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케이스로 변신하는 셀피드론
인류를 위협하던 사악한 외계의 UFO군단을 기억하시나요? 그리고 전 지구적 위협에서 인류를 구했던 ‘그렌다이져’를 기억하시나요? 드론스타팅에서 소개했던 셀카 드론, Airselfie를 만났을 때 스마트폰 케이스 안으로 들어가는 구조는 우리의 영웅 ‘그렌다이져’가 ‘스페이저’와 합체하는 것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합체는 언제나 옳은 것이지만 진정한 합체라 하면 그냥 어딘가로 들어가기만 하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됩니다. 자고로 약간의 변형이라도 꼭 있어야 하죠. 다른 곳에서 지구를 지키던 ‘마징가 제트‘의 조종실 '호버 파일더' 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그 호버 파일더 같은 셀카드론이 나타났습니다!!!
날개가 접혀 마징가 제트와 합체한 후에야 지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처럼 접히는 셀카 드론이 등장한 것입니다.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는 아수라 백작 따위 아랑곳 하지 않는 마징가 제트처럼 평화를 사랑하는 아저씨들(마징가 제트를 아직까지 기억하는)의 마음을 정확하게 어루만진 오늘의 드론은 접히는 미니 셀카드론 SELFLY입니다.
셀카드론은 드론스타팅이 좋아하는 주제지만 SELFLY 소개에 지구 평화까지 언급해야 했었나 다소 민망해져서 지금부터 예의 냉철한 시선으로 SELFLY를 분석하겠습니다. 셀카드론은 지금까지 많이 있었지만 스마트폰과 함께 가지고 다니는 셀카드론은 앞서 언급한 에어셀피 뿐이기 때문에 SELFLY는 이것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셀카드론이라는 이름답게 크기는 66 x 131 mm, 두께는 9mm로 에어셀피보다 약간 더 크지만 두께에서 1.6mm 얇습니다.
셀카는 스마트폰으로 찍어야 맛이 듯 SELFLY는 별도의 조종기 없이 Wifi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으로 조종됩니다. 덕분에 현저히 짧은 비행거리를 가져야 하지만 셀카사진와 항공사진의 목적은 천국과 이승만큼이나 다르니 이 정도면 만족스럽습니다.
비행시간은 5분입니다. 하지만 에어셀피가 3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더 앞섭니다. 이 5분으로 20장 정도의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3.7V 1s의 650mAh 배터리가 사용됩니다.
카메라는 8MP에 1080p, 30fps으로 화면을 잡아냅니다. 비슷한 크기의 에어셀피가 5MP인 것을 기억하면 더 높은 사양이 적용되었습니다. 물론 고화질의 셀카는 얼굴의 못생김도 고화질로 잡아주기 때문에 못생김을 숙명처럼 짊어진 저에게 8MP의 화질이라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SELFLY는 사진을 저장하는 방법이 조금 독특한데 촬영된 HD 동영상은 SELFLY 안에 일단 저장되고 저화질 영상만 스마트폰에 실시간 전송됩니다. 촬영된 화면이 마음에 들면 선택된 사진만 스마트폰으로 다시 전송되는 방식입니다.
무게는 70g 입니다. 54g인 에어셀피에 비하면 조금 더 무겁습니다. 그래도 백 원짜리 동전 13개 정도의 무게니까 무겁다고 불평하기는 힘들 듯합니다.
그 밖에 SELFLY가 자신 있게 자랑하는 기능으로 안정적인 호버링 (Autonomous Flight)이 있습니다. 이것을 위해 초음파 센서와 또 다른 센서가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에어셀피와 같이 시각 센서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여기까지 살펴본 SELFLY는 기존의 셀카드론, 특히 에어셀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보입니다. 하지만 SELFLY는 우리를 흥분하게 만든 변신 합체 기능 말고 지구를 지킬 것 같은 또 하나의 강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법의 가격 99불!!!
우아하게 펼쳐진 모터의 모양이 우리에게 익숙한 모터와는 조금 다릅니다. 그렇습니다. 브러시드 모터(Brushed Motor)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99라는 마법의 가격이 탄생했는지 조금은 납득이 가기 시작합니다.
태초에 자석은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지니고 있었지만 전선에 전기가 흐르면 자석의 성질을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 사람들은 이 둘을 잘 연결하면 뱅글뱅글 도는 기계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청렴한 학창시절을 보낸 분이라면 그 유명한 '플레밍의 왼손 법칙'을 기억하겠지만 그냥 그렇게 모터가 발명되었다고만 알아도 행복하니 일부러 플레밍을 검색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전선과 자석으로 만들어진 모터는 전기가 흐를 때 생긴 자석의 힘으로 한쪽 방향으로 힘을 만들 수 있었죠. 하지만 한 바퀴를 회전하려면 힘의 방향을 반대로 바꿔 주어야 합니다. 전기의 흐름을 반대로 바꾸면 해결되는 문제지만 당시만 해도 전기는 항상 한쪽 방향으로만 흘러야 한다고 믿고 있을 때 였으니 뭔가 독창적인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전기의 방향을 바꾸는 장치로 브러시를 이용해서 초기의 모터가 개발되었습니다. 이 모터는 한쪽으로만 흐르는 전기라는 의미의 DC (Direct Current)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 DC 모터라고 불리며 세상을 널리 복되게 만들었죠.
브러시드 모터의 브러시는 바로 전기의 방향을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솔직히 하나도 브러시(Brush, 붓)처럼 생기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칩시다.
사실 드론에 사용되는 브러시드 모터는 더 강한 힘을 만들기 위해 전자석을 밖으로 자석을 안으로 들어가도록 설계하지만 원리는 같습니다.
