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드론 부품, 뭘 사야 하나요?
드론의 핵심 기능은 무엇일까요? 통장 잔고를 단번에 2자리수로, 1자리수로 만드는 가공할 기능(?)도 빼놓을 수 없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력을 이기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비행기능일 것입니다. 이렇게 드론이 날아오르는 데는 5가지 핵심 부품이 필요합니다.
- 빠른 속도로 회전하여 양력을 만드는 프로펠러
- 그 프로펠러를 회전시키는 모터
- 모터의 회전 속도를 조절하는 ESC (변속기)
- 드론이 원하는 비행을 할 수 있도록 변속기를 조종하는 컴퓨터, FC
-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에너지를 공급하는 배터리
또 한가지 이 부품들을 담는 그릇인 기체(프레임, Frame)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드론의 핵심 부품을 화두로 꺼낸 것은 오늘 레이싱드론의 부품에 대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레이싱 드론은 위의 핵심 부품이 전부이기에, (뭐 사실 필요한 게 조금 더 있긴 하지만 그건 차차 고민해 보기로 합시다.) 이 부품의 트렌드를 알면 레이싱 드론을 시작할 때 겪는 어려움을 크게 덜 수가 있습니다. 레이싱드론을 전혀 접해보지 않은 분이라도 이 글을 다 읽고 난 뒤에는 어떤 스펙의 부품을 구매해야할지에 대한 대략적인 실마리를 잡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부품별 트렌드를 다루려면 각 부품의 성능에 대해 말씀드려야 하는데요. 각 부품의 성능은 스펙에 설명되어 있지만 이 스펙을 다 이해하고 가기에는 취미 공부가 고시 공부로 변질될 수 있겠죠? 독자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반 드론과 레이싱 드론을 비교해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DJI의 매빅(MAVIC)의 스펙을 불러봅니다.
매빅을 하나하나 분해해서 스펙을 비교하려고 했으나 그건 신제품 매빅에게는 미안한 일이고 해서 (매빅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고백하면 너무 슬픈 일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DJI 홈페이지에 소개 되어있는 스펙 중 비행과 관련한 항목만 추려봅니다.
- 대각선 길이 (프로펠러 제외) : 335 mm
- 무게 (배터리, 프로펠러 포함) : 734 g (짐벌 덮개 제외)
- 최대 속도 바람이 없을 때 스포츠 모드(Sport mode)에서 65 km/h
- 전체 비행 시간 21분 (정상 운행 중, 배터리 잔량이 15% 이상일 때)
- 배터리 용량 LiPo 3S 3830 mAh
레이싱 드론에서 기체의 크기는 모터 축의 대각선 길이로 표현합니다. 250급 기체는 대각선 길이가 250 mm인 레이싱 드론을 의미합니다. 처음에는 레이싱 드론이라는 개념이 없어 400 mm 이상의 크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제어성능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그 크기가 250 mm 에서 210 mm, 그보다 작은 180 mm 까지 작아졌습니다.
아예 Tiny Whoop 같은 실내 전용 레이싱 드론은 65 mm 밖에 되지 않습니다. 매빅도 작지만 기동성을 중시하는 레이싱 드론은 더 작은 크기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아 매빅도 접으면 198 mm 정도군요.
그런데 최근 작아지기만 하는 트렌드에 변화가 생기도 했습니다. 레이싱 대회에서 작은 기체가 관객의 시선을 끌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 되어 일부 대회에서는 기체 크기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도전은 250급 정도가 적당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다양한 크기를 가진 레이싱 드론은 무게 역시 다양합니다. 하지만 가능한 가볍게 만들기 위해 전선과 전선을 연결하는 커넥터도 모두 떼어버리곤 합니다. 무게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250 mm 크기의 레이싱 드론은 고프로 같은 촬영용 액션 카메라를 포함하고 600g을 넘지 않도록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가벼운 무게를 가지면 같은 출력에도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기체도 유리섬유에서 카본섬유로, 모터같이 무거운 부품도 더 가벼운 구조로 계속 진화했습니다. 부품을 고를 때 각 부품의 무게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좋은 기체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매빅의 FC는 아직 정확한 스펙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빅이 가진 다양한 기능과 센서를 처리해야 하는 조건과 레이싱 드론의 그것과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드론의 두뇌인 FC는 레이싱 드론에서는 처리 속도에 따라 F1, F3, F4로 등급이 나누어집니다. F1으로도 충분히 빠른 반응 속도를 가지고 있지만 F4는 2배 이상의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레이싱 드론에서는 최대한 조종사의 감각만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자이로센서(기체가 회전하는 속도를 측정하는 센서)만 사용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다른 센서들은 달지도 않고 있어도 끄거나 제거해 버립니다.
