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가 처한 경제 상황을 ‘미성숙한 산업 공동화 현상’이라고 표현한 사람이 있다. 미국 프린스턴고등연구소 경제학 교수 대니 로드릭이다. 아직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상태, 그럼에도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변화의 물결, 경제에 기여하는 노동인구 비중의 급격한 하락, 이런저런 여러 현상이 그 말 속에서 두루 겹쳐져 있다.
‘공동화’를 도시경제학 용어에 기대면, 도시가 성숙 단계에 진입하면서 인구와 산업이 주변부로 이동하고 중심부가 빈 공간으로 바뀌는 현상을 가리키는 설명이 된다. 그러니 ‘산업공동화’는 제조업이 쇠퇴함에 따라 탈공업화하는 경제 현상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어느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더 정밀한가, 또는 적절한 용어를 동원할 수 있느냐가 지금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가 이러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Republic of South Africa)이 아프리카 내에서 유일하게 주요 20개국(G20)에 속하는 나라라는 사실, 이 점을 큰 관심 없이 대강 보아 넘기지 말자. 모름지기 아프리카 1위 경제대국인 그 나라, ‘남아공’에서 드론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일까? 그 넓은 땅에 새롭게 불고 있는 이 바람은 세계시장과 경제성장에 큰 물음표와 가능성을 던지게 될 것이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최남단에 위치한 국가이다. 한반도 면적과 견주면 5.5배에 이르는 방대한 국토가 북으로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모잠비크와 경계를 이룬다. 인도양과 대서양을 낀 3000km 해안선이 삼면을 감싸고 있다. 특이한 사실을 하나 더 들자면 케이프타운(입법수도)·블룸폰테인(사법수도)·프리토리아(행정수도)에 3개 수도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저런 설명을 통해서도 좀처럼 이 국가가 아주 먼 나라로 떠오르는 이들에게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이야기하는 것이 한결 수월하다. 축구를 워낙 좋아하는 나라여서 ‘코리아’ 축구를 보는 눈빛이 다르기는 하지만, 2010년 남아공월드컵이 열리기 전만 해도 이곳에서 한국 관련 뉴스를 다루는 일은 별로 없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과 시진핑이 건배하는 사진으로 1면을 장식한 케이프타운 신문(「CAPE TIME」)의 기사는, 북한 핵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참고하더라도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영국의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주니퍼리서치(Juniper Research)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2016년에 남아공에서 판매된 상용 드론의 총 액수는 현지 화폐로 800만 랜드(약 7억 원)에 이른다. 이 연구는 수치를 정확히 명시하고 있지는 않으나 전년도 대비 급증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다.
또 하나의 사실을 덧붙일 수 있다. 남아공 민간항공국(SACAA, South Africa Civil Aviation Authority)에 따르면 2007년 1월까지 한 해 동안 남아공에서 등록된 상업용 드론은 모두 465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등록된 216건보다 거의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상업용 드론 조종 라이선스(pilot licence) 발행도 크게 늘어났다. 2015년 1월까지 1년 간 33건이었던 것에 비해 2016년 같은 기간에는 368건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남아공 민간 항공국은 등록되지 않은 드론 및 사용자가 등록 건수의 2~3배 가량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 반면, 남아공 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드론 제품은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연간 수입 액수는 2016년을 기준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으나 판매 총액은 증가했으며, 2017년 1분기 수입 액수는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현재 남아공에서 드론의 활용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농업용, 광업용, 보안용, 불법침입 감시 및 아프리카 대표 야생동물(이를 ‘Big Five’로 칭하는데, 사자, 코끼리, 버팔로, 표범, 코뿔소가 그들이다.) 위치 확인용, 건설현장 확인용, 영화 제작용, 저널리즘용, 군용(군사적 목적의 정찰), GPS 3D 지도용, 개인취미용 등등 여러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드론에 대한 규제는? 당연히 변화를 겪었다. 2015년 7월 이전까지 남아공에서는 관련 법안이 제정되지 않았다. 드론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드론 관련법인 CARs(Part 101 Civil Aviation Regulations)를 마련하면서 간 항공 운행 구역에서 드론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이 통과된 몇 안 되는 국가로 발돋움했다. CARs 규제 내용에 취미용 드론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밖에 상용화되는 드론은 해당 법안의 규제를 받는다. 드론 및 사용자는 남아공 민간항공국(SACAA)에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상업용 드론의 경우 비행기 근처 및 비행장 10km 이내에서는 조작을 금지하고 있다. 7kg 이상인 드론 사용과, 이·착륙 시 일반도로를 이용하는 것도 금하고 있다. 화물 운송과 배송, 허락 없이 사람 주변 50m 이내에서 조작하는 것을 금지했다. 필요한 경우에는 민간항공국의 승인을 얻어 50m 이상 높이에서 조작하도록 했다. 또 교도소나 경찰서, 핵 발전소 등 금지된 구역에서는 드론을 조작할 수 없으며, 가시 범위 내에서만 조작해야 한다.