하지만 이 모터는 태생적 결함이 있었으니 바로 수명이었습니다.
문지르는 물건은 깎이기 마련입니다. DC 모터의 브러시는 가족을 위해 회사에서 굽실거려야하는 가장의 손금처럼 깎이기 시작해서 금세 망가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위에 이미지를 봐도 금방 망가지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 브러시를 대신할 생명 연장의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BLDC 모터, 브러시를 없앴다는 것이 어찌나 자랑스러웠던지 이름마저 BrushLess DC 모터입니다. 드론에 사용되는 BLDC 모터는 전자석이 3개가 아니라 훨씬 많습니다. 여기서는 그리기가 귀찮아서 3개뿐입니다.
BLDC 모터는 전자석과 자석을 날개가 많은 풍차처럼 많이 넣은 모터 입니다. 순서대로 전자석을 동작시키면 순서대로 생긴 자석의 힘으로 한 바퀴를 돌리게 됩니다. 순서대로 자석을 만들기 위해서 별도의 장치(ESC, Electronic Speed Controls)가 필요하긴 했지만 이것으로 좀처럼 나이를 먹지 않는 방부제 미모의 모터가 탄생합니다.
드론에게 BLDC 모터는 아주 중요합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허락된 것은 비와 눈과 우박과 새똥 뿐, 드론 모터의 브러시가 망가져 갑자기 추락한다면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가의 완구형 드론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드론, 심지어 에어셀피도 BLDC 모터를 사용합니다.
브러시드 모터는 구조도 간단하고 ESC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저렴하게 드론을 만들 수 있지만 변신 합체까지 하는 SELFLY에 브러시드 모터라니 셀카로 인류 평화까지 기대했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변신하는 모습을 보면 납작한 BLDC 모터보다는 길쭉한 브러시드 모터가 확실히 변신의 맛이 있겠지만 설마 그것 때문에 브러시드 모터를 선택했을까요?
촬영용 드론, 특히 크기가 작은 셀카드론에서
화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요?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짐벌이 있으면 좋겠지만 스마트폰 크기의 셀카드론에게는 너무 부담스러우니 의존할 것은 기체의 성능, 즉 안정적인 호버링과 진동의 최소화 입니다.
드론은 양팔 저울과 비슷합니다. 작은 저울이라면 어느 한쪽이 무거우면 쉽게 기울어지죠. 크기가 큰 저울이 작은 양팔 저울과 비교해 더 안정적으로 수평을 유지하는 점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작은 셀카드론에게 모터를 조금이라도 바깥쪽으로 설계하는 것은 호버링 성능에 큰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개발 영상을 보면 모터가 접히는 것도 모자라 모터암이 움직이는 구조까지 연구한 듯합니다. 이런 구조를 만들기에 납작한 BLDC는 접어 넣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래도 드론이라면 BLDC 모터, BLDC 모터라면 드론인데 어떻게든 넣지 않은 것은 가격 때문이었을까요?
사실 드론을 위해 태어난 듯 보이는 BLDC 모터도 단점이 있습니다.
BLDC 모터가 장착된 드론의 프로펠러를 돌려보신 적 있나요? 프로펠러가 돌때 마다 벽시계의 초침처럼 조금씩 걸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것을 코깅 (Cogging) 이라고 부르는데 회전하면서 생기는 턱턱 걸리는 힘을 코깅토크 (Cogging Torque)라고 합니다.
작은 BLDC 모터는 이 코깅토크가 작지만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빠르게 도는 BLDC 모터는 이 코깅토크 때문에 발생하는 진동에서 자유롭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브러시드 모터는 그런거 없습니다. 그래서 진동도 없습니다. 덕분에 더 조용합니다. SELFLY는 진동과 가격 두 마리 토끼를 위해 BLDC 모터를 포기하고 DC 모터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완구용 드론과 미니 레이싱 드론 외에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브러시드 모터를 적용한 SELFLY는 그래서 BLDC 모터보다 셀카 촬영에 유리하겠구나 짐작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브러시드 모터의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짧은 수명입니다. 수명은 만드는 회사마다 다르고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5시간에서 9시간 정도의 수명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행시간 5분으로 계산하면 최소 60회 정도 비행할 수 있습니다. 더 멋진 셀카를 찍으려고 선택한 셀카드론의 수명으로는 턱없이 짧지 않나 생각됩니다. 아직 모터의 정확한 사양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출시 예정인 6월에는 저렴하고 교환이 간편한 모터가 같이 출시되지 않을까 기다려봅니다.
Kickstarter에서 4배 가까운 금액을 모은 SELFLY는 너무 길어서 한 번에 부르기 부담스러운 충전 스테이션 '어 슈퍼 차지드 셀플라이 파워 뱅크 키트 (A Super Charged SELFLY Power Bank Kit)'를 출시하기 했습니다. 12,000mAh 용량을 가진 이 충전 스테이션이라면 SELFLY가 가진 650mAh 용량의 배터리를 18번 정도 충전이 가능하니 모처럼 나들이에 잘 먹은 화장을 배터리 때문에 놓치지 않을 듯합니다.
SELFLY는 앞으로 모이는 모금액에 따라 얼굴 인식 기능에서 동영상 편집 앱까지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마치 마징가 제트에서 그레이트 마징가로의 진화를 연상시킵니다. SELFLY가 인류를 악의 무리에게 지키기에는 아주 약간 무리겠지만 우리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충실히 담아내는 셀카드론이 되었으면 기대해 봅니다.
아, 물론 크라우드펀딩 드론은 제대로 출시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죠
(우리는 자노와 릴리의 선례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ㅠㅠ)
WRITER 민연기 / 드론스타팅 필진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