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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드론스타팅 Jul 17. 2018

마이크로(micro) 드론, 궁극의 즐거움을 찾아서

길고 지루한 장마를 즐겁게 보내는 방법

하늘이 웁니다. 장마입니다. 드론도 울고 있습니다.

   

초정밀 전자 부품 집합체인 드론에게 물은 치명적입니다. 사진=www.wetalkuav.com

    

겨울의 긴 터널을 지나 환하게 미소 짓는 태양을 만끽하던 호버링도 잠시, 눅눅한 장마전선은 무거운 공기로 드론을 내리 누릅니다.


갑작스런 드론 비수기가 찾아 왔습니다. 물론 빗줄기 속에도 비행을 계속할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바르면 물속에서도 두렵지 않다는 마법의 물약도 있으니까요. 사진=www.mgchemicals.com

        

하지만 장마는 처마 밑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뽀송한 에어컨 앞에 앉아 있어야 제 맛이죠.


에어컨 앞에서 꼼짝도 하기 싫은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즐길 수 있는 드론이 딱 하나 있습니다.

  

타이니 웁이 대표하는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입니다. 사진=www.tinywhoop.com

   

2016년 호라이즌 하비(Horizon Hobby)의 인덕트릭스(Inductrix) 개조로 시작한 타이니 웁은 추운 겨울, 방구석 비행을 즐기기 위해 시작됐지만, 만사 귀찮아 집밖으로 나가기 싫은 사람들이 이 드론에 합류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마이크로(micro) 레이싱 드론이라는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렸습니다.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은 간단해서 직접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은 드론 좀 날린다는 사람이라면 한 대씩 꼭 날리기 시작했는데

   

손바닥 위에 올라오는 작은 크기와 어떤 좁은 공간에서도 비행할 수 있는 재미 덕분에 다른 드론으로는 시도하기 어려운 독특한 재미를 찾는 문화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타이니 웁이 소개된 지 2년,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도전한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만의 즐거움을 찾아봅니다.


오늘 아나드론스타팅에서 나눌 이야기는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으로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시도들입니다.

   

   


           

로켓에서 탈출하는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


프리스타일 비행이라면 꿀리지 않는다는 실력자들을 모아 놓고 별난 일을 벌이는 로터 라이엇(Rotor Riot)도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을 가만 두지 않았습니다.


폭죽으로 로켓을 만들어 폭죽 끝에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을 달아 날려 봅니다.


워낙 가벼운 드론이라 불꽃놀이용 폭죽의 추진력만으로도 힘차게 날아오릅니다.

  

폭죽은 푸른 하늘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사진=www.youtube.com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은 벚꽃처럼 산화했습니다. 사진=www.youtube.com

    

이래서야 대체 무엇을 위한 발사인지 알 길이 없기에 이번엔 제대로 된 로켓으로 도전합니다.

  

이 로켓 제작을 위해 상당량의 카페인 음료가 소모되었지만, 사진=www.youtube.com

      

성공적으로 공중에 오른 발사체에서 이탈하는데 성공합니다. 사진=www.youtube.com

    

작은 용량의 배터리로 고작 2분밖에 비행할 수 없는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에겐 너무 먼 거리까지 날아가, 본부로 귀환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수색대가 출동해 기체 회수에 성공합니다.

      

발사체는 연료(폭죽)의 폭발로 파괴되었습니다. 사진=www.youtube.com

   

그냥도 잘 나는 드론을 뭐 하러 로켓에 실어야 했는지, 이 시도가 우주 항공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하게 될지 도무지 짐작도 되지 않지만, 친구들과 해 지는 벌판에 앉아 즐기는 시간이 마냥 부럽습니다.


물론 로켓은 맥주 캔이어야 합니다. 친구들과 맥주의 조합은 드론 없어도 즐겁다구요? 술 마시고 드론 날리면 안된다구요?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이라면 한 캔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비행기와 만난 마이크로 드론


아무리 완구형 마이크로 드론이라도 프로펠러 4개가 만드는 추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힘만 꺼내어

  

비행기 엔진으로 사용했습니다. 사진=www.youtube.com

    

하지만 마이크로 드론은 비행기를 전진 시키는 추력만 만들 뿐 비행기 조종은 별도의 조종기를 사용했습니다.


이 비행기는 제법 훌륭한 비행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래서야 변신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저 합체입니다.


모처럼 마징가 제트가 등에 날개를 달았는데 날개는 다른 사람이 조종하는 셈이죠.

