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바람을 이겨낼 방법과 겨울 비행의 장점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본격적인 겨울을 맛보기도 전에 칼날 같은 바람이 폐부에 스밉니다.
상냥한 아침인사 보다 스산한 겨울 향기에 대한 불평이 먼저 튀어 나옵니다.
드론의 프로펠러조차 녹일 듯한 지난 여름의 더위에 보복하듯 올 겨울은 벌써부터 자비 따윈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험한 날씨에 미리부터 진화를 거듭한 곰과 개구리, 뱀들은 따뜻한 곳으로 장기 휴양을 시작했을 테지만, 삼시 세끼를 거르는 일이 추위만큼이나 무서운 우리는 그들처럼 공복을 이기고 마냥 잠들지 못합니다.
그저 잠시의 짬이라도 따뜻한 이불 속에서 이 혹독한 겨울이 지나가기를 견딜 뿐입니다.
겨울 풍경은 우리에게만 삭막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겨울은 드론에게도 비수기이기 때문입니다.
나무에 얼마 남지 않은 낙엽을 떨구는 조용한 바람에도 움츠려드는 우리에게 드론의 프로펠러가 만드는 바람은 조종기를 잡은 손가락 마디마디에 새겨지기 때문입니다.
레이싱 드론의 눈은 나뭇잎을 모두 잃어버린 앙상한 나무 가지를 볼 만큼 좋은 편도 아닙니다.
그런 겨울이기에 우리는 더욱 비행을 꿈꾸기도 합니다.
그래서 드론스타팅은 일찍이 이불 속에서 비행을 외쳤지만
진정한 캠핑 마니아는 겨울에도 당당히 텐트를 치느냐로 구별할 수 있듯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추위는 진정한 드론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시험대인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드론 파일럿의 길을 목표한 당신에게 드론스타팅의 엄선된 겨울 비행 팁을 알려드립니다.
드론은 아무 배터리나 함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드론을 움직이는 전압은 건전지로도 만들지 모르지만, 중력을 이길 만큼의 전류는 어림없습니다.
높은 방전률을 자랑하는 리튬폴리머 배터리 없이 지금의 드론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좋은 것은 비싸듯, 아무 대가 없이 리튬폴리머 배터리의 힘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영하 15도를 심플하게 웃도는 한국의 겨울을 DJI는 우습게 보는 듯 하지만,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낮은 온도에서 전압과 전류가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추운 온도에서 무리하게 사용하면 생각보다 빨리 리튬폴리머의 한계 전압인 2.8V 이하로 떨어질지 모릅니다.
드론에 장착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너를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배터리에게 계속 상기시켜줘야 합니다.
그럼 추운 겨울 하늘에 내몰려도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덜 받을 것입니다.
비행 직전까지 따듯하게 배터리를 지키는 방법으로는
일반 리튬폴리머 배터리 백에 핫팩을 함께 넣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할 수 도 있지만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상온보다 높은 온도에서 최고의 성능을 보인다는 실험도 소개되고 있지만, 내 몸도 추위에 부들부들 떠는데 배터리만 따뜻하게 해주는 게 야속하다면 외투 안주머니에 넣어 주세요. 체온은 나눌 때 배가되는 법이거든요.
비행 전에는 그렇지만 비행 중에는 괜찮을까요?
자신이 품던 전자를 대량으로 방출하는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동작 중에 열이 발생합니다.
어느 정도 비행을 하면 영하의 온도까지 떨어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겨울을 함부로 판단하기는 어렵죠.
겨울 비행에서 배터리는 온도 유지가 가장 기본이지만, 갑자기 불어오는 찬바람에 배터리가 얼마나 자기 성능을 보여줄지 알기 어렵습니다.
배터리가 어느 정도 열을 발생시킬 수 있을 때 까지 호버링으로 예열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예열하기엔 너무 바쁜 레이싱 드론에겐 적용하기 어렵겠군요.
