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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드론스타팅 Jan 11. 2018

DJI 고글 RE, DJI의 레이싱 드론을 위한 야심

제품 개발을 위해 미리 만드는 시작품을 목업 (Mock-Up)이라고 부릅니다.

       

세상에 태어나기 전의 제품은 누구나 호기심을 갖기 마련인데, DJI 같이 드론계에서 독보적인 회사의 목업은 세간의 주목을 받습니다.

       

DJI의 스파크 목업 사진이 유출 되었을 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DJI쯤 되는 회사는 항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에 신제품 소식이 공식적으로 공개되어도, 어지간한 소문이 미리 퍼진 후라 어제 마신 맥주 같은 맛이 나곤합니다. (드론스타팅이 일조하기도 했지만요.)

         

지금은 별로 재미가 없지만 과거 애플사의 보안은 신제품 발표를 더 기다리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진=www.todayonline.com

         

그런데 DJI가 지난달 23일 소리 소문 없이 고글을 출시했습니다. 이미 자사의 고글을 출시한지 7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말이죠.

       

검정과 주황색의 조화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연상시킵니다. 사진=store.dji.com

          

하지만 색깔만 다를 뿐 생김이 그들의 첫 제품과 다르지 않아, DJI의 신제품 치고는 큰 관심을 못 받고 있는 듯합니다.


가격도 기존의 DJI 고글의 초기 발매가격이었던 61만원 보다 11만원이나 더 비싸게 출시되었습니다.


아무리 DJI가 가격의 자비가 없다고 하더라도 드론 대중화를 가격대비 성능으로 개척했던 DJI인 만큼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를 자세히 살펴야겠습니다.

       

      


       

촬영용 드론과 레이싱 드론 사이의 고글, 레이싱 에디션


새 고글은 최근 DJI의 신제품처럼 백색을 버리고 강함을 어필하려는지 블랙에 힘을 준 경향이 보이지만

           

검정과 붉은 색의 조화는 이미 레이싱 드론 고글로 유명한 팻샥(Fatshark) 사에서 써먹은 조합입니다. 사진=www.fatshark.com

   

자세히 살펴보면 고글 위로 레이싱 드론에 사용하는 SMA 안테나 커넥터가 있습니다.


아무 것도 없던 자리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커넥터가 자리합니다. 사진=store.dji.com

         

DJI는 고글에 불쑥 튀어나온 안테나는 그다지 쿨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제품 사진에는 보이지 않고 동영상에나 잠깐씩 등장합니다.

           

여기 조립되는 안테나는 최근 레이싱 드론에서 인기 있는 파고다 안테나입니다. 사진=store.dji.com

         

원래 DJI는 조종 신호와 영상 신호에 2.4GHz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탑을 닯아 이름 붙은 이 파고다 안테나는 5.8GHz 대역의 주파수를 위한 것입니다.


5.8GHz는 레이싱 드론이 FPV 영상 송신에 주로 사용하는 주파수죠.


DJI의 레이싱 에디션 고글은 이 안테나를 통해서 DJI의 드론 뿐만 아니라 다른 메이커의 레이싱 드론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제품입니다.


기존 DJI 고글과 달리 촬영용 드론과 레이싱 드론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DJI 고글의 발표 소식은 우리를 설레게 했었죠.

          

물론 드론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 두 가지 주파수 외에 다른 주파수를 이용해서 더 먼 거리까지 영상을 송수신할 수 있는 기술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DJI의 레이싱 에디션 고글은 전체 촬영드론 시장의 70% 차지하는 자사의 드론과 레이싱 드론의 영상까지 수신할 수 있는 드론 고글의 끝판왕이 되었습니다.


물론 영상 수신 방식과 관련된 스펙만으로 보면 말입니다.

     

HDMI 단자를 가지고 있는 DJI 고글 RE는 게임기에 연결해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별도의 HDMI 단자는 별도의 수신기 설치가 가능함을 의미합니다. 사진=youtube.com

          

그 밖에도 기존 모델에 비해 발전했습니다. 패드가 좀 더 편해졌다든지, 패드 색상이 좀 더 고급스럽다든지, 업그레이드된 패드 덕분에 얼굴에 더 잘 맞는 기분이 든다든지... 그 외의 사양은 기존 제품과 동일합니다.


박스형 고글의 특징인 안경 착용자에게 너그러운 큼지막한 생김과 편하게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터치 패드 그리고

           

승모근을 발달 시켜준다는 존재감 넘치는 무게까지 말이죠. 사진=store.dji.com

          

잘 생각해 보니 전에 출시된 DJI 고글을 사고, 외장형 FPV 수신 장치를 사서 연결하는 편이 더 저렴할 듯도 합니다.


