드론이 등장하면서 드론은 우리에게 모든 기술적인 복잡함은 생략하고 대형 마트에서 아이들도 쉽게 구입하고 날릴 수 있는 수준까지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DIY 촬영 드론


RTF 드론이 있기 전부터 DIY 드론은 특수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연구되고 만들어 지고 있었습니다. 높은 성능의 RTF 드론은 전문 방송 촬영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특별한 기능을 요구하는 장치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그 장치에 맞는 중량을 띄울 수 있는 특수한 드론이 여전히 필요합니다. 360도를 촬영한다거나 지면이나 건물을 촬영하여 3D 데이터를 만드는 등 다양한 목적의 DIY 드론이 있습니다.


* 드론과 360도 촬영의 만남에 대해서 더 알고싶다면?

* 사이트스캔, 3DR의 건설현장 촬영 솔루션



레이싱 비행 드론


촬영용 RTF 드론이 우리 곁에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동안 순수하게 비행만을 즐기는 드론도 비슷한 시기에 그 태동을 시작합니다. 레이싱 드론의 시작은 사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간단히 설명한 FPV(First Person View)기술은 RC 분야에 오래 전 부터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지난 2014년 초반, 드론에 접목하여 빠르게 비행하는 동영상이 눈길을 끌면서 독자적인 진화가 시작됩니다.


그 전까지 드론 기술의 최대 과제는 안전하고 쉬운 비행에 점철되어 있었습니다. 충돌하지 않고 어떤 돌풍에도 아무렇지 않게 새침하게 떠 있고 심지어 조종하지 않아도 알아서 원하는 화면을 담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를 위해 GPS 부터 초음파 센서, 시각 센서 등 최첨단 기술이 동원되었습니다.


하지만 레이싱 드론은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빠르고 민첩하게 비행하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모든 자동 안전장치까지 포기하고 말입니다. 이렇게 비행 기능에만 충실한 드론을 우리는 레이싱 드론이라 부르고 정해진 트랙을 빠르게 도는 것을 레이싱 비행이라 부릅니다.

통과 지점을 향해 빠르게 진입하는 레이싱 비행


아크로바틱 비행 드론


레이싱 비행과 아크로바틱 비행을 위한 드론은 외형상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비행만이 목적인 레이싱 드론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열광했던 것은 사실 레이싱이 아니라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아크로바틱 비행 이었습니다.


레이싱 비행은 기본적으로 아크로바틱 비행 기술을 이용해 트랙을 빠르게 비행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크로바틱 비행 드론과 레이싱 비행 드론을 나누기는 힘들지만 최근에는 아크로바틱 비행만을 위하여 개발된 특수한 프로펠러나 프로펠러를 반대로 돌려 3D 비행이 가능한 변속기등 새로운 기술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국제 드론 레이싱 대회에서도 아크로바틱 종목이 별도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공중에서 빠르게 회전하며 비행하는 아크로바틱 비행




지금까지 레저용 드론을 살펴보면서 레이싱 드론이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진화했는지 간단히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아본 이야기는 레이싱 드론 이야기의 도입부에 불과합니다. 레이싱 드론의 빠른 진화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레이싱 드론, 투박한 외관에 다른 기능은 없지만 비행에 대한 순수함으로 진화하는 드론, 여기 레이싱 드론이 앞으로 들려줄 이야기에 빠져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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