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만에 나온 Eachine의 새 FPV 고글, 뭐가 달라졌을까요?
FPV 고글은 레이싱 드론 애호가라면 누구나 탐내는 물건입니다.
드론의 눈과 나의 눈을 딱 붙이는 경험은 꼭 FPV 고글이 아니더라도 여러 방법이 있지만
그래도 FPV 고글만큼 가볍게 가지고 다닐 수 있고 주변의 빛을 완전히 가려줘, FPV 영상에만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장치도 드뭅니다.
그리고 FPV 고글은 다른 박스형 고글이나 FPV 모니터와는 다르게 있어 보입니다.
이 한줌의 있어 보임을 위해서 수많은 레이싱 드론 애호가들이 자신의 지갑을 훌훌 불태웠습니다.
사실 박스형 고글의 성능은 FPV 드론을 즐기기에 부족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박스형 고글은 어딘지 하늘을 즐기는 취미와 용돈 사이에서 적당히 타협한 어느 중간쯤이 있는 듯 한 인상을 지울 길이 없습니다.
사실 박스형 고글이 구조적으로 최적의 성능을 구현하기 유리합니다. 고글의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에서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왜인지 이 FPV 고글을 쓰면 겨우 호버링만 가능하던 내 드론도 3배는 더 빨라질 듯합니다.
이렇게 FPV 고글은 마치 레이싱 드론 입문자와 숙련자를 나누는 경계처럼 야속하게 서민의 쓰린 지갑을 조롱했습니다.
그래서 99.99불의 Eachine의 EV100 고글은 주목을 받게 됩니다.
99.99불이라는 특별가로 출시된 EV100 고글은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기대 속에 출시되었고, 그로부터 2달여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영겁의 배송기간을 자랑하는 중국 무료 배송 사이트에게 마음 졸이며, 1개월 가까운 배송 기간 후에야 겨우 국내 드론 애호가들의 평가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만족과 실망이 교차하는 동안 드론과 관련된 제품이라면 뭐든 생산하는 Eachine은 금방 EV100의 후속 모델 EV200D의 출시를 예고합니다.
예고된 EV200D는 EV100이 가진 단점을 철저히 고민한 사양으로 준비했습니다.
과연 2개월의 고민으로 Eachine은 어떤 FPV 고글을 준비했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드론스타팅의 오늘 이야기는 EV200D 미리보기 입니다.
원래 Eachine은 가볍게 즐기기 좋은 드론들로도 유명하죠.
EV100 고글의 특별가 99.99불은 예정되었던 할인 기간을 지나면 홈페이지의 공식 가격이었던 340불로 돌아가는 듯 싶었습니다.
하지만 340불이라고 하기에는 '누가 사냐' 스펙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지 결국 200불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정착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마법의 숫자 99.99의 맛을 알아버렸으니, 200불의 가격도 이미 비싸게 느껴집니다.
우려했던 28도의 좁은 FOV는 전부터 FPV 고글을 사용하던 사람들에는 답답한 화면이었지만, 작은 크기는 720×540의 해상도를 돋보이게 했습니다.
좁은 화면을 개선하는 팁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두꺼운 폼을 제거해서 눈과 디스플레이 렌즈를 더 가깝게 하는 방법입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EV100은 초점을 맞추기 위한 조종장치 Focal Length Adjusting 기능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기대되었던 Focal Length Adjusting 기능은 별도의 디옵터 렌즈(Diopter Lens, 표준 시력에 맞춰진 고글을 안경 착용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추가하는 렌즈)가 필요 없어지기 때문에 안경을 쓰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안경 착용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이 기능이 Eachine 사도 맘에 들었는지 다른 고글들처럼 디옵터 렌즈를 끼울 자리 따위 두지도 않았습니다.
덕분에 시력이 Focal Length Adjusting으로는 감당이 안 될 경우, EV100은 못 쓰는 고글이 되어 버립니다.
시력이 나쁜 사람들은 ‘99.99불 고글을 위해 라식 수술이라도 받아야 하는 거냐’ 논란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또 HDMI 입력 지원은 별매품인 전용 케이블을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고해상도의 영상을 저해상도로 전환하는 젠더를 사용하면, 어떤 FPV 고글도 HDMI를 사용할 수 있으니 뭔가 사기 당한 기분입니다.
더군다나 전용 젠더가 내장 되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 전용 케이블은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가장 아쉬운 전파 수신율은 의견이 상이하게 엇갈립니다. 무난한 성능이라는 평가와 전혀 비행이 불가능하다는 평가인데,
FPV 고글의 전용 5.8GHz 영상 수신기 보다 조금 더 비싼 99.99불짜리 고글인 것을 생각하면 비난하기에는 너무 매정합니다.