   

그래서 이번엔 제대로 비행기로 변신하는 드론입니다. 사진=www.banggood.com

   

마이크로 드론의 비행이 조금이라도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변신하세요.


이 비행기 드론 ‘에이팩스(APEX)’는 드론과 비행기가 하나인 제품입니다.


드론이야 별 신기할 것이 없지만 비행기로 변신했을 때 새로운 즐거움을 더합니다.


특히 비행기 상태에서의 조종이 독특합니다.

  

스로틀을 올리면 전진하고, 요 스틱을 조종하면 롤을, 롤 스틱을 조종하면 요 회전을 합니다. 피치 스틱은 다행히 그대로입니다. 사진=www.banggood.com

   

비행기보다는 글라이더에 가까운 합체라 비행기 특유의 멋진 비행은 무리겠지만 변신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즐겁습니다.


변신 중에서도 합체 변신이잖아요. FPV 카메라까지 설치한다면 더 재미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FPV 카메라까지 더하면 변신할 때 카메라 각도가 변해야겠군요.

   

   


        

장난감 총과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의 대결


즐거움은 함께했을 때 더 늘어납니다.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과 장난감 스펀지 총의 대결을 즐겨봅시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을 조종하는 팀은 적진에 침투하면 점수를 얻고, 사진=www.youtube.com

      

장난감 총을 가진 팀은 드론을 격추하면 점수를 얻습니다. 사진=www.youtube.com

   

다소 폭력적인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드론으로 할 수 있는 온갖 재미를 연구하는 ‘플라이트 테스트(Flite Test)’가 제안했습니다.


이런 폭력적인 게임은 거의 대부분 점수 따위 중요하지 않고 상대 팀원에게 직접 공격을 가하는 파국으로 끝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어 보입니다.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과 총의 대결은 또 있습니다.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에서는 진짜 총으로 드론을 맞추는, 재미만 극대화한 놀이도 가능합니다.

  

이전에도 짤막하게 소개했지만 프리스타일 비행의 현자 Mr Steele은 비행 대신 격추를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사진=www.youtube.com

     

아이고 아까워라... 사진=www.youtube.com

   

별 다른 규칙을 따르지 않아도 비행은 즐겁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사냥하건 사냥은 농경으로 문화를 일구기 훨씬 전부터 인류가 따르던 본능입니다.


첨단 드론이 숨겨진 우리의 본성을 깨우는 즐거움을 만나보세요.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의 변신, 호버크래프트

  

하늘을 나는 게 본질인 드론에게 땅을 달리는 거야 우습죠.

   

그래서 하늘을 나는 일이 영 익숙지 않은 이들을 위해 땅과 하늘 모두 질주하는 드론도 있습니다. 사진=www.banggood.com

    

그러나 땅 위를 달릴 때에는 프로펠러가 짐이고, 하늘을 비행할 때에는 바퀴가 짐입니다.


이 깊은 딜레마는 호버크래프트라는 신개념 탈것에서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본래 물 위를 달리도록 만들어졌지만 영화 같은 데 보면 물이고 땅이고 구분없이 달리는 호버크래프트입니다. 사진=commons.wikimedia.org

    

호버크래프트는 프로펠러가 일으킨 압축공기로 에어쿠션을 만들어 물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운송수단입니다.


빠른데다 물을 헤집고 다니지 않아 나름 친환경적인 탈 것이죠. 이 친환경 운송수단에 마이크로 드론이 도전합니다.

    

앞에 있는 두 개의 프로펠러는 띄우는데 쓰고 뒤에 있는 두 개의 프로펠러는 전진에 씁니다. 그리고 바람을 막는 스커트를 달아줍니다. 사진=www.youtube.com

   

조종도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조종기의 스로틀 스틱을 올리면 상승하는 대신 전진하고,  스틱으로 좌우 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피치 스틱과  스틱 따위 필요 없습니다. 땅바닥에서는 회전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마이크로 드론을 호버크래프트로 탈바꿈하려면 금손이 필요하다는 게 단점이긴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흙손 전용 키트도 있습니다. 슬프게도 마이크로 드론은 별매. 사진=www.banggood.com

   

타이니 웁이 그렇게 시작했듯 여기에 FPV 카메라를 달면 그 재미가 배가됩니다.


