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바다를 구하는 방법, Waste Shark
오늘날 해양오염은 인간을 비롯한 바다 생물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용량(environmental volume)을 넘어서 확산되고 있다. 지구 전역에서, 육상에서 해상으로, 빠른 속도로 밀려들고 있다. 환경용량은 자연환경이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곧 자정능력이다. 자연계는 평소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는 소중한 능력을 숨겨두고 있다. 생산부문과 소비부문에서 폐기된 쓰레기를 생태적으로 해롭지 않거나 유익하도록 다시 바꾸어놓는 능력이다. 그러나 이 자정능력에도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너그러운 자연의 세계라 하더라도 인간의 지나친 무례를 모두 수용할 만큼 넓지는 않다.
버려진 폐기물이 그 자정능력을 초과할 때 환경오염 문제가 생긴다. 점차 빨라지는 우려의 목소리를 먼저 감지한 세계 각국의 항구, 그리고 변화를 행동으로 옮기기 원하는 스타트업(startup)이 드론과 함께 오염으로부터 바다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해양의 미래 모습은 물론 항구의 해운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하는 이 드론의 이름은 'Waste Shark'이다. 새로운 매커니즘 종(種)의 출현에 가까운 한 마리 상어가 바다의 환경용량을 묻기 시작했다.
항구(port)는 바다와 바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길목이다. 그 길목으로 선박이 들고날 때 항구는 마침내 해로와 육로의 경계를 이루는 정점에 선다. 그렇다고 사람과 선박만이 항구를 찾는 유일한 방문객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전 세계 무역상품의 85%가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적어도 한 번은 해운운송을 통해 각국의 항구를 거치기 때문이다. 이들 화물의 집산지인 항구가 스스로 쇠퇴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진화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Haven van Rotterdam)은 21세기 들어 가장 먼저 변화의 중심에선 항구로 손꼽힌다. 14세기에 세워진 유럽 최대 항만, 유럽 무역의 중심 허브, 항만 부지 길이 42km, 항구 주변 500km 반경에 유럽 인구 40%가 거주하며, 유럽 물동량의 약 60% 이상이 오가는 핵심 물류거점지역. 철도, 송유관, 수로가 빠짐없이 연결된 물류 인프라를 통해 동유럽을 포함한 유럽대륙 전역에 하루 또는 이틀 안에 물류 배송이 가능한 유럽의 주요 항구 도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수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항만으로 로테르담항을 지목했다. 네덜란드 조선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쓸모를 잃은 로테르담항의 조선소 건물이 대량 매물로 쏟아졌다. 알베다대학(Alebeda college)과 로테르담대학교(Rotterdam University)가 이들 지역을 헐값에 사들이고 연계성을 지닌 직업학교, 공업전문대학, 공과대학 등을 차례로 설립했다. 스타트업이 들어서면서 산학협동이 이루어졌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창출됐다. 로테르담항은 인공 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를 도입해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항구로 거듭나려는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로테르담 방식의 도시재생 프로젝트 RDM(Research-Design-Manufacturing)을 발전시킨 것이다.
‘스타트업’은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으로, 1990년대 후반 이른바 ‘닷컴 버블’로 창업 붐이 일었을 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생겨난 신조어다. 로테르담항만공사(The Port of Rotterdam Authority)는 세계적인 해양 스타트업 프로그램인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포트엑스엘(PortXL)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신생 기업이 단기간에 활성화하기 위해 2005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출발한 지원 단체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에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계획, 자금과 인력을 뒷받침했다.
액셀러레이터가 그 동안 특별히 해운 항만 특화 프로그램을 지원한 경우는 없었다. AI, IoT, 빅 데이터 등에 관한 논의는 상당히 이루어졌으나, 이를 구체적으로 해양산업에 접목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로 만드는 노력은 드물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치 RDM 프로젝트를 이끈 ‘우리가 로테르담을 만든다’는 슬로건의 열기를 따라가기라도 하듯, PortXL은 유일한 항만 특화 액셀러레이터로 이름값을 높이기 시작했다. RDM 지역에서 드론이 비행할 수 있는 드론존, 해수를 이용하는 대형 실험실, 3D 프린팅 실험실 등과 만날 수 있게 됐다. 로테르담항은 스타트업과 연구에 대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만났고, 실험이 가능한 곳으로 바뀌었으며, 세계 제일의 항만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2016년, RDM 프로젝트와 함께 로테르담 항구에 낯선 드론 하나가 등장했다. ‘Waste Shark’로 명명된 이 드론은 스스로 바다 수질과 경로를 학습하며 효율적인 쓰레기 수거 경로를 찾는다. 스마트 센서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로테르담항만공사 당국에 전송하는 방식으로 해양 환경을 검색하며 최대 14가지 수질을 모니터링한다. PortXL에 참여한 환경 분야 스타트업 란마린 테크놀로지(RanMarine Technology)에서 개발했다.
