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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드론스타팅 Jun 14. 2018

돌체 앤 가바나, 밀라노에서 드론 패션쇼를 시작하다

드론이 선도하는 새로운 패션쇼를 보다

,사진_아나드론

ANA DRONE, MAY 2018

   

   

‘모델’을 대체한 ‘드론’이 세계 패션계에서 세찬 바람을 일으켰다. 2018년 2월 25일 오후였다. 그 날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abbana)가 밀라노에서 드론 패션쇼를 열었고, 밀라노는 이를 통해 미래 패션쇼로 가는 새로운 양식(樣式)의 문을 밀어젖혔다.

   

   


        

화려한 도시, 그리고 ‘밀라네제’의 자부심


‘패션의 도시’ 밀라노는 이탈리아에서 로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북부 공업지대 중심도시이다. 직물공업이 발달하기 시작한 시기에 밀라노에 집중된 경제력은 다른 도시들을 크게 압도했다. 12세기에는 서양 갑옷을 만드는 산업이 번성했다. 밀라노 산(産) 갑옷은 최상품 대우를 받았다. 전통적인 섬유공업은 밀라노를 19세기 이후 이탈리아 최대 공업도시로 키우는 바탕이 됐다.


오늘날의 밀라노 또한 세계 패션 중심지로서 과거 명성을 여전히 과시하고 있다. 파리지앵이나 뉴요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밀라노 사람을 ‘밀라네제(Milanese)’로 부른다. 이곳 관광지에서 밀라노 사람에게 로마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되돌아오는 눈총이 그다지 가볍지 않다는 것을 즉각 깨달을 것이다. 밀라노 사람들의 자부심이 그만한 질문에 크게 화를 내도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로 드높다는 뜻이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다양한 명품 패션숍, 백화점, 쇼핑가가 시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1만 2000개 기업, 800개 전시장, 6000개 의류매장이 이 도시를 화려하게 채우고 있다.

   

사진=www.youtube.com

   

   


         

매우 독특한 핸드백 컬렉션, 밀라노에 나타난 드론


국제 패션 축제인 ‘밀라노 패션위크(F/W)’는 1년에 두 번 열리는 세계 패션업계의 중요 행사다. 2018년 밀라노 패션쇼의 시작은 그 동안 익숙하게 보았던 밀레니엄 모델의 일반적인 퍼레이드가 아니었다. 돌체 앤 가바나가 매우 독특한 핸드백 컬렉션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모델의 일몫을 떠맡은 드론이, 그 동안 사람이 독점해오던 런웨이를 향해 줄지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핸드백을 든 드론이 모델을 대체한 셈이다. 밀라노는 패션 분야뿐만 아니라 인터넷 분야에서도 크게 앞서가고 있음을 증명했다. 구글, 라이코스, 야후 등 세계적인 IT기업 지사가 수도 로마가 아닌 밀라노에 있을 정도이니 핸드백을 든 드론이 밀라노에 나타난 것도 한편으로는 낯설지 않은 광경이었다.

       

     

뉴욕의 패션 미디어 『더 컷(THE CUT)』에 따르면 이날 입장한 관객들은 쇼가 열리기 전 개인 핫스팟을 포함하여 휴대 전화에서 와이파이를 끄도록 안내받았다. 주파수에 영향을 받은 드론이 오작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 사진작가, 기자, 유명 블로거들이 이러한 요구에 동시에 호응하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이 날 패션쇼는 45분이 더 지나서야 진행됐다. 주최 측은 45분 정도를 더 기다린 후 그때까지도 미처 전원을 끄지 않은 관객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마치 학과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을 호출하는 듯한 방송이었다.

   

   


      

밀라노 최초의 드론 모델, 쿼드콥터 드론


이 날 열린 패션쇼 ‘Fashion Devotion’는 천사, 악마, 황금 십자가와 같이 명백한 기독교 주제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관객들은 미래의 고급 장신구라 할 만한 자신의 개인 핫스팟에 훨씬 더 헌신하기로 마음먹은 것처럼 보였다. 마침내 핸드백을 든 총 8대의 쿼드콥터 드론이 관중을 향해 다가가자, 적어도 10분 동안 청중들은 실제로 런웨이에 나타난 새로운 모델에 집중했다.


어쩌면 핸드백보다 드론이 더 주목 받은 패션쇼였는지 모르지만, 드론은 핸드백 컬렉션 임무를 무사히 마쳤다. 그런 뒤에 비로소 모델들이 런웨이에 등장해 돌체 앤 가바나 쇼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화려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돌체 앤 가바나는 밀라노 패션쇼 최초로 모델 대신 드론을 런웨이에 내보는데 성공했다. 무대 위의 조명이 켜지자 사람들은 다시 자신의 와이파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패션쇼에 등장하기 시작한 드론들


드론이 패션쇼에 등장하기는 밀라노 패션위크가 처음은 아니다. 2015년에 이미 패션쇼에 나타난 적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의류 스타트업 베타브랜드(Betabrand)가 이를 시도했다. 이 회사는 컴퓨터 백신업체와 손잡고 ‘하이테크’ 패션사업을 시작하다가 주 단위로 한정판 제품 몇 가지를 디자인해 공개한 뒤에 선(先)주문을 받았다. 창고에 쌓이는 재고품이 애초 필요로 했던 수량보다 많아지는 위험을 줄이고, 지속적인 수요 데이터를 기업에 제공하기 위한 방식이었다.


