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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드론스타팅 May 30. 2017

맞추고 칠해보자. 드론계의 건프라 BEEBOT

함께 조립하고, 함께 날려보는 퍼즐 드론의 등장

저는 드론이 막 떠오르는 순간이 가장 즐겁습니다. 프로펠러가 바람을 가르기 시작하는 순간, 기우뚱 하지만 서서히 무게가 없는 비눗방울처럼 떠오르는 순간 말입니다.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에서 만유인력을 발견한 이후 우리는 줄곧 중력에 발이 묶여 있었으니 하늘에 떠있는 모든 것은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드론은 하늘을 나는 물건입니다. 거기에 가치와 즐거움이 있습니다. 사진=pexels.com


여러분은 드론과 보내는 시간 중에 어떤 시간이 가장 즐거운가요? 까마득 높은 곳에서 조종하는 데로 움직이는 것을 즐기거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즐거운 분도 계실 것입니다.


드론에서 찍은 동영상을 모니터로 확인하고 편집하는 것이 즐겁기도 합니다. 레이싱 드론을 즐기는 분들은 빠른 속도로 장애물을 피해 날았을 때의 상쾌함을 이야기합니다.


드물지만 드론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구조로 만들었을 때 더 효율적일지 상상하는 것도 드론이 주는 즐거움 중에 하나입니다.


레이싱 드론 정도는 가볍게 직접 만들어 봅시다.


그리고 여기 조금 다른 시선과 다른 가치를 가진 드론이 있습니다.


만약 드론을 만드는 과정이 퍼즐처럼 재미있다면, 그리고 드론이 나만의 색깔을 가진다면 어떨까요?? 그렇게 만들어진 드론이 떠오르는 순간은 지금까지의 당연한 듯 멋지게 날아오르는 드론과 다른 즐거움이 있지 않을까요?


오늘 소개하는 드론은 기술(Technology)보다 공예(Craft)에 가까운 드론, BEEBOT 입니다.




나무 퍼즐과 드론 사이


BEEBOT의 상자를 열면 보통의 드론을 만날 때와는 다른 설렘이 기다립니다. 나무가 주는 따스함과 퍼즐의 아기자기함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석으로 연결되는 부품에 BEEBOT 드론의 매력이 있습니다.


각 조각들이 찰칵하고 달라붙는 것은 자석의 이름이 유래된 기원전 2500년경부터 매력있는 장난감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자석으로 만들어진 많은 퍼즐이 있지만 BEEBOT은 그 퍼즐의 완성이 드론이라는 아주 매력적인 컨셉을 가지고 있습니다.


드론이라고 보다 퍼즐에 더 가까운 드론입니다. 사진=kickstarter.com


이름에 들어있는 BEE(벌)은 드론(Drone, 수벌)이기 때문이 아니라 완성된 모양이 벌집의 육각형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육각형 구조물은 견고하고 안정적입니다. 하지만 BEEBOT이 가진 벌집 모양은 더 큰 퍼즐을 위함입니다.


여러 개의 BEEBOT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사진=kickstarter.com


여러 대의 BEEBOT을 연결해서 만든 거대한 드론을 함께 띄운다면 필경 즐거울 것입니다. 뜨기야 하겠지만 조종을 하려면 만만치 않을 듯합니다.


제작자는 단순히 드론을 연결하면 큰 드론이 되고, 연결하기 쉬운 모양은 육각형이겠구나 생각했겠지만 중력을 이기는 것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드론은 상승하려는 힘을 움직이고 싶은 방향으로 회전시켜서 이동을 합니다.


버스를 2대 붙인다고 기차가 되지 않습니다. 하물며 드론은..


그러니까 전진하는 드론은 뒤쪽의 2개 모터를 더 빨리 돌려 앞으로 기울어지게 만들어야 하는데, 드론을 나란히 붙인다면 다른 드론에 걸려 회전할 수 없을 테니 말이죠. 전진을 하려면 뒤쪽 BEEBOT을 더 높이 띄우면 되기는 합니다.


이쯤 되면 단체로 비행하는 BEEBOT은 블록의 관계를 찾아 연결하는 퍼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연결해야 조종이 가능해 집니다.


