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셀카 드론으로 살펴보는 크라우드펀딩의 현 주소
드론의 종류를 나누는 방법이 수 없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현실적인 드론 구분법은 가격대겠지만
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드론 선택이라면 가격대별 구분법이 가장 실용적입니다.
소비지상주의적 구분법 말고 레저용 촬영드론을 기능적인 면으로 나누어 본다면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지, 카메라를 위한 짐벌을 가지고 있는 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카메라가 없는 드론은 완구형으로 가볍게 날릴 수 있지만, 카메라를 가지는 순간 드론은 목적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카메라는 가지고 있지만 짐벌은 없는 드론은 주로 가벼운 촬영 특히 셀카에 적합하고, 짐벌까지 가지는 드론은 항공 촬영을 위한 본격적인 레저용 드론이 되는 거죠.
모먼트(Moment)는 짐벌 없는 셀카 드론입니다.
드론스타팅은 셀프 사진 촬영에 적합한 셀카 드론을 꾸준히 관찰해 왔지만, 이번에 새로 인디고고(Indiegogo)를 통해 등장한 모먼트는 관심을 끄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짐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셀카 드론 모먼트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Indiegogo)를 독특하게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눈길을 끕니다.
그래서 오늘 살펴 볼 드론은 셀카 드론 모먼트입니다. 그리고 모먼트를 통해서 크라우드펀딩의 현주소도 함께 살펴봅니다.
우선 모먼트가 어떤 드론인지 살펴봅시다.
모먼트는 셀카 드론도 4k 카메라쯤은 당연히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등장합니다.
EIS(Electronic Image Stabilization)은 흔들려 찍힌 영상을 바로 잡아 주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촬영된 영상을 한장 한장 잘라 제자리에 가져다 붙여서 어지럽게 흔들린 영상을 다시 정렬해 줍니다.
물론 짐벌을 사용하거나 카메라 렌즈를 움직이는 방법보다 효과는 적지만, EIS 기능이 있는 영상과 없는 영상의 차이는 스포츠카와 고급 세단의 승차감만큼이나 차이가 납니다.
주변에서 가만히 호버링하는 정도면 충분할 셀카 드론에게 GPS는 호사스런 기능입니다.
가벼운 셀카에 필요한 10 발자국 이내의 비행은 GPS의 오차범위 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처음 드론을 구입한 사람이라면 눈앞의 호버링에 만족할리 없습니다.
“그래도 드론이니 항공법이 허용하는 150m 정도는 날려 봐야죠.”
라고 생각하는 용기를 가진 드론 입문자라면 GPS 기능은 필수가 됩니다.
모먼트는 버튼 하나로 처음 떠났던 곳의 위치를 기억하고 돌아옵니다.
그리고 배고픈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기능과 주인을 알아보는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모먼트에게 눈길이 가는 특징은 반으로 접히고 프로펠러를 완벽하게 감싸는 구조입니다.
어디서 본 듯 하다면 아마 이 드론입니다. 다리만 접어준다는 다른 드론들에게 경각심을 부른 드론, 호버 카메라입니다.
모먼트는 아쉽게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센서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른 드론이 충돌을 피하려고 노력할 때, 모먼트는 415g의 가벼운 무게와 선풍기 망을 연상시키는 구조로 충돌이 별 의미가 없을 듯합니다.
대체 뭘 보고 피하는 걸까 싶은 센서보다 부딪쳐도 아무 일 없는 편이 신뢰가 갑니다.
그러나 모먼트가 주장하는 다른 드론과의 비교를 살펴보면
딱히 눈에 띄는 특이한 점이 없습니다. 미묘하게 높은 숫자를 가지거나 남들이 가진 것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지난 7월에 진행했던 1,000대의 필드 시험도 비슷한 기능을 가진 드론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모먼트는 가장 무시무시한 필살기를 하나 숨기고 있었습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인디고고에 지난 7월말에 소개된 모먼트는 펀딩을 마치는 10월 31일에는 326,447불로 자그마치 642%의 펀딩에 성공합니다.
비록 모먼트는 책처럼 반으로 접히는 호버 카메라의 짝퉁 까지는 아니라도 사촌 동생 같은 외모인데도 말이죠.