이 신제품 때문인지 구모델은 8만원이나 할인하고 있는데다, 연결이 거추장스럽기는 해도 외장형 FPV 수신기는 별로 비싸지 않거든요.

      

    


           

DJI만의 FPV 영상 생태계, 오큐싱크 에어(Ocusync Air)


그래서인지 새로운 DJI의 고글은 그들의 다른 신제품에 비해 별로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한 느낌입니다.


무엇이 DJI 고글에 11만원을 더한 것일까요? 심지어 DJI 사이트는 11만원 보다 더한 옵션이 있습니다.


휴대가 불편하기로 명성이 자자한 고글이니 79,000원 짜리 가방 세트를 사는 것도 좋은 선택이지만, 백만 원이 넘어가는 콤보는 뭘까요? 사진=store.dji.com

         

이상하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 듯 보이는 이 DJI 고글 레이싱 콤보는 레이싱 에디션 고글에 오큐싱크 에어(Ocusync Air) 제품이 함께 들어 있는 패키지입니다.

       

DJI 고글 레이싱 에디션의 잠겨있는 진정한 힘은 이 오큐싱크 에어가 있어야 해제됩니다. 사진=store.dji.com

           

오큐싱크 에어는 FPV 영상 송신 시스템입니다. 오큐싱크는 DJI의 드론 조종 전파와 영상 전파를 전파 환경이나 거리에 따라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이죠.


이 기술이 처음 도입된 DJI 제품은 매빅 프로였습니다. 그래서 매빅은 7km라는 이상하리 만치 긴 비행 거리를 가지게 된 것이죠.

         

내 DJI 드론이 DJI GO 4 앱을 사용한다면, 당신은 이미 오큐싱크 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계신 겁니다. 사진=itunes.apple.com

       

DJI가 다른 드론 회사와 차별되는 이유가 바로 이 전파 송수신 기술입니다. DJI도 처음에는 다른 드론들 처럼 2.4GHz 기반의 전파를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이 주파수는 이미 수많은 와이파이 공유기가 점유해버린 주파수 대역이었죠. DJI는 여기서 라이트브릿지 기술을 탄생시킵니다.


물론 처음엔 어마무시하게 비싸서 상업용 드론에나 사용할만한 물건이었지만, 팬텀3에 와서는 이 라이트브릿지 기술이 적용되면서 넘사벽의 드론 회사가 됩니다.


그러나 이 뛰어난 기술도 카메라에 찍힌 시간과 모니터에 보이는 시간에 차이가 생기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HD의 고화질에도 불구하고, 레이싱 드론 같은 데는 써먹기 어려운 기술이었죠.


매빅의 스포츠 모드는 오큐싱크 기술의 가장 큰 자랑입니다. 사진=www.dronesplayer.com

        

그래서 DJI는 최적의 주파수를 자동으로 선택하는 것 뿐 아니라 환경에 따라 전파 출력까지 바꾸는 오큐싱크를 개발합니다.


여러 기기에서 기체를 제어할 수 있도록 양방향 통신까지 고민한 결과였죠. 그리고 영상 촬영과 영상 확인 사이에 시간의 간격도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성공합니다.

           

이것이 바로 DJI 고글 레이싱 에디션의 정체입니다. 사진=store.dji.com

          

일반적인 레이싱 드론의 시간 지연(Latency)는 약 30m/s로 DJI의 영상 송수신 시스템이 HD 화면에 50m/s 밖에 시간 지현이 없다면, 고화질의 FPV 화면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큐싱크 에어에서 50m/s의 영상전송 속도를 사용하려면, 480p에 50fps의 해상도에서 가능합니다.

         

FPV 고글에게 레이턴시는 왜 중요할까요?

          

480p 해상도는 기존 아날로그 방식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디지털 영상은 노이즈가 끼어들 여지가 없으니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이싱 경기나 급격한 기동을 요구하는 프리스타일 비행이 아니라면, 그보다 조금 더 긴 레이턴시도 나쁘지 않습니다.


게다가 오큐싱크 에어는 2.4GHz와 5.8GHz를 넘나들며 12개 채널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DJI사이트는 오큐싱크에 대해 별로 소개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큐싱크 에어의 진짜 재미난 점은 레이싱 드론과의 연결인데도 말이죠.