합체된 BEEBOT의 비행은 2인3각 경기를 치르는 느낌이 들 듯합니다. 연결된 드론을 조종하려고 애쓰는 것을 상상하면 이것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BEEBOT의 재미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BEEBOT 패키지에는 5개의 물감과 붓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보통의 드론은 조종기와 여분의 프로펠러가 들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여분의 물감과 붓이 있어도 괜찮습니다. 사진=kickstarter.com


BEEBOT은 대량 생산을 위해 설계된 다른 드론과 비교하면 투박한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은 투박함을 같이 들어있는 물감으로 메워야 합니다.


이쯤 되면 이제 BEEBOT은 날 수 있든 날 수 있지 않든,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정된 6각형 공간을 모양과 색으로 채우는지가 더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BEEBOT은 어린이를 위한 색칠 교재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색이 모두 칠해진 퍼즐은 하늘을 날 준비가 다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진=kickstarter.com





평범한 완구용 드론?


BEEBOT은 약 120급(모터사이의 대각선 거리) 쿼드콥터입니다. 모터도 지름 8.5mm에 높이 20mm의 브러쉬드 모터가 사용되었습니다. 비교하자면 국민 드론 Syma X5와 비슷한 드론입니다.


심지어 조종기 조차 Syma 드론용 조종기라니!!! 사진=kickstarter.com


아마도 개발자는 처음 Syma X5를 분해해서 그것으로 BEEBOT을 만들었나 봅니다.


실제로 Syma X5는 수신기 일체형 FC를 사용하고 있어 내부 구조가 간단합니다.


약간의 손재주가 있는 분은 Syma X5로 다른 모양의 드론을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BEEBOT의 개발자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는지 모르겠습니다.


Syma에서 원형을 짐작할 수 있는 BEEBOT은 형상과 무게로 짐작해 보았을 때 Syma와 비슷하거나 더 나쁜 비행성을 가지고 있을 듯합니다.


나름 BEEBOT만의 기술도 동원 되었습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프레임이지만 가볍게 하기 위해 내부가 비워져 있습니다.


이렇게 속이 텅 비어있습니다. 사진=kickstarter.com


내부가 비워져 있더라도 접착해서 만들어진 프레임이 견고할리 없습니다. 그래서 드론은 충격에도 깨지지 않고 변형되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거나 좀처럼 깨지지 않는 카본으로 만들어지곤 합니다.


전체가 카본으로 만들어진 드론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완벽하게 부서지지 않는 기계를 만들 수 없을 때 엔지니어들이 생각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부서지는 부품을 일부러 함께 만드는 것입니다.


BEEBOT 드론은 각 부품이 자석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충격에 부서는 것이 아니라 분리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BEEBOT은 필요 이상의 21개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조각들은 자석으로 연결 됩니다. 사진=kickstarter.com


드론의 비행에 있어서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교환이 가능한 부품이 부서진다는 건 큰 장점입니다. 큰 충격을 받아 부서지더라도 수리하기 편하기 때문에 말이죠.


레이싱 드론의 프로펠러는 너무 단단하면 좋지 않습니다. 프로펠러가 망가지지지 않으면 모터까지 망가지거든요. 아니면 다리가 부러져 버리거나요. 사진=sgeorgiev.com/blog





문화와 예술과 드론


BEEBOT이 처음 세상에 공개된 것은 지난 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Mini Maker Faire에서입니다.


방콕 미니 메이커 페어, 메이커 페어는 어린이들에게도 즐거운 장소입니다. 좀 이상한 어른들이 많이 있지만 말이죠. 사진=kickstarter.com


생소하신 분이 많겠지만 메이커 페어는 무언가 만드는 사람들의 축제로 해마다 전 세계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정보 공유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3D 프린터 등의 도구의 발달로 누구나 무엇이든 쉽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시작된 운동이죠.


메이커 무브먼트는 데일 도허티(Dale Dougherty)가 처음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아두이노 같은 오픈소스(공개되어 무료로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는 기술)를 이용하여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드는 문화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메이커는 생산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만드는 사람을 뜻합니다. 인류는 필요한 물건은 직접 만들어 사용해 왔기 때문에 누구나 메이커였습니다.


