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의 비밀을 캐려는 세계 각국의 수중드론
잠수(潛水)는 물속으로 들어가는 행위이다. 인간이 최초로 잠수한 기록은 분명하지 않으나, 아마도 지구상에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일 것이다. 이러한 짐작은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얻기 위해 고대에 이미 잠수하는 방법을 터득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여러 기록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진주로 만든 자개 장신구이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굴된 장신구를 기원전 4세기 이전의 것으로 추정한다면 이전부터 인간의 잠수 활동이 시작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밖에도 크레타 섬에서 활동하던 다이버들(B.C.3000), 중국 황제에게 진상한 진주(B.C.2200) 등이 또 다른 기록으로 남아있다. 기원전 900년경 아시리아인들은 염소 가죽으로 만든 수중 호흡기를 사용하는 그림을 남기기도 했다. 기원전 333년에는 알렉산더 대왕이 해전(海戰)에 잠수사를 활용해 적의 전함을 침몰시켰고, 티레(Tyre)항의 수중 장애물 제거 작업을 지시했으며, 수중 구조물을 점검하기 위해 직접 잠수정을 타고 잠수했다.
이처럼 잠수는 인류 역사의 흐름을 따라 식량을 얻기 위한 수단에서 더 나아가 군사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며 그 행위의 수단과 목적을 달리 해왔다. 적이 몰고온 함선의 닻줄을 자르거나 배 밑창에 구멍을 내거나 해안방어를 위한 수중 구조물을 건설하는데 많이 활용되면서 새로운 장비가 나타나기 시작 한 것이다. 압축공기 등을 이용해 스쿠버 장비가 개발된 것은 20세기 들어 1933년 프랑스 해군 중령에 의해서였다.
오늘날 사용되는 잠수기술과 활용도는 해산물 채취에서 선박 수리, 레저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해외 각국의 수중드론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더 깊고, 더 다양한 드론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다양한 형태의 수중로봇 연구개발 및 활용이 가장 활발한 국가이다. 상업적 또는 과학 연구에 수중로봇의 활용이 두드러지지만 군사적 목적에 의한 연구 개발과 활용 계획이 매우 체계적이며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해양과학 조사용으로 제작된 최초의 ROV는 WHOI(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e)의 Jason ROV이다. Jason은 6,000m급 ROV로서 고도의 조종을 요구하는 정밀 조사와 샘플 채취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그동안 많은 해양과학 조사 임무를 수행했다.
1912년 대서양에서 침몰한 여객선 타이타닉호를 83년 만에 영상 촬영함으로써 전세계에 그 이름을 알렸다.
미국은 Jason 시리즈 이외에도 많은 연구기관과 기업체 등에서 다양한 ROV를 개발 및 운용하고 있다.
특히 미 해군에서는 일찍부터 무인잠수정의 중요성을 인식해 1994년 최초로 군사용 무인잠수정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2000년에 최초로 1차 계획인 UUV 종합계획을 수립했고, 2005년 들어 새로운 UUV 종합 계획을 공개했다.
이보다 앞서 1998년 최초로 잠수함 운용 개념을 적용 한 근거리 기뢰탐색 시스템(NMRS; Near-term Mine Reconnaissance System) 무인잠수정을 개발하고 LA급 잠수함에 탑재해 운용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1999년에는 어뢰를 회수할 때 잠수사의 도움이 필요한 NMRS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장거리 기뢰탐색 시스템(LMRS) 개발에 착수해 2005년 시제품을 개발한 후 LA급 및 버지니아(Virginia)급 원자력잠수함에 탑재해 운용 중에 있다.
LMRS보다 기능이 향상된 MRUUV(Mission Reconfigurable Unmanned Underwater Vehicle)는 록히드마틴사에서 개발해 2013년 이후 잠수함 및 전투함에 적용됐다.
또한 MANTA 프로그램을 통해 무인잠수정의 궁극적인 목표인 전투용 무인잠수정(UCUV; Underwater Combat Underwater Vehicle)을 2020, 2030, 2050년 단계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미해군 수중전쟁센터(NUWC; US Naval Underwater Warfare Center)에서 제작한 MANTA는 잠수함으로 수송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새로운 잠수함들은 MANTA와 다른 AUV를 지원하고, 저장, 진수 및 회수할 수 있는 구조가 되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미래 해상 및 수중 전장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1986년 ISE(International Submarine Engineering)사에서 ARCS를 개발한 뒤 1992년 중량 8617kg의 대형 AUV Theseus 개발에 나서 1996년부터 빙하 밑의 수로 조사와 광섬유 케이블 부설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1994년에는 70kWh의 알루미늄-산소 연료전지를 개발해 36시 간 연속운용을 기록했다. 군사용 수중로봇으로는 캐나다 국방연구개발부(DDRC Canada)에서 중량 3275kg의 반잠수정 무인기뢰처리기 Dolphin/Dorado와 Trail Blazer을 개발했다. 중량 3275kg의 반잠수정 Dorado는 10노트 속도로 SSS등의 기뢰탐지 센서를 200m에서 예인했 고, 772kg 중량의 Trail Blazer는 5.75노트에서 500m의 수심까지 운용 할 수 있는 ROV 형태의 MDV이다.
EU 국가들은 거의 모든 회원국들이 독자적 또는 국가별 컨소시움을 통해 매우 다양한 형태의 ROV 및 AUV를 개발해 군사용, 산업용 및 해양과학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해양강국인 영국은 수중로봇에 대한 연구개발 및 운용이 가장 활발하며,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그 외에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벨기에 등의 연구개발 노력도 간과할 수 없다.
해저 탐사와 해양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운용수심 300~2000m급의 다양한 수중로봇을 운용하고 있다.