그러던 2015년 5월, 실리콘밸리에서 처음으로 패션쇼가 열리자 런웨이에 드론을 띄워 무대 중심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공개된 드론 프로젝트는 웨어러블 기술을 비롯한 몇몇 크라우드펀드(Crowd fund) 프로젝트와 함께, 런웨이에서 시작된 실리콘밸리 패션쇼가 거둔 완벽한 성취라는 평가를 받았다.


드론을 이용해 의상을 선보인 이 패션쇼 쇼케이스에서는 각종 의상이나 액세서리를 연결한 드론이 런웨이를 장악했다. 드론에 걸려 무대 중앙에 등장한 의상은 그 동안 모델이 착용했던 의상과 크게 다른 이색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행사를 준비한 베타브랜드 CEO 크리스 린드랜드는 이를 두고 ‘유령(Ghost)’로 비유하며, ‘드론은 사랑스러운 존재’라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베타브랜드가 마련한 실리콘밸리 패션위크 행사에서는 드론을 이용한 패션쇼 런웨이 무대가 펼쳐졌다. 사진=www.businessinsider.com.au

     

이듬해인 2016년 9월 뉴욕에서 열린 봄/여름(S/S) 뉴욕 패션위크에서도 IT 기술을 접목한 의상이 패션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다가올 S/S 트랜드를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드론은 이 행사를 통해 미래 산업을 이끌 기술 IT(Information Technology)가 이미 패션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음을 과감하게 선언했다. 드론이 출현한 행사장에서는 레베카 밍코프(Rebecca Minkoff) 쇼가 열렸다. 스포츠 카메라 장르를 처음 만든 고프로(Gopro) 카메라를 탑재한 유닉(Yuneec)사의 4K 타이푼(Typhoon) 드론이 모습을 나타냈다.

    

사진=techcrunch.com

         

비행 목적은 런웨이 워킹 모델 촬영이었다. 2001년에 론칭한 ‘레베카 밍코프(Rebecaa Minkoff)’는 베스트셀러 핸드백을 내놓으면서 유명해진 브랜드로, 당시 미국이 경제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도 해마다 40% 이상의 성장률을 자랑했다. 그들이 처음 론칭한 브랜드 가운데 하나가 우리 눈에도 익숙한 티셔츠 ‘I♡NY(I Love New York)’이다. 드론 촬영을 맡은 인텔은 다른 패션위크에서도 유명인사가 행사장에 도착하는 모습과 모델 워킹을 촬영한 바 있었다. 패션위크에 드론이 등장한 것이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전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활용했다는 점에서 달랐다.

    

    


      

새로운 모델의 정체성과 미래 패션


밀라노가 세계 패션의 중심지로 인정받기에 이른 것은 이 도시에서 출발한 여러 패션숍들이 1980년대에 국제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부터였다. 돌체 앤 가바나 역시 아르마니, 베르사체와 함께 어깨를 견주고 있다. 이들뿐만 아니다. 이탈리아 기업이 아닌 다국적 기업 브랜드들도 밀라노에서 대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에 본사를 둔 의류기업 아베크롬비 앤 피치(Abercrombie & Fitch)가 대표적인 경우로, 매장은 소비자의 발걸음을 이끄는 명소가 됐다. 물론 밀라노 패션의 시작은 언제나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패션 모델의 자신감 넘치는 걸음걸이와 함께 출발했다.


‘모델(model)’은 ‘본보기’를 뜻한다. 대상이나 모범, 미리 만든 물건, 완성된 작품의 대표적인 보기를 이르기도 한다. ‘패션모델’은 새로운 양식이나 최신 유행의 옷을 입고, 그 옷이 지닌 맵시를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사람을 지칭한다. 패션의 진화에 대한 관심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일 테니 누구에게나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드론이 자신을 완전한 모델로 생각하고 패션쇼에 나타난 것도 아니다. 적어도 밀라노 패션쇼에서는 그랬다.

        

      

그러나 드론이 아직 정체성에 익숙하지 않다고 해서 패션쇼를 이끄는 주인공, ‘모델’로 등장하기에 이른 시기라는 말은 하기 어렵게 됐다. 드론이 의상을 향한 인류의 오랜 관심보다 더 오래 자신의 위상을 보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답을 얻을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더욱 분명한 사실은, 드론이 미래에 다가올 새로운 패션쇼의 양식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지니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아마도 드론은 당분간 자신을 포함하지 않는 패션의 미래를 상정하지는 않을 것처럼 보인다. 돌체 앤 가바나는 미래의 새로운 패션모델로 드론을 찾아 또 다른 패션쇼를 시작할 것인가? ‘새로움’이 곧 드론이 주도하는 미래의 패션을 뜻하게 될 것인지는 이제 모델만의 궁금증이 아니게 됐다.

  

  

자료제공

http://www.dolcegabbana.com

http://time.com

            

                    


WRITER 아나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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