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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드론스타팅 Nov 28. 2015

크라우드 펀딩의 함정

자노, 릴리, 플렉시드론, 헥소플러스 등 크라우드 펀딩 드론의 이야기


자노(Zano)를 아시나요? 크라우드 펀딩(크라우드 펀딩이란?) 사이트에 소개된 드론 중 가장 많은 금액을 모금한 녀석입니다.(2등도 궁금하다면?) 킥스타터(킥스타터란?)에 소개된 이후 우리 돈으로 43억원 가까이 모았는데요. 무려 12000명 이상이 참여했습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귀여운 디자인, 연습이 필요 없는 쉬운 조종, 좋은 품질의 카메라 등이 성공 비결이었죠.


사진=kickstarter.com


그런데 자노를 만든 회사인 '토킹 그룹(Torquing Group)'의 연구개발 책임자인 이반 리드먼(Ivan Reedman)이 사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리드먼이 밝힌 사퇴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요. 건강 문제와 함께 ‘좁힐 수 없는 의견 차이’가 언급되었습니다.


리드먼의 속마음까지야 알 수 없지만 이 ‘의견 차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합니다. ‘충분하지 않은 상태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내놓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충돌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진=kickstarter.com


영국 BBC의 취재에 따르면, 킥스타터 프로모션 영상의 자노와 실제 자노는 생김새를 제외하면 전혀 다른 드론입니다. 비행 시간이 엄청나게 짧고, GPS도 영 불안합니다. 카메라 화질은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구요. 하지만 토킹 그룹의 마케팅 책임자인 리스 크라우더(Reece Crowther)를 비롯한 주요 투자자들은 자노의 1차 배송을 결정했습니다. 연구개발 책임자인 리드먼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었겠죠.


아니나 다를까, 1차 배송 대상자들은 자노를 받아들고 분노에 찬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프로모션 영상을 보고 반해서 적잖은 돈을 주고 주문을 했는데 영 성에 차지 않는 물건이 왔기 때문이죠. 허위과장 광고에 당한 셈입니다. 문제의 영상을 보시죠.


자노 영상 보러가기(클릭)


사실 이런 딜레마는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릴리(Lily), 플렉시드론(Plexidrone), 에어도그(Airdog), 헥소플러스(HEXO+) 등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한 수많은 드론들이 기약 없는 선주문(Pre-order)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힘들게 번 돈을 아낌없이 투자했던 소비자들은 1년 넘게 손가락만 빨고 있는 상황이구요.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릴리(Lily), 자세히 보기

플렉시드론(Plexidrone), 자세히 보기

에어도그(Airdog), 자세히보기

헥소플러스(HEXO+), 자세히보기


* 릴리, 에어도그, 헥소플러스 좀 더 비교해보기 : 셀카드론 2015 신제품 4종 비교



많은 사람들을 애태우고 있는 릴리. 사진=lily.camera


크라우드 펀딩은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이 없는 사업가들이 제품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죠. 바로 아이디어‘만’ 있다는 사실입니다. 빛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개발 과정에서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겁니다. 기술 구현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고, 구현은 가능하지만 단가를 도저히 맞출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에어도그의 모습. 사진=kickstarter.com


또한 최대한 많은 금액을 유치하기 위해 프로모션 영상을 아주 매력적으로 제작하게 되는데요. 이게 또 문제가 됩니다. ‘될 것 같은’ 기능은 어떻게든 영상 안에 욱여넣으려다 보니 개발이 엄청나게 어려워지는 겁니다. 그렇다고 영상을 너무 정직하게 만들면 아무도 매력을 느끼지 못해 펀딩에 실패하게 됩니다. 말 그대로 딜레마인 셈이죠.


성공적인 펀딩의 상징 고스트. 사진=indiegogo.com


크라우드 펀딩의 좋은 예라고 하면 이항의 고스트(Ghost)를 들 수 있습니다. 고스트자노의 희비를 가른 결정적 차이는 바로 개발의 완성도인데요. 개발이 어느 정도 완료된 상태에서 양산을 위해 펀딩을 시작한 고스트는 성공한 반면, 아이디어와 콘셉트 정도로 출발한 자노는 위기에 처하게 된 거죠. 아직까지 문제가 표면화되지는 않고 있지만, 도무지 언제 출시될지 가늠할 수 없는 많은 드론들도 자노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겁니다.


* 최근 이항의 고스트드론2.0(Ghostdrone 2.0)이 출시되었습니다.(자세히보기)


헥소플러스. 사진=kickstarter.com


릴리에어도그, 헥소플러스 등 팔로미 기능(팔로미란?)을 전면에 내세운 ‘셀카드론’들은 장애물이라는 난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셀카드론에는 어떤 드론이 있을까?) 장애물 회피 기능이 없다면 아주 넓고 탁 트인 개활지에서만 사용 가능할 텐데, 제한된 조건에서만 쓸 수 있다면 반쪽짜리 제품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겠죠. 그렇다고 장애물 회피를 위해 고가의 장비를 장착하자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이미 펀딩은 끝났고 참여자들에게 돈을 더 걷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플렉시드론. 사진=indiegogo.com


지금까지 크라우드 펀딩의 위험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혹시 펀딩에 참여하실 생각이라면 먼저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셔야 해요. 현재 어느 정도 개발이 되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발이 완료된 상태라면 좋겠지만 기술적 보완을 하고 있다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보다 적극적인 분이라면 해당 사업가의 이메일 주소로 직접 문의를 하는 방법도 있구요. 걱정도 덜고 영어 공부도 하고 일석이조겠죠?



하지만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고스트가 될지 자노가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1차적으로 사업가의 양심이에요. 단기적인 모금액에 눈이 멀어 충분한 기술적 검토 없이 홍보를 한다면 자노 같은 신세가 되는 거죠.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 중에서도 위에서 언급한 드론에 투자한 분들이 계실 텐데요. 아무쪼록 개발이 잘 마무리돼서 무사히 제품을 받으실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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