취미용 드론에 대한 규제는 이보다 훨씬 여유가 있다. 7kg 이하 드론이어야 하지만 사용자 조작 등록증(RPL, Remote Pilots Licence)이나 드론 등록(RPAS, Repmtely Piloted Aircraft Systems)은 필요하지 않다. 허용 거리는 사용자로부터 드론에 이르는 거리가 최고 300m까지 허용되고, 가시거리일 경우 최대 500m까지 허용된다. 사람, 도로, 건물로부터 50m 이내 접근과 공항 10km 이내 조작, 별도로 정한 금지 구역에서는 조작 할 수 없지만 비행장 근처가 아닐 경우에는 밤에도 조작이 가능하다.
또한 남아공에서 드론을 판매할 경우 겉포장의 라벨을 통해 드론에 대한 규제가 있음을 명시하도록 규정하는 한편, 재판매할 경우에는 같은 내용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했다. 현재 남아공에서는 항공국에 등록하지 않은 상태, 즉 면허 없이도 드론을 구매할 수 있다.
남아공 드론 시장의 경우 규모는 매우 작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드론 레이싱 아프리카(DRA, Drone Racing Africa)라는 드론경주대회를 개최하는 등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가할 정도로 드론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추세이다. 남아공은 매우 잘 발달된 통신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다. 다수의 휴대전화 업체가 남아공 국내 통화를 제공하고 있으며, 유선전화망도 잘 갖추어져 있다. 대부분 도시에서 인터넷과 와이파이(Wi-Fi)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국가이다.
남아공 상업용 드론업체인 Above Africa Produtions 소속인 Riaan Coleman은 “귀사에서는 어떤 산업에서 어떻게 드론을 사용하는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광고에 쓰일 풍경 사진을 담기 위해서나 항공사진, 영상 촬영을 위해 쓰이기도 하고 3D 지도 제작을 위한 문의도 있으며, 건설 현장에서 건물 증축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또 광산 현장에서 작업이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작업 속도 조절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그는 업계에 동종 업체가 많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업체가 많은 것 같지는 않지만 크게 성장하는 것은 확실하다. 등록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일을 하는 곳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다.
남아공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드론은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 제품이 아닌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제품이다. 중국 제품, 특히 DJI사 제품이 가장 많은 판매량을 올리고 있다.
남아공의 드론 산업은 앞으로 계속 성장해 1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남아공의 각종 산업에서 드론이 사용되기 시작했고, 첨단기술을 이용한 한국산 상업용 드론의 남아공 시장 진출 또한 기대된다.
무엇보다 남아공에서 수입하고 있는 드론에는 관세가 없다. 이는 드론 관련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는 농업 살충제 살포용, 광업 및 건설업 공정 확인용, 군사적 정찰용, 보안용 등 각종 산업에서 드론이 사용되기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첨단기술을 이용한 한국산 상업용 드론 또한 남아공 시장 진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최초 드론 전문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