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날아가는 착한 드론들
여러분은 비행 중 어떤 순간에 쫄깃해지는 심장을 느끼게 되시나요?
거센 바람에 멀어져 가는 드론을 볼 때인가요?
무서운 기세로 득달같이 달려드는 아이들과 조우했을 때인가요?
아니면 무심하게 들리는 노콘 소리와 저 멀리 사라지는 드론의 모습인가요?
어떤 경우를 만나든 우리가 떠올리는 최악의 상황은 사랑하는 드론과 생이별을 겪게 되는 일입니다.
애지중지하던 드론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니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그런데 오늘 살펴 볼 드론은 누군가를 돕기 위해, 편도티켓을 손에 쥐고 태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고 오지 않을 1회용 드론이라니 조금은 슬퍼지지만, 그 이유를 알게 되면 격한 감동의 쓰나미에 휩쓸리지도 모릅니다.
가장 먼저 만나 볼 드론은 파운서(Pouncer)입니다.
영국에 위치한 Windhorse Aerospace는 전 육군 물류 전문가 나이젤 기퍼드(Nigel Gifford)를 중심으로 구성된 팀입니다.
물류와 관련해 일 해오던 나이젤 씨는 재난 구호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이젤 씨는 접근하기 어려운 재난 지역에 물품을 전달하는 드론을 설계했습니다.
이렇게 태어난 파운서는 목제 프레임으로 만들어졌고, 화물을 나른 후에는 현장에서 재활용되거나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친환경 드론입니다.
3m 폭의 고정익을 가진 파운서는 진공 포장된 구호식품과 의약품 등을 재난 현장까지 가져 갑니다.
항공기를 이용해 비행하는 파운서는 최대 35k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갈 수 있습니다.
또한 목표한 지역에서 7m 이내의 오차 범위를 가진다고 합니다. 나이젤 씨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목제 프레임을 먹을 수 있는 재질로 대체하는 걸 최근의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도 나이젤 씨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아더랩(Otherlab)에서 근무하는 스타 심슨(Star Simpson) 씨는 그녀의 팀과 함께 압사라(APSARA)를 개발했습니다.
압사라는 앞에서 살펴 본 파운서와 같이, 도움이 필요한 지역에 물자를 수송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골판지와 포장 테이프만으로 만들어진 압사라는 약 1m 크기의 드론으로 별다른 추진 장치가 없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압사라는 GPS와 일회용 배터리, 자동 조종 장치 등 비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하드웨어만 탑재하고 있습니다.
골판지로 만들어진 압사라는 가벼운 무게 덕분인지, 다른 항공기나 글라이더 등에서 투하되어 최대 150km(상공 10km 투하 시)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도착지에서 오차 범위는 10m 안팎이라고 합니다.
압사라 한 대를 만드는데 드는 시간은 겨우 30분 남짓이라고 합니다.
30분 만에 만들고 150km나 날릴 수 있는 착한 압사라는 골판지라는 제질 탓인지, 적재할 수 있는 무게가 고작 1kg 안팎입니다.
하지만 대형 운송기 한 대를 이용할 경우에는 압사라만으로 캘리포니아 전역에 물품을 나를 수 있다고 합니다.
위에서 소개한 파운서도 환경을 생각하고 있지만, 압사라만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압사라는 골판지에 버섯포자를 심어 환경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연한 드론은 골판지만큼 특이한 재질로 만듭니다.
드론을 이용한 물류는 민간에서보다 군에서 더 관심을 두고 있던 내용입니다.
캘리포니아에는 이런 수요를 반영해 군용 수송 드론을 개발하는 곳이 있습니다.
로지스틱스글라이더스(Logistics Gliders)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로지스틱스글라이더스는 LG-1000이라는 군용 수송 드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군이 이용하고 있는 보급 방식은 JPADS(Joint Precision Airdrop System)입니다.
JPADS는 GPS나 조종 장치가 달린 낙하산을 이용한 보급 방식입니다.
원격으로 조종이 가능하지만, 날씨의 영향을 받는 등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로지스틱스글라이더스는 JPADS보다 나은 방법을 찾던 중에 LG-1000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로지스틱스글라이더스가 개발한 LG-1000는 2012년 첫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LG-1000은 JPADS의 1/3 수준인 600달러로 제작할 수 있고, 약 453kg의 물자를 실은 상태에서 최대 130km까지 비행할 수 있습니다.
22m 내외의 오차 범위를 가진 LG-1000은 JPADS 방식과 달리 악천후에도 물자를 수송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먼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드론들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오늘 살펴본 드론들은 정말 착한 것 같습니다.
먼 곳에서 도움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찾아갈 뿐만 아니라 떠나보내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경제적인 부담도 줄여주니까요.
하지만 한번 날려 보낸 드론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건 조금 슬픕니다.
그래도 좋은 목적을 가지고 떠나는 만큼 멋지게 날아가는 마지막 뒷모습에 박수를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드론과 친해지고 싶은 이중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