마치 경주용 자동차가 운전석만 남기고 모두 떼어버리듯 말입니다. 지금은 FC 가격 역시 무섭게 떨어져서 F3 FC로 시작해도 부담이 없습니다.
"얼마나 오래 날아요?" 드론을 날리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오래 나는 것은 드론의 성능과 비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매빅은 3830 mAh의 용량으로 21분이나 비행이 가능합니다. 처음 레이싱 드론도 다른 드론과 같이 얼마나 오래 날릴 수 있는지가 관심사 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레이싱 드론은 비행시간을 포기하고 얼마나 빠른 출력을 낼 수 있느냐로 변하고 있습니다. 비행 기간을 포기하고라도 더 빠르고 강한 속도를 얻기 위해 10분 이상 비행이 가능하던 초기에 비해 지금은 3분 정도 밖에 날지 못합니다.
대신 출력은 4배 이상 강력해 졌습니다. 그보다 더 높은 출력을 위해 4S 전압에서 5S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종종 6S 배터리를 시험한 소식도 들리곤 합니다. 1S는 3.7V의 전압을 의미합니다. 드론의 모터는 전압에 비례해서 속도가 빨라집니다. 비유하자면 자동차 엔진에 옥탄가가 높은 고급 휘발유를 넣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예 드론에 널리 사용되는 리튬 폴리머 배터리대신 더 높은 전압을 가진 LiHV (High Voltage Lithium Polymer) 배터리가 소개되기도 합니다.
처음 시작하기에는 3S 1800mAh 정도의 배터리가 무난합니다. 출력이 적당해서 배우기 쉽고 비행시간도 제법 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더 높은 출력을 탐하게 되면 4S 배터리를 원하게 될 테니 이중 지출을 막기 위해 4S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배터리 스펙 중 얼마나 많은 전류를 한꺼번에 흘릴 수 있는지 표시하는 C(방전율)는 높으면 높을수록 좋습니다.
40C 이상의 제품 선택을 추천합니다.
모터의 속도를 조종하는 ESC(변속기)는 모터가 소모하는 에너지를 견딜 수 있어야 합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은 보통 16A의 전기 흐름을 견디도록 되어있습니다. (A, 암페어. 전기가 흐르는 양, 즉 전류의 단위입니다.) 초기 18A 정도로 구동되던 변속기는 20A까지 성능이 올라갔지만 고출력 모터를 견디지 못하고 타버리는 경우가 가끔 생기더니 지금은 30A가 표준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매빅은 어떤 변속기가 사용되었는지 자세한 스펙은 확인할 수 없지만 배터리 용량과 비행시간으로 계산해보면 약 20A ESC가 적용된 것 같습니다.
ESC에서 살펴 봐야 하는 것이 또하나 있습니다. ESC의 성능은 FC와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주고받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장 최근 방식인 Blheli-S를 선택하거나
자신만의 방식을 가진 Kiss 제품을 선택하면 됩니다.
매빅은 스포츠 모드를 가지고 있지만 프로펠러 크기로 유추해 보면 레이싱 드론용 모터 보다는 낮은 회전속도를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레이싱 드론의 모터는 더 빠르고 강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분당 27,000 회전(RPM)하던 모터가 지금은 38,000까지 올라갔습니다.
모터는 속도가 빠르면 힘이 약해지기 마련인데 어느 순간 그 법칙이 희미해져 빠른데 강하고 가벼운 모터들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레이싱 드론이 날 때 바람을 가르는 비명 소리는 자동차 경기의 그것을 연상하게 합니다. 그와 반대로 촬영용 드론은 안정적인 비행을 위해 속도보다는 큰 힘을 가진 모터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레이싱 드론 모터를 선택할 때는 kV값을 판단하시면 됩니다. kV는 전압당 회전수인데 4S 배터리에 14.8V가 2600kV 모터에 연결되면 38,480RPM으로 회전하게 됩니다.
현재 2600kV가 가장 트렌디한 모터입니다.