        

오큐싱크 에어를 돌릴 전원선 2개는 이해가 되는데, 나머지 복잡한 전선들은 누구를 위한 건가요? 사진=forum.dji.com

            

오큐싱크는 16.8V의 전압까지 연결이 되니까 4S 레이싱 드론에 바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4개의 전선은 어디에 연결해야 하는 걸까요?


오큐싱크 기술은 영상 주파수와 드론 조종 주파수를 동시에 사용하는 드론 통신 기술입니다.


2개는 드론 제어를 위한 신호를, 다른 2개는 드론의 상태를 모니터하는 텔레메트리 정보를 위한 전선입니다.


간단하게 말한다면 오큐싱크는 드론 제어 수신기를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레이싱 드론의 FC와 수신기와 SBUS 프로토콜로 연결합니다. 텔레메트리 선을 연결하면 배터리 잔량과 자세 제어 정보를 수신할 수 있습니다. 사진=forum.dji.com

          

기존의 드론 수신기를 오큐싱크가 대신하면서 드론과 조종사의 연결이 달라집니다.


드론을 조종하는 신호를 조종기에서 보내지 않고, 바로 DJI 고글 레이싱 에디션이 보내는 구조가 됩니다.


조종기와 고글이 유선으로 연결되고 고글이 드론과 연결되는 게이트가 되는 거죠.

      

DJI 고글 레이싱 에디션이 드론 통신의 중심이 됩니다.

          

이제 우리의 레이싱 드론은 오큐싱크 에어 덕분에 더 이상 수신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수신기 무게만큼 드론이 가벼워지는 이득도 있습니다.


물론 오큐싱크 에어의 무게 때문에 고글의 전체 무게는 더 늘어나더라도 말이죠.

    

       


            

DJI의 레이싱 드론에 대한 야심


DJI의 새로운 기술인 오큐싱크 에어는 홈페이지에도 자세한 설명을 찾을 수 없습니다.


최근 많이 사용되는 레이싱 드론에 적합한 148도 FOV를 가진 카메라와 레이싱 드론을 위해 SBUS와 텔레메트리 입출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말이죠.


게다가 DJI는 차량, 로봇, 산업 드론 등을 그 응용범위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공식 소개 영상에도 레이싱 드론이 등장하지만, 고정익 비행기나 RC 자동차, RC 보트에도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사진=store.dji.com

        

오큐싱크 에어는 충격에는 튼튼해 보이지만, RC 자동차나 RC 보트에 사용할 만큼 방수나 방진까지 잘 준비되어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레이싱 드론과 같은 비중으로 응용범위를 소개하는 이유는 50m/s라는 짧은 시간 지연도 레이싱 드론에 만족할 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본격적으로 레이싱 드론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조금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는 까닭인지 모르겠습니다.

          

동작하면 70도까지 온도가 올라갑니다. 이만한 열을 식히기엔 고속으로 비행하는 드론이 적합하죠. 사진=www.youtube.com

            

DJI가 레이싱 드론 시장을 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미 매력 있는 가격의 ESC와 모터 세트를 달팽이(SNAIL)란 이름으로 출시했었고

         

아직 시장에 소개되진 않았지만 레이싱 드론 선수들과 유명 프리스타일 파일럿들이 DJI의 레이싱 드론을 리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DJI는 타키온이라는 4in1 ESC를 소개했고 사진=youtube.com

       

알루미늄으로 지지되는 레이싱 드론 프레임도 개발했습니다. 사진=youtube.com

            

사실 레이싱 드론의 빠른 변화에 DJI의 커다란 덩치는 아직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DJI는 레이싱 드론 시장을 향한 야심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매빅의 레이싱 모드가 가진 오큐싱크 기술을 오큐싱크 에어로 그리고 드론 조종에 이 DJI 고글 레이싱 에디션을 중심에 둔 것을 보면 말이죠.

       

사실 HD화면을 사용하는 FPV 영상 시스템은 이미 시장에 있고 HD 화면을 먼 거리까지 즐길 수 있는 시스템도 소개되었습니다.

        

DJI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습니다. 고화질에서도 시간 지연이 없어야 하고, 크기와 무게도 좀 더 경쾌해야 합니다. 여기에 발열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산은 많지만 DJI의 행보를 보면 높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DJI는 2017년이 다 가기 전에 레이싱 드론의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이 시작됩니다. DJI가 그리는 새로운 드론을 기대해 봅니다. 아, 그리고 저렴한 가격도 기대해 봅니다.

       

          


WRITER 민연기/드론스타팅 필진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



초보자를 위한 드론 전문 웹진, 드론스타팅!

www.dronestar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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