모먼트가 기능면에서 GPS를 가지고 있고 비행시간이 조금 더 길다는 장점에 최소 펀딩 가격이 불과 189불 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드론들의 인큐베이터로 크라우드펀딩은 신기한 드론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장소였습니다.
세상에 모든 창의적인 사람은 크라우드펀딩에 다 모였고, 세상에 모든 진기한 제품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서 탄생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에 새로 소개되는 제품만 구경해도 하루가 흘러가 버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기술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디어만으로 성급히 시작한 제품들은 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함께 동영상만 멋진 상상의 제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거기에는 또 다른 슬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술이 완성되고 진심으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만들려는 야심찬 발명가는 펀딩에 성공한 제품을 가지고 저렴한 생산지로 중국을 선택합니다.
드론을 개발하고 생산하기 유리한 중국의 심천 같은 지역의 공장을 찾아가, 한두 군데에 설계도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막강한 생산력과 카피력을 자랑하는 대륙답게, 방문했던 모든 공장이 그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게 됩니다.
그것도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친 발명가가 요청했던 가격보다 더 저렴하게 말입니다.
그리고 발명가가 제품을 출시할 때에는 이미 대륙의 비슷한 제품들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고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에서 제시한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말이죠. 게다가 자기들끼리 가격 경쟁에 돌입합니다.
비록 이런 드론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소개 되었더라고 말이죠.
한국은 다른 나라의 기술을 빠르게 흡수해서 발전했습니다.
지금의 중국이 보여주는 모습도 다른 나라의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는 단계에서 생긴 소소한 부작용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비록 의미는 조금 다르게 해석되지만 성경에도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니까요.
이런 슬픈 사정으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는 이제 새로운 제품과 기술이 소개되는 장소가 아니라 소규모 예술 프로젝트의 후원 사이트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모먼트의 성공적인 펀딩은 꼼꼼히 따져볼만 합니다.
다른 슬픈 드론들과 다르게 모먼트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기술로 준비 되었고, 처음부터 중국 심천에서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또 이미 상당 부분의 개발이 완료되어 펀딩이 시작하기 2개월 전, 이미 모먼트 생산을 위한 모든 준비가 완료되어 있었습니다.
모먼트의 깊은 속사정이야 알기 어렵지만, 마치 신제품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디고고 같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서 런칭 기념 할인 행사를 시작한 모양세입니다.
이미 조금 비싸지만 뱅굿에서 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이렇게 모먼트는 영약하게 제품을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크라우드펀딩을 사용하는 전혀 새로운 방법을 본 듯해 조금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189불에서 299불로 변했다가 246불로 변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카드 결제 완료 문자 메시지가 무심하게 스마트 폰을 울릴 때 까지 말이죠.
크라우드펀딩의 드론은 슬픈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드론스타팅에서도 소개했던 Airselfie는 무사히 출시에 성공했으니까요.
크라우드펀딩이란 새로운 마당을 통해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발명품을 만나는 즐거움은 이렇게 퇴색되어 가고 있는 듯합니다.
적은 비용으로 무엇이든 생산할 수 있는 약속의 땅이던 중국은 이제 붉은 속내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특허나 저작권 문제 따위는 초월한 무신경함에 대한 질문을 하면 중국은 대답합니다.
'그건 발전을 위한 소소한 필요악이에요.'
하지만 이런 무신경함은 결국 중국의 기술 발전을 좀먹게 되지 않을까 오지랖도 참 넙데데한 걱정을 해 봅니다.
미국의 과학, 공학의 발전은 발명가와 기술을 지키기 위한 특허법과 역사를 같이 하고 있다는 연구도 있으니까요.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발명과 비슷한 시기에 강화된 미국의 특허법은 아폴로 11호로 인류가 달에 도착하는데 불과 66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가능하도록 도왔습니다.
이제는 스타트업 기업이 탄생하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합니다.
낮은 진입 장벽을 가진 기술은 쉽게 복제 당하고 높은 기술과 정보는 거대 기업이 독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거대 기업은 그때의 거대 기업들 사이에서 게임의 규칙을 바꾼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상상을 세상에 보여줄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때인가 봅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