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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드론스타팅 Jul 19. 2018

행복할 수 없는 만남, 바다와 플라스틱

이제 해결사 드론이 나설 차례

,사진_아나드론

ANA DRONE, JUL 2018

   

   

플라스틱세 번째 달콤한 발명품의 역습


플라스틱은 인류가 발명한 획기적인 발명품 가운데 하나다. 강철과 시멘트에 이어 세 번째로 플라스틱이 나타났을 때 인류는 일상생활의 혀 끝 위에 다시 한 번 문명의 이기가 주는 달콤한 맛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당연하게, 그리고 적어도 물질문명이 주는 달콤함이란 결코 끝까지 안심하기 어려운 미각에 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달콤함은 늘 뒷맛과 씨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발했다. 플라스틱이 남긴 과제는 편리함 뒤에 길게 드리운 그림자, 환경오염이다. 그 동안 인간은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만들고, 소비한 것일까? 1950년 이후로만 셈해도 무려 9억 톤에 이른다.

        

사진=www.publicdomainpictures.net

    

‘플라스틱’이라는 낯선 이름은 20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1863년 미국 상류사회에서는 당구가 유행했다. 당구공은 코끼리의 어금니, 상아로 만들어 사용했는데 코끼리 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상아 당구공을 대신해 쓸 수 있는 물품을 찾아 상금이 내걸렸고, 인쇄공이던 존 하이아트가 여러 실험 끝에 최초로 플라스틱 당구공을 만들었다.


존 하이아트는 자신이 만든 물질에 ‘셀룰로이드(celluliod)’라는 이름을 붙이고 동생과 함께 회사를 세웠다. 셀롤로이드는 이따금 폭발하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쨌든 셀룰로스(cellulose)라는 천연물로 만든 이 천연수지가 최초로 플라스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리고 플라스틱은 오래지 않아 해양오염의 주범이라는 악명도 얻었다. 바다가 원하지 않은 일이었다.

   

사진=www.flickr.com

            

             


          

국경을 초월하는 해양오염


오염(pollution)은 일반적으로 자연환경의 바람직하지 못한 변화를 가리킨다. 그런 점에서 지극히 인위적이며, 따라서 의도적인 인간 활동에 의하지 않은 오염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말에는 각각의 가치 판단이 따르기 마련이니 특정 사회가 거느린 특수한 문화적 배경을 사례로 들어 오염을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고, 또 그만한 경우를 거론할 필요까지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매우 드물고, 실상 그럴 만한 이유도 없어 보이는 자연환경의 변화를 일일이 거들기에는 드론의 활약이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사진=www.maxpixel.net

        

해양오염의 경우라면 어떤가? 지구가 겪고 있는 여러 변화 가운데 하나로, 해양오염은 오늘날 이미 심각한 논란거리의 중심에 섰다. 특히 다른 어떤 인공적인 유해물질이 가하는 위험과 재해보다 한결 위험하다. 지구 표면 전체의 3/4를 차지하는 바다는 더욱 무력한 상황에 처해 있다.


폐수, 산업폐기물, 플라스틱, 방사성 폐기물 등이 대책 없이 바다로 유입되고, 연간 600만 톤의 플라스틱 제품이 수천 km에 걸쳐 수년 동안 바다를 떠돌며, 해류는 거침없이 국경을 초월한다. 인류의 오랜 이웃이었던 바다는 이제 자신이 지구에서 가장 크고 오랜 오염의 현장으로 변한 것을 마치 오래 전부터 예고된 숙명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사진=commons.wikimedia.org

         

바다를 오염시키는 원인의 약 80%가 육지로부터 비롯된다. 특히 육지에서 생상된 플라스틱 문제는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미국 조지아(Georgia)대학교의 한 연구에 따르면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해양 오염 물질로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나라에 속한다. 가장 많은 양의 ‘잘못 처리 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생성한 20개국’ 목록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이 11번째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해양에 버려진 5조 5000억 개(총 무게 26만 9000톤)의 플라스틱 조각에 의해 세계 전역에서 바다가 질식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방치하면 미래의 바다는 해양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이들 작은 알갱이에 의해 서서히 좀먹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인간도 미세 플라스틱을 먹게 된다


드론을 폐기물 분쇄기로 활용하는 것은 지상에서도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2016년 2월에 스웨덴의 폐기물관리회사 레노바(Renova)가 볼보(Volvo)와 협력하여 ‘ROAR프로젝트(Robot 기반 자율 폐기물처리)’로 불리는, 공중과 지상에 기반한 로봇의 새로운 융합시스템을 시작한 바 있다.


스웨덴의 3개 대학 연구원들이 이끄는 ROAR 시스템은 드론을 이용해 쓰레기통으로 가득 찬 트럭의 주차 지역을 조사했다. 드론은 쓰레기통을 식별해 지상에 있는 로봇이 찾을 수 있도록 경로를 지도화하고, 내비게이션에 레이저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전파에 가까운 성질을 가진 레이저광선을 사용하여 개발한 레이더)를 이용해 쓰레기통을 비울 수 있었다.