빨리 달리기만 해서야 레이싱 드론과 다를 게 없지만

    

타이니 웁 사격 놀이를 제안한 플라이트 테스트는 이 호버크래프트로 축구 경기까지 했으니까요. 사진=www.youtube.com

      

하늘을 나는 것에 싫증이 났거나 집안에 윙윙 거리며 날아다니는 마이크로 드론 때문에 더 이상 맞을 등짝이 없는 분들에게 강하게 추천 드립니다.


하지만 한번 호버크래프트로 변신한 마이크로 드론은 프레임을 바꾸지 않는 한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는 건 그냥 참고만 하세요. (역시 돈 주고 산 전용 키트는 돌아옵니다.)

   

    


       

마이크로 드론의 아름다운 비행


마이크로 드론의 비행은 커다란 드론과는 다릅니다.

   

큰 드론과 비교해 작은 힘으로 더 많은 회전을 하기 때문입니다.

    

약한 출력 때문에 무리하게 속도를 내면 고도가 떨어지는 점이 갑갑해도 빠른 선회비행은 여름밤 우리를 괴롭히는 벌레에 그것을 연상시킵니다.


덕분에 아주 좁은 공간 비행이 가능해서 방구석 대회가 각지에서 꾸준히 개최 되곤 했지만

  

어떤 드론 레이싱 경기 못지않게 박진감 넘칩니다. 사진=www.tinywhoop.com

    

좁은 공간에서 즐기는 비행은 이 작은 드론이 만든 LED 불빛 궤적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원조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인 타이니 웁 팀은 그래픽 편집 툴을 활용해 아름다운 영상을 소개합니다. 사진=www.youtube.com

    

이 아름다운 마이크로 드론 영상은 고프로로 촬영하고 컴퓨터 작업(Adobe After Effects)으로 만들었습니다.


‘후보정은 비겁하다!’라고 생각하신다면 어두운 방에서 카메라의 셔터를 열고 장노출로 찍어 보세요.


작은 드론이 만든 독특한 비행 궤적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습니다.

   

잘 날리면 이렇게 주전자 모양을 그릴 수 있습니다. 아주 잘 날려야 하지만요. 사진=www.gregorhartl.at

    

우리 복부에 꽁꽁 숨어 있는 복근처럼 LED가 기체 안쪽에 숨어 빛이 잘 보이지 않는다구요?


LED를 인두로 조심스럽게 적출해서 가느다란 전선으로 연장합니다.


그리고 원하는 위치에 LED를 연결하면 됩니다. 프로펠러 가드에 붙이는 걸 추천합니다.

     

이렇게 하면 됩니다. 차아암 쉽죠? 사진=www.youtube.com

       

          


           

마이크로 드론, 그 궁극의 재미를 찾아서


마이크로 드론으로 즐기는 재미들은 소소하고 시시해서 진지한 비행을 목적으로 하는 나와는 어울리지 않은 분들을 위한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프로젝트 '모킹버드(Mocking Bird)'입니다.

    

패트릭(Patrick J. Clarke) 씨가 시작한 이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 개선 프로젝트는 레이싱 드론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베타플라이트(Betaflight)의 최적화를 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3.4 버전 발표를 앞둔 베타플라이트는 기본 설정만으로도 훌륭한 비행이 가능해 많은 레이싱 드론 파일럿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베타플라이트는 훌륭한 프로그램이지만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에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깁니다.


모킹버드는 타이니 웁의 원조인 인덕트릭스와 동일한 움직임을 목표로 설정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프로젝트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PID나 노이즈 필터 세팅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잘 다룰 일이 없는 스위치들의 세부 세팅과 조종기 믹싱까지, 고급 세팅을 지향하고 있으니까요.


이제 마이크로 레이싱 드론은 상상력과 호기심에서 시작한 재미부터 고급 세팅을 즐기는 마니아까지 드론이라는 문화 안에 또 다른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타이니 웁에서 시작해서 수많은 제품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완구형 드론에 FPV 카메라를 장착한 기본형에서 초미니 BLDC 모터카본 바디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프롭 가드까지 점차 다양하고 고급스러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잔인하게 다가온 장마라는 드론 오프 시즌에도 비행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마세요.


드론을 날릴 곳이 좁다면 좁은 곳에서 날릴 수 있는 드론이 있으니까요.


비록 작아도 이 드론이 담을 수 있는 상상력은 훨씬 거대합니다.

                

            


WRITER 민연기/아나드론스타팅 필진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



초보자를 위한 드론 전문 웹진, 아나드론스타팅!

www.anadronestar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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