추위에 노출된 배터리는 상온에서 보다 적은 양의 전류를 만듭니다.
그래서 추운 날씨에 갑작스런 기동은 전류를 순간적으로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전류가 떨어지면 모터의 회전 속도가 떨어집니다. 하지만 그보다 제어부가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급작스런 상승이나 최고 출력 비행은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수한 목적을 가진 드론을 제외하면 드론에 무언가 더 설치하는 일은 드물지만, 추운 날씨 속에서 배터리는 어떤 변덕을 부릴지 모릅니다.
촬영용 드론은 기본으로 설치된 카메라 외에 다른 화물(Payload)을 고려하여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모든 설계는 안전율(실제 견뎌야 하는 중량보다 더 많이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하는 비율)을 가지고 있지만, 변덕스런 배터리는 안전율 따위 눈 덮인 뒷동산으로 던져버릴지도 모르니까요.
스마트폰도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리튬이온 배터리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드론이 사용하는 리튬폴리머 배터리도 스마트폰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같은 구성입니다.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에는 상업적인 사연이 있는 듯 합니다.)
드론이 힘든 만큼 스마트폰도 힘듭니다. 촬영용 드론은 모니터와 조종기를 스마트폰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위로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갑자기 방전되면 연락 없던 그녀에서 온 전화도 놓치고, 드론도 놓치는 이중의 슬픔을 경험합니다.
봄이 옵니다. 보통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드론은 죽습니다.
전자 기판에게 물은 특정 방향으로만 흘러야 하는 전기를 물을 따라 멋대로 흐르게 만듭니다.
물은 드론의 섬세한 FC에 치명적일 뿐 아니라 높은 전류가 필요한 ESC나 모터 단자에 불꽃을 일으킬지 모릅니다.
보드랍게 내리는 눈꽃 속을 비행하는 드론이 불꽃놀이 까지 보여준다면 참 따뜻한 겨울이 됩니다.
FC나 ESC는 완전히 밀봉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런 전자 부품들은 전기가 흐르는 단자가 대부분 노출되어 있습니다.
케이스에 가려진다 해도 물은 좁은 틈이라도 비집고 들어가 FC를 광란의 상태로 몰고 갈 수 있습니다.
눈이 붙어만 있다고 방심하지 마세요. 전기가 흐르는 모든 부품이 만드는 열은 눈을 녹입니다.
BLDC 모터는 기본적으로 단자가 외부로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방수 코팅이 필요 없습니다. 대신 모든 전자 부품과 커넥터에 코팅액을 발라야 합니다.
도포할 때 압력을 측정하는 기압센서는 피해야 하는 점만 주의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을 DJI 드론과 같은 RTF 제품에 적용하기는 힘듭니다.
방수액을 바르기 위해 드론을 분해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분해된 드론을 AS 받기는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죠.
눈 위에서 날아오르면 프로펠러가 만드는 바람에 눈이 흩어집니다. 이것도 나름 장관입니다.
하지만 흩어지는 눈꽃은 소중한 드론의 은밀한 곳까지 스며듭니다.
착륙할 때는 랜딩 패드 위에 한 치에 오차도 없이 내리면 됩니다. 위험하지만 호버링 상태에서 손으로 잡아 랜딩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게 어디 쉬운 일이냐구요? 그러나 드론이란 어느 순간 어떤 변덕을 부릴지 모르니 정밀한 랜딩을 연마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드론에서 가장 온도가 떨어지는 부품은 프로펠러입니다. 특히 눈이 오는 동안 비행을 한다면 젖은 프로펠러는 얼음을 모으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프로펠러의 위와 아래의 공기의 압력 차이로 발생하는 양력은 프로펠러 위쪽의 온도를 더 많이 떨어트려 빠르게 얼음을 생성합니다.