멜라르달렌(Malardalen) 대학은 로봇 자체를 설계하는 일을 담당했고, 채머스(Chalmers) 공과대학은 로봇과 드론의 운영 체계를 펜 스테이트(Peen State) 대학은 택시 운전사가 모든 시스템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해 주는 웹 기반의 3D인터페이스를 개발했다.

   

사진=www.youtube.com

          

드론을 이용해 환경오염을 방지하려는 노력은 지상에서 폐기물을 직접 수거하는 방식과 다른 측면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영국의 한 환경보호단체인 ‘플라스틱 타이드(Plastic tide)’에서 전개한 캠페인은 드론이 인공지능으로 해안가의 쓰레기를 찾아 지리적인 분포를 파악한 뒤 위치 정보를 인터넷에 전송하면 사람들이 이를 청소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플라스틱 타이드는 “매년 수많은 해양 생물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위장이 가득 차 진짜 음식물을 먹지 못해 굶어 죽는다. 심지어 우리 인간도 매년 1만 1000조각의 미세 플라스틱을 먹는다.”고 설명한다. 2014년 한 해 동안 지구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이 3억 1100만 톤이었다. 만약 이대로 가만히 있다면 2025년까지 바다에 쌓이게 될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무려 8000만 톤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사진=www.flickr.com

        

            


            

고래 모양의 해양청소 로봇한국의 바다에 뜨다


2017년 12월에는 한국에서 미대 출신의 기계공학부 대학원생이 해양 쓰레기를 소용돌이로 빨아들이면서 청소하는 로봇을 개발해 화제가 됐다. 서울대 미대 공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공대 기계공학부대학원에서 해양쓰레기 청소로봇과 관련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유성근은 학부 4학년이던 2012년 해양 쓰레기 관련 뉴스를 보고서 심각성을 깨달았다.


미대 졸업작품으로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로봇을 만들기로 마음 먹은 뒤 “미대생이 로봇을 어떻게 만들겠느냐”는 걱정을 많이 들었다. 그가 처음 개발한 고래 모양의 로봇은 길이 2m 가량으로, 해수면 위를 떠다니다 입을 벌려 쓰레기를 수거하도록 설계됐다.


고래 로봇을 디자인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방수 기능과 물 위에 뜰 수 있는 균형감을 갖춘 실제 로봇을 만드는 일이 벅찼다. 공학적 지식이 필요했고,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등 공대 교수들을 직접 만나 조언을 구했다.

      

   

2012년 말 고래 로봇이 탄생했다. 실험실 수조에서 물에 뜨는 데 성공하고 입도 적당히 벌릴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를 갖추었다. 하지만 한 번에 처리하는 쓰레기 양이 적었다.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해야 했으므로 효율성도 떨어졌다.


2014년 공대 기계공학부 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그해 물속의 소용돌이가 주위 물체를 빨아들이는 현상을 보고 다시 도전했다. 소용돌이를 일으켜 해양 쓰레기를 흡입하는 고정형 청소 로봇 개발이 그 해답이었다. 터빈을 돌려 수중에서 날개가 돌아가면 소용돌이가 생기고, 소용돌이가 물과 쓰레기를 빨아들인 뒤 저장망에 쓰레기만 거르는 시스템을 완성해 2015년 국내 특허, 2017년에는 미국 특허를 얻었다.


그는 고정형 로봇뿐만 아니라 이동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드론도 개발하고 있다. 소용돌이 기술을 드론에 적용하면 바다나 연못에서 드론 스스로 움직이며 쓰레기를 빨아들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플라스틱과 문명바다와 드론의 미래


플라스틱이 마침내 본격적으로 문명의 시대를 열고 들어온 것은 인쇄공 존 하이아트가 당구공의 재질을 상아에서 플라스틱으로 바꾼 후로 40여 년이 더 지나서였다. 벨기에 출신 미국인 발명가 베이클랜드가 합성수지 ‘베이클라이트(Bakelite)’를 발명했다. 1909년 특허를 취득한 이 새로운 발명품은 포름알데히드와 페놀을 이용해 태어났다. 20세기에는 셀룰로이드 대신 거의 모든 분야에서 베이클라이트가 사용됐으며, 1936년 나일론이 탄생하는 바탕이 됐다. 플라스틱 장난감에서부터 가전제품·자동차에까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여러 부품들이 나일론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바다는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지만 플라스틱은 인간이 만든 물질이다. 바다와 플라스틱, 그 둘 사이에서 굳이 친연성을 찾으려 들자면 아주 없다고 하기도 어렵다. 둘 모두 ‘천연’이라는 점에서 그런데, 바다는 태초부터 스스로 존재한 자연이고, 플라스틱 또한 천연물에서 출발했으니 말이다. 하더라도 오늘날 그 둘 사이는 지나칠 정도로 서로 경계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사람의 힘을 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한 점에서는 같을지 모르나, 바다를 향해 진행되는 플라스틱의 홍수가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홍수가 지난 뒤에는 쓰레기가 남기 마련이다. 이 오염으로부터 바다와 플라스틱 사이에 멀어진 간격을 얼마나 좁혀줄지, 한동안 바다 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앞으로도 드론의 활약을 통해 주시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먼 길일 수도 있지만 로봇을 이용한 폐기물 수집이라는 이 새로운 체험은 폐기물이 가야 할 미래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www.tuvie.com

                                

                    


WRITER 아나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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