매빅은 접히는 2엽 (날개가 2장인) 프로펠러가 사용됩니다. 레이싱 드론도 처음에는 6인치나 5인치 크기의 2엽 프로펠러가 사용되었는데 2장의 날개가 가진 양력(떠오르는 힘)으로는 순발력이 부족해서 3장의 날개를 가진 프로펠러가 등장해서 마치 표준처럼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그것도 모자라 5장의 날개를 가진 프로펠러도 소개 되었습니다.
프로펠러는 이제 비행 스타일에 따라 더 효율적인 재질과 형태로 분화되어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체의 크기도 작아지면서 그 크기도 6인치에서 5인치로 더 작은 기체를 위해 3인치 프로펠러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일반적인 프로펠러는 5045 3엽 입니다만 (5045는 5인치 크기에 한바퀴 돌때 4.5인치를 전진하는 프로펠러입니다.) 프로펠러는 사람마다 각자 좋아하는 느낌이 달라 꼭집어 추천 드리기 어렵네요.
촬영용 드론과 레이싱용 드론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진화를 거듭해서 각 부품의 성능을 비교하려니 마치 돌고래의 간과 코끼리의 간을 비교하는 듯합니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더 이상 비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각각 다른 모습으로 진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소개드린 가장 인기 있는 사양의 부품도 조만간 변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거든요.
똑같은 드론에서 시작된 레이싱 드론은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4년 초반이었으니 이제까지 주어진 진화의 시간은 불과 3년도 되지 않습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가장 트렌디한 부품 사양은 1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변했습니다. 대체 어떤 환경이 레이싱 드론을 이렇게 빠른 변화의 세계로 몰아갔을까요?
레이싱 비행은 충돌과 추락이 잦기 때문에 부품 파손도 잦습니다. 레이싱 드론 애호가는 추락의 원인이 부품에 있었던 게 아닌가 고민하게 되고 다음 부품으로 조금이라도 더 성능 좋은 부품을 찾게 됩니다. 레이싱 드론은 인터넷, 특히 유튜브의 자신이 촬영한 영상을 배포한 것으로 세계에 퍼지게 된 만큼 누군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성능을 가진 부품을 발견하면 인터넷이라는 입소문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사람들이 그 부품으로 바꾸고 성능을 즐기게 됩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미처 지나기도 전에 누군가 또 새로운 부품을 소개 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트렌드가 시작됩니다.
만약 고가의 부품이 쉽게 파손된다면 주머니가 소박한 우리에게는 머나먼 취미가 되어 버리겠지만 다행이도 레이싱 드론은 중소 드론 회사들의 저렴한 부품 공급으로 진화를 가속 시켰습니다. 부품 교환 주기가 빠른데다 업체 간의 기술 경쟁이 심하다 보니 신제품의 출시는 더욱 빨라지고 과열되어 더 높은 성능의 부품이 한 달도 되기 전에 절반의 가격으로 떨어지는 독특한 시장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다른 RC를 즐기다가 레이싱 드론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레이싱 드론이 돈이 가장 적게 들어요”라는 이야기가 빈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저렴하고 빠른 유행은 우리의 지갑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문제점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닌텐도의 첫 비디오 게임기의 패미콤의 성공 요인으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꼽는 분석도 있습니다. 취미는 함께 즐겨야 더 재미있습니다. 레이싱 드론은 혼자 비행할 때보다 함께 트랙을 달릴 때 더 즐겁다는 것 역시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빠른 기술과 부품의 발달은 혼자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적인 이야기가 많아 서로 정보를 나누고 가르쳐 주는 자리가 비행장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도 레이싱 드론이 빠르게 발전한 이유입니다.
이렇게 레이싱 드론은 일반 드론과는 다른 방향과 괄목할 만한 속도로 빠르게 진화 하였습니다. 그 진화를 통한 빠른 트렌드 변화는 레이싱 드론을 우리에게 공간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상쾌함,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에서 장애물을 빠르게 피했을 때의 짜릿함을 즐길수 있게 해줍니다. 레이싱 드론이 가진 비행에 대한 순수함은 스포츠가 가진 그것과 비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에 기본을 구성하는 부품은 그 성능이 우리의 상상을 넘어 더욱 빠르게 진화할 것입니다. 더 빨리, 더 멀리, 더 힘차게 라는 올림픽 구호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드론의 핵심 기능인 통장을 2자리수로 만들어 버리는 가공할 능력은 퇴화되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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