프로펠러에 생긴 얼음은 비행성능을 떨어트립니다. 특히 영하의 온도에서 생기는 물안개나 (시도하면 위법이겠지만)구름을 통과해서 비행을 한다면 프로펠러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드론보다 소중한 것은 당신입니다. 드론을 보살피느라 나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사실 지금까지 팁은 팁일 뿐, 한 두 가지쯤 무시해도 당장 떠오르는 데는 문제가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드론을 조종할 당신이 추위에 주눅이 들어 이불 밖으로 나서지 않으면, 핑크색 수면 양말로 배터리를 소중하게 보호한들 아무 소용없습니다.
일단 어떤 추위도 견딜 수 있게 든든하게 입으세요. 주머니에 핫팩도 잊으면 안됩니다. 다만 스키장의 핫팩과 드론 비행의 핫팩은 역할이 다릅니다.
스키장은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핫팩이 덥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드론 비행에서 열심히 움직이는 것은 손가락 뿐, 아무리 열심히 손가락을 놀려도 체온은 1도 오르지 않습니다.
조종기를 잡는 손은 체온을 가장 쉽게 잃습니다. 추위로 손가락이 움직이지 못하면 드론도 날지 못합니다.
러시아 음악가들이 추운 곳에서도 빠른 연주를 유지하기 위해 손가락을 얼음물에 넣듯 평소에 틈틈히 찬물에 손을 넣고 조종기를 잡는 연습을 하세요.
귀찮으시다구요? 그럼 의지할 것은 장갑뿐입니다.
장갑이 섬세한 조작을 방해하는 레이싱 드론이라면
그리고 틈틈이 얼음물에 손가락 단련을....
이렇게 까지 해도 이불 밖은 위험투성이입니다. 그렇다면 드론 비행을 위한 야외 이불을 준비합니다.
저렴하고 설치하기도 간편한 이 샤워 텐트는 어떤 야생에서도 따뜻한 이불을 만들어 줍니다.
드론을 맘 편하게 날릴 수 있는 곳은 주로 도시를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경우 그냥 차 안에서 날려볼까 하는 고민도 듭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창문을 제외하고 전파를 차단하기 때문에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연장선을 이용해서 송수신 안테나를 자동차 위에 설치하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지만
이 밖에도 좀 더 근본적인 겨울 비행법이 있습니다. 춥지 않은 비행이 가능한 곳을 찾으세요. 지하주차장입니다.
사실 마음 놓고 주차장에서 비행을 할 만큼 텅 빈 주차장은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차라리 큰 주차장을 가진 건물주와 친분을 쌓거나 건물주가 되는 편이 쉬울지 모릅니다.
주차장 보다 더 좋은 곳을 찾아 떠나는 방법도 있습니다. 호주나 뉴질랜드는 지금이 한창 드론 날리기 좋은 계절이니까요.
드론 할부도 한창인데 드론 여행은 가당치도 않은 이 겨울, 이렇게 바리바리 챙겨 살을 에는 추위로 소중한 드론과 나를 내몰 가치가 있을까요? 방구석에도 드론이 비행할 공간이 있는데 말이죠.
물론 겨울 비행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의 겨울은 건조하기로 유명합니다.
습도가 높은 여름보다 공기 중에 수증기가 거의 없는 겨울은 먼 풍경을 즐기는 항공 촬영에서 평소와 다른 깨끗한 화면을 얻을 수 있게 해줍니다.
그 외에도 낮은 기온은 호수나 강에 물안개를 쉽게 만들어 줍니다.
겨울에만 담을 수 있는 풍경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겨울 비행 중에 눈이 내린다면
그뿐만이 아닙니다. 겨울은 여름보다 낮은 온도 덕분에 공기의 밀도 높습니다. 높은 밀도의 공기는 프로펠러가 만드는 양력을 극대화합니다.
정말 이런 차이가 느껴질까 궁금하시면 배터리를 충전하고 양말을 씌웁시다. 그리고 드론에게 겨울 왕국을 보여줍시다.
혹독한 추위를 이겨낸 나의 겨울 비행은 당신의 여름 비행보다 아름다울지 모르니까요.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