그리고 EV100은 다시 99.99불의 정직한 가격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런 저런 아쉬움을 남겨두었지만 99.99불은 여전히 매력적인 숫자입니다.
새 FPV 고글, EV200D의 출시 소식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점은 EV100이 아직 시장의 평가를 충분히 받지 못한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3D 프린팅 같은 기술의 발달로 제품 개발 기간이 극적으로 짧아졌다고는 하지만, 2달여 만에 후속모델 발표라는 행보는 EV200D가 EV100 모델 출시 이전부터 준비됐을 거라고 짐작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EV200D의 사양을 살펴보면 EV100의 아쉬운 점들을 콕 집어 개선했습니다.
마치 EV200D가 EV100을 아쉽게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을 노린 듯 말입니다.
어쩐지 처음부터 EV100을 그 정도의 아쉬움을 느끼게 만든 게 아닌가 의심이 가기까지 합니다.
EV100의 720×540 해상도도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닙니다.
레이싱 드론이 보내는 영상은 NTSC 방식으로 720×480의 해상도로 밖에는 전송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EV200D의 1280×720는 턱없이 호사스런 사양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EV200D의 해상도는 지금까지의 FPV 고글 중에는 최고 수준의 해상도입니다.
거기에 화면 비율은 영화보기 좋은 16:9와 FPV 영상에 적합한 4:3으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외부 미디어를 감상하는 기능도 놓치고 싶지 않은 인상입니다.
거기에 다소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던 28도의 FOV는 42도로 대폭 강화되었습니다.
이 FOV 또한 현재 판매되고 있는 FPV 고글 중에 가장 큰 화면입니다.(안타깝게도 기존에 FOV 50도의 초대형 화면을 자랑하던 제품들은 모두 단종이 되었습니다. 42도가 최적의 화면 크기인가 봅니다.)
EV100이 가진 영상 수신기에 대한 불만에 응답하듯 EV200은 다이버시티 수신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FPV 화면만 의존하는 레이싱 드론은 드론이 보내는 영상 신호가 비행 안전과 직결됩니다.
때문에 영상수신기 성능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EV200D는 교체형 수신기를 그것도 팻샤크(Fatshark)의 호환 수신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V100에서 아쉽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던 영상 저장도 기본 기능으로 추가 되었습니다.
사실 Eachine은 EV100을 위해서 별도의 영상 저장 장치인 DVR EV100 Micro AV Recorder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장되어 있는 DVR이 좋은 건 당연한 거죠.
찬사와 원성이 함께한 Focal Length Adjusting 기능은 결국 사라졌습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아 아름다웠던 Focal Length Adjusting 기능을 삭제한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그 밖에도 눈과 눈 사이가 멀어 슬픈 사람들을 위한 IPD(Interpupillary Distance)는 다른 제품보다 여유롭고, 겨울이면 더 심한 안구 습기로 인해 생기는 렌즈 성애를 위한 팬처럼 고급진 기능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EV100가 자랑하던 8명까지 사용할 수 있다던 띄엄띄엄 떨어진 영상 채널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Eachine이 보여준 사양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FPV 고글보다 화려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EV200D를 가장 빛나게 하는 성능은 299.99불이라는 가격입니다.
299.99불은 Eachine의 제품들 중에도 최고가로 결코 싸다고 하기엔 우리의 지갑은 지극히 서민적입니다.
그러나 비슷한 사양의 FPV 고글의 가격과 비교한다면, EV200의 299.99불이라는 숫자의 매력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인지 항상 다소 비싼 듯한 가격에 가로선을 그어놓고, 지금 세일을 놓치면 영영 이 가격에는 구하지 못할 듯 싼 가격으로 유혹하던 Eachine도 이번만큼은 고작 0.01불만 깎았습니다.
0.01불 할인에 속상하지만 실제 판매 사이트의 가격은 299.99불, 5.8GHz 수신기를 뺀 제품은 279.99불로 그보다 20불 저렴합니다.
20불의 5.8GHz 다이버시티 수신기도 흔하지 않기 때문에 더 구미가 당기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마진을 쏙 뺀 게 아닌가 싶은 인상이 들기도 합니다.
아직 언제쯤 판매가 시작되는지 아무 정보도 없는 지금, 일단 위시리스트에 목록이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터무니없는 짝퉁을 만들기도 하지만 상당히 고민한 제품도 만들곤 하는 Eachine은 정말 재미있는 드론 회사입니다.
간만에 확인한 위시리스트에 품목에서 Eahchine의 제품만 따로 목록을 만들 지경이 되었으니까요.
실제 EV200D를 만날 때까지 이름 뒤에 D가 무슨 의미인지 고민해야 봐야겠습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