란마린의 CEO 리처드 하디만(Richard Hardiman)이 ‘Waste Shark’를 개발하기 전에 떠올린 첫 아이디어는 쓰레기 수거 건물을 짓는 것이었다. 남아프리카 공하국 케이프타운에 사는 사람들이 배 위에서 풀로 만든 그물을 이용해 항구의 쓰레기를 거두어 가는 것을 보며 떠올린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물고기인 고래상어(Whale Shark)를 보는 순간 폐기물 수집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 효과적이고 오래 살며 위협적이지 않고 눈에 잘 띄지 않도록 설계된 드론의 시발점이 됐다. 최종적으로 그는 자신이 얻은 영감의 원천을 USV(unmanned submersible vehicle, 무인 잠수 선박)로 좁혔고, 드론 기술을 사용하여 플라스틱 컬렉션을 자동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리처드 하디만은 로테르담의 PortXL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파트너와 투자를 찾았다. “네덜란드에는 혁신을 위한 갈망이 있으며, 비즈니스를 촉진할 수 있는 훌륭한 배경과 기술이 있다.”고 믿었다. 그 결과 로테르담항을 자율적으로 순찰하며 바다 쓰레기를 청소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해상 드론을 출시하는 결실을 맺었다. 바다를 헤엄쳐 다니며 최소 노력과 최대 효율로 자신의 먹이인 폐기물 플라스틱을 먹는 ‘Waste Shark’였다.
길이 190cm, 너비 140cm, 높이 45cm 크기를 지닌 새로운 상어, Waste Shark는 폐기물 수집 외에도 수질, 풍속, 기상 조건, 항만의 해저 굴곡까지 인식할 수 있다. 24시간 폐기물 수집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무게는 39kg에 불과하지만 바다에서 발견한 쓰레기와 플라스틱 폐기물을 최대 500kg까지 수거할 수 있으며, 재충전하기 전까지 8시간 동안 작동한다. 인간이나 동물에 무해하며, 태양 에너지와 배터리로 작동하는 제로 탄소 배출량을 가지고 있다.
‘Waste Shark’라는 이름을 지닌 새로운 메커니즘은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스웨덴, 인도, 미국, 호주에서 효험을 테스트하고 있다. 2017년에는 아랍에미리트연방의 두바이 수로에서 약 1,070톤의 폐기물을 수집했다. 또 여기에는 목재, 비닐봉지, 음식물 쓰레기, 해조류, 해초, 난파선, 기름 잔류물과 함께 수로 유역에서 수행된 프로젝트 폐기물이 포함됐다. 물고기, 선박 및 화물 화재, 선박 충돌 등과 같은 비상사태로 발생하는 폐기물에도 즉각적으로 대응했다.
리처드 하디만은 바다 폐기물이 생태학적 이상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로테르담항만공사와 6개월간 계약을 맺고 네 대의 Waste Shark를 테스트 받았다. 그는 “그 계약이 세계의 수로를 정화하기 위한 첫 걸음에 불과하다며 기업가로서는 이상한 말로 들리겠지만, 내 임무는 내가 사업에 파산할 때에만 진정으로 완수될 것이다”고 강조한다.
Waste Shark가 전 세계 바다에 떠 있는 플라스틱 수프를 모두 먹어치우고 나면 그의 사업은 자연스럽게 중단될 것이다. 그때까지 그는 자신이 사업가보다 ‘우연한 환경론자’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케이프타운 출신의 리처드 하디만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인간은 쓰레기가 진정으로 어디에서 끝나는지 잊어버리는 것에 매우 익숙하다. 만약 그것이 어딘가에서 쓰레기 매립지로 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국 바다로 빠져 나갔다가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인간에 의해 발생한 플라스틱 수프와 태평양에 있는 거대한 플라스틱 섬이 인간에게 미칠 영향은 과소평가될 수 없다. 항구에서 시작된 플라스틱이 바다에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해결방법이다.”
‘Waste Shark’의 식성이 아무리 좋더라도 바다의 플라스틱을 모두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로테르담항이 폐기물 상어(Sharks)에게 거는 기대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그 기대를 확대하면 바다와 바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항구가 지구 바다의 미래를 어느 방향으로 기울게 할지 가늠하는 하나의 저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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