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곳을 향한 드론 이야기, 세이퍼스 드론
드론이 어디를 날지 말아야 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드론이 꼭 날아야 할 곳은 어디일까요?
물론 비행이 허용된 곳도 드론이 있기 전에는 사람이 갈 수 없던 높은 곳이었고, 그래서 사람을 대신한 드론이 아무렇지 않게 그곳으로 향했을 때 우리는 열광했습니다.
그렇게 드론은 우리가 가지 못하는 곳, 특히 위험한 곳을 향하면서 더 우리의 탄성을 자아내곤 합니다.
그래서 드론이 마트에서도 쉽게 구입할 만큼 대중화가 되기 이전에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보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양날의 검과 같이 모든 과학 기술은 양과 음을 한 몸에 가지고 있습니다.
드론이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비행을 시작했을 때, 대중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위험하기 때문에 사람이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는 곳에서 흔히 드론을 발견합니다.
(사실 한쪽 전선에만 앉아 있다면 참새가 아니라 치느님이 앉아도 큰 상관은 없습니다.)
드론을 전쟁이 아닌 산업에 사용하려는 고민은 진작부터 있었습니다.
아무리 신기하고 재미나도 돈벌이가 되지 않으면 장난감으로 치부해 버리는, 어른들의 사정 때문이기는 해도 그동안 많은 사람이 드론 활용법을 찾기 위해 고심했습니다.
그래서 'Intel Inside' 스티커를 대량으로 생산하던 인텔이 드론으로 항공기 점검에 나섰을 때 전 세계가 주목했습니다.
'사람은 만들고 자연은 부순다'는 로마시대 격언처럼 우리가 만든 물건은 계속해서 관리하지 않으면 망가집니다.
하지만 인류가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점점 커지면서 관리 자체가 힘든 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관리를 위해 다가가기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죠. 사람이 다가가기 어려운 곳에 대신 가는 것이 익숙한 드론은 그래서 환영 받습니다.
몸체 없이 따로 떨어진 모터만 연결하면 뭐든 드론으로 만들어 준다는 PD-ANY 드론도 있습니다.
그리고 산업용 드론은 우리가 가지 못하는 또 다른 위험한 곳으로 보내졌습니다.
전기는 어떤 에너지로도 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현대 문명을 움직이는 기본적인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전기는 쉽게 가전제품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로 시작해서,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장점으로 지금은 자동차에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편리하게 사용하려면 전기가 흐르는 전선을 필요한 곳까지 연결해야 합니다.
전기가 처음 생기는 발전소는 그 크기 때문에 아무 데나 지을 수 없어, 효율적으로 집 앞까지 끌어오려면 높은 전압을 사용하는 긴 전선을 통해 보내야 하죠.
높은 첨탑 끝에 설치된 굵은 전선은 이 초고압 전류를 보내기 위해 만들어 졌습니다.
초고압이다 보니 이 전선은 만들 수 있는 한 가장 튼튼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전선이 아무리 튼튼해도 수명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 전선이 수명을 다 하는 순간, 우리는 재난 영화 속 주인공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있는 이 전선은 지구 한 바퀴가 조금 안 되는 33,000 km나 됩니다. 이런 걸 점검하려면 사람을 불러야 합니다. 그것도 대략 5,000명 정도 불러야 하죠.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살피는 위험한 일이니 아무나 하려 들지도 않습니다. 덕분에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1년에 5,500억 원은 족히 듭니다.
그것도 4선이나 6선 송전선은 사람이 일일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전체 66%나 차지하는 1,2선 송전선은 눈으로 살펴볼 방법도 없습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드론이 가야 할 위험한 곳은 송전선 위가 됐던 거죠.
송전선을 최종 목적지로 삼은 드론은 여러 곳에서 연구 중이었습니다.
국내 대학들도 연구과제로 드론 송전선 관리를 선택했었고, 캐나다의 MIR 이노베이션도 전선 위에 내려앉아 이동하면서 점검하는 드론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세상 모든 드론을 독점하려는 야망이 가득한 DJI도 산업용 드론 매트리스 200(M200)과 고성능 카메라로 송전 시설 점검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선 위 드론이 아직 흔하지 않은 데는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송전선은 드론이 접근하기 참 어려운 곳입니다. 고압 전류는 높은 전자파를 만듭니다.
이 전자파가 드론을 어떻게 미치게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드론을 처음 배울 때 듣는 주의사항 중 하나인 고압 송전선 주변에서 비행하면 안 된다는 것도 그런 연유에 있습니다.
배터리도 문제입니다. 아무리 비행시간이 긴 드론이라도 30분 안팎입니다.
1분이라도 비행시간을 늘리려 노력하고 있지만, 길고 긴 전선을 꼼꼼히 살피기엔 짧기만 합니다.
잠시 내려와 배터리를 교환한다고 해도 이 일은 사람의 몫입니다.
산꼭대기 송전탑에 이르러서는 교환할 배터리를 짊어지고, 드론을 따라다니는 일에도 한계를 느끼겠죠.
송전선을 점검하는 드론, 볼트 스파이더는 이런 문제점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했습니다.
초고전압으로 생기는 전자파는 일상 비행 환경에서는 만나기 힘듭니다.
이런 독한 환경을 견디기 위해서 특별한 갑옷이 필요합니다.
전자파 갑옷을 준비했다 해도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드론 점검은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송전탑은 산꼭대기에도 있으니까요. 이때는 드론까지 짊어지고 올라가야 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볼트 스파이더는 딥러닝 기술을 응용한 자동 비행 기술을 사용합니다.
바둑을 두는 AI에서 멍청한 질문에 현명한 답을 하기로 유명한 AI 스피커 이후, 괜찮은 응용사례를 발견한 듯 기쁩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볼트 스파이더는 이 전자파가 넘실거리는 비정상적인 환경을 유리하게 이용하기로 합니다. 이 높은 전자파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거죠.
이런 게 가능한가 싶지만 이미 우리 주변에 흔한 기술입니다. 스마트폰의 무선 충전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방법으로 볼트 스파이더는 3시간 이상 계속해서 송전선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이젠 사람이 하루에 5km 정도 했던 점검을 이 드론으로 50km 이상 할 수 있습니다.
볼트 스파이더는 전선을 점검할 X 레이 장비뿐만 아니라
거기에 한발 앞서 발견한 문제를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해 새로운 전자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소비자 가전쇼)는 언제부터인지 드론을 중요한 전자제품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2017년 CES는 종이비행기에 모터를 연결한 파워업(Power Up)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드론이 가진 본래 재미에 손을 들어준 셈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바코드를 장착해 재고를 파악하는 산업용 드론이 뽑혔습니다. 이제 우리는 드론에게 재미를 넘어 기능을 바라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올해 CES에 참석한 볼트 스파이더 제작사, 세이퍼스 드론(SAFEUS DRONE)은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고압 송전선이라는 독특한 환경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드론이었기 때문입니다.
세이퍼스 드론은 그 이름처럼 드론이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날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안전한 내일을 만들 드론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드론이 가진 전쟁이란 이미지가 기술이 가진 양면 중 한 면만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도 합니다.
이것이 세이퍼스 드론이 추구하는 드론입니다. 드론이 날아가야 할 곳은 어디일까요? 드론은 우리가 가지 못하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곳은 우리에게 허용되지 않은 너무 위험한 곳이어야 합니다. 그곳에서 드론은 호버링을 시작했고, 거기에서 우리는 미래를 관찰합니다.
미래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