메이커들은 3D 프린터와 라즈베리 파이 같은 간단한 컴퓨터(코딩 교육을 위한 싱글보드 컴퓨터)를 사용해서 생각보다 더 대단한 것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이 메이커 무브먼트가 모여 메이커 페어 (Maker Faire)를 개최하는데, 전국 각지의 숨은 메이커들이 자신이 만든 것을 가지고 나와 서로 정보를 공유합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메이커 페어를 만날 수 있습니다. 2016년 메이커 페어 서울.


개인이 자신의 필요와 흥미에 따라 물건을 만드는 메이커 무브먼트에서는 전혀 없던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는 것은 드뭅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알고 있는 사람을 이곳에서 만납니다. 그리고 전에 없던 새로운 물건이 탄생합니다.


아이폰의 기술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닌 전에 있던 기술이 모여 만들어 졌음을 생각하면, 메이커 무브먼트는 요 근래 정치인들이 유독 좋아하는 창조와 혁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다소 DIY (Do It Yourself)와 의미가 비슷하지만, 여기서 탄생한 좋은 아이디어는 킥스타터(Kickstarter)인디고고(Indigogo) 같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세상에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메이커 무브먼트를 통해서 소개되는 제품은 최첨단 기술로 무장하기 보다 그것을 쓰는 사람, 그리고 쓰는 즐거움이 더 중요합니다.


BEEBOT은 메이커 무브먼트에서 메이커 페어를 거쳐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킥 스타터에 오게 되었습니다.


나무와 CNC (Computer Numerical Control) 레이저 커터는 3D 프린터와 함께 메이커들이 즐겨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BEEBOT의 제작도 도 이 레이저로 제작


이렇게 완성된 BEEBOT은 드론으로서의 완성도를 논하기 어렵습니다. 저렴하게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완구형 드론을 응용해서 만들어 진데다, 단순히 자석으로 연결되는 블록을 조립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만한 것이 없는 드론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드론의 하늘을 나는 방법을 사람들이 알게 되고는 모두들 더 높은 성능만 바라보고 달려갈 때 BEEBOT은 드론을 전혀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BEEBOT은 문화와 예술 그리고 그것을 완성하는 기술이 모여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메이커 무브먼트가 추구하는 이상을 가지고 있죠. 이렇게 탄생한 제품을 킥스타터에서 만나는 것은 큰 즐거움입니다.


지금까지 킥스타터에서 주목 받아온 드론은 전에 없던 기술과 화려한 컨셉, 거기에 노마진의 참신한 가격을 가진 드론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과한 욕심은 기대했던 기술 대신에 동영상 편집 기술만 발전시키고 말았습니다.


기대와 기다림 끝에 실망과 분노를 잉태한 킥스타터 드론들.


기다리는 자에게 실망을 주는 크라우드 펀딩의 함정


이제는 멋진 동영상과 간편한 결제 구조만 남아버린 듯 한 킥스타터에 BEEBOT 드론은 지난 5월 6일에 처음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펀딩 결과는 목표 금액인 50,000불에 이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동안 놀라운 기능에 감탄하던 후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BEEBOT은 남다른 기능을 가지지도 못했고 가격도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149불이나 합니다.


149불짜리 드론에는 미치지 못하고 149불짜리 퍼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비쌉니다. 이런 투박함으로 BEEBOT이 펀딩에 성공할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자석으로 결합되는 나무 퍼즐을 완성하면 드론이 된다는 그리고 그 퍼즐 조각들은 내손으로 꾸며야 완성이 된다는 생각은 뛰어난 기술에만 목말라하는 우리에게 잠시 쉬어가는 드론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BEEBOT은 푸른 잔디 위로 유유히 떠오르는 초여름의 낮잠 같은 나른함을 가진 그런 드론입니다. 사진=kickstarter.com


비록 BEEBOT이 킥스타터에서 펀딩에 성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디서 어떤 형태로든 BEEBOT을 꼭 만나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번쩍이는 카본으로 만든 드론이 뒤덮은 미래의 하늘도 멋지지만 사람과 이야기와 즐거움을 담은 드론이 떠있는 미래의 하늘이 더 행복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WRITER 민연기/드론스타팅 필진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




초보자를 위한 드론 전문 웹진, 드론스타팅!

www.dronestar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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