1988년 사우샘프턴 대학에서 해양탐사용 AUV인 Autosub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해 1996년 Autosub-I을 개발하고, 1999년 수심 1만 6000m급 Autosub-II, 2007년 6000m급 Autosub6000을 개발해 시험 중이다.
영국국립해양센터(NOC; National Oceanography Center)에서는 Autosub로 2005년 2월 남극 Fimbul 빙하 밑을 약25km 걸쳐 탐사한바 있는데, 종래의 삽입식 기술로는 관찰할 수 없던 어군의 이동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관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199년 스코틀랜드 수산연구소는 SBES Autosub AUV를 사용해 남극의 한계빙하지역에서 크릴의 분포와 양, 형태 연구에 활용한 바 있다.
군사용 수중로봇으로는 1998년 BAE System사가 12인치 중어뢰형 UUV인 Marlin시스템을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에는 잠수함 Archerfish를 탑재한 Talisman을 시연했다. 영국은 단기적으로 기뢰대항전을 위해 REMUS-600 계열 정찰(Recce) 체계를 확보 운용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잠수함 진수 및 회수가 가능한 Marlin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는 Marlin 시스템 개발에 기초해, 잠수함, 수상함 및 다른 플랫폼들이 연안작전에서 위험성을 줄이고 은밀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BAUUV(Battelspace Access Unmanned Underwater Vehicle)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해양연구소(IFREMER)에서 과학 및 산업용 수중로봇을 주관하고 있으며, DCN 및 ECA사가 주도해 군사용 수중로봇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ECA사는 1981년 최초로 음향으로 제어하는 6000m급 AUV Epaulard를 개발한 데 이어 1982년 ROV 소형 기뢰제거정 PAP- 104를 200여기 생산했다.
해양연구소는 SINERE와 하이브리드 AUV인 SWIMMER를 개발했고, 해저구조물의 검사와 수리 및 정비용 복합 무인잠수정인 상업용 SWIMMER는 현재 Cynerentrix사가 개발하고 있다.
군사용 UUV로는 DCN-GESMA가 주관해 1996년 기뢰대항전용 무인잠수정 Redermor를 개발했으며, 현재 미국과 같이 무인화 된 해양 전장 환경을 고려해 2020년을 목표로 약 40여개의 핵심기술 과제를 포함한 UUV 체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HERION Systemtechink GmbH에서 수중 구조물 작업용 복합 무인잠수정 시스템 DAVID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수중드론을 운용하고 있다. QUEST 4000은 심해 작업용으로 개발된 ROV로 최대심도 4000m에서 운용 가능하다. 군사용 수중드론은 STN-ATRAS Electronics가 기뢰무력화용 소모성 기뢰제거정인 SeaFox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최근에는 해양생물 모방 수중로봇의 연구개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스웨덴의 Saab Underwater Systems는 우수한 Double Eagle을 비롯해 TSM 2022 Mk 소행용 소나(Sonar) 등 여러 형태의 민수용 및 군사용 수중로봇 시스템과 관련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2000년 초에 어뢰모양 잠수함 진수 및 회수 가능한 자율무인잠수정 모델인 AUV-62F UUV을 스웨덴 해군에 인도했다. 이어 탐색된 기뢰를 제거하기 위해 폭약을 탑재한 소모형 MDV인 소형 Minesniper 실용 개발했으며, SAS를 세계 최초로 실용화해 UUV에 적용했다. 2006년 SUVROV로 UUV를 도킹 및 어뢰발사관 회수에 성공했다.
Kongsber 그룹에서 Hugin 시스템과 소모용 MDV인 Minesniper 등 다양한 수중로봇을 독자적으로 혹은 EU 내 국가들과 컨소시움 형태로 개발했다.
대표적 AUV는 Kongsber 그룹에서 개발한 Hugin 시리즈로, 애초 군사용이었지만 상업용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1992년 처음 시험을 보인 후 파이파라인루트 조사 등의 100가지 이상의 임무를 수행했다.
Hugin 시리즈 이외에 군사용으로 MCM 기능을 보유한 무인잠수정을 산업용으로는 해저 유전 및 심해저 해양탐사용 무인잠수정에 대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수중드론을 활용한 수산학 연구가 가장 활발한 국가 중의 하나이다.
1998년 해양연구소가 HUGIN-2 AUV를 활용해 노르웨이 서쪽 연안의 산호초 지도를 작성했다. 2005년에는 레이저 영상 플랑크톤 계수기(LOPC ; Laser Optical Plankton Counter)를 장착한 AUV를 사용해 이전 에는 볼 수 없던 대양 해류와 해저 형상이 동물성 플랑크톤의 분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에 못지않은 해양기술력을 지닌 아시아 해양강국으로 ROV KAIKO 시스 템이 지구의 가장 심해저인 Mariana 해구에 도달하는 등 일찍부터 여러 가지 기록을 남겼다.
1991년 일본 해양과학연구센터(JAMSTEC)에서 3300m급 심해 ROV 수중로봇 Dolphin 3K를 개발해 심해 해저의 해양조사와 심해저 관측을 수행했다. 이후 지구의 모든 해저면 탐사가 가능한 6500m급 ROV인 KAIKO를 개발해 1만 909m의 Mariana 해구에 도달하는 기록을 남겼으나 2003년 연결선이 끊기면서 심해로 가라앉았다.
1996년에는 폐회로 디젤엔진을 탑재한 R1-수중로봇, 1998년 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장거리 무인잠수정 Urashima, 2000년 4200m급 심해저 탐사용 MR-X1 AUV와 Biomimetic 추진방식의 AUV인 Flatfish를 개발했다. 또한 수중에서 장기 체재할 수 있는 심해잠수정용 소형 연구용 원자로 DRX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수중로봇 연구를 수행중이다.
최근 해양강국으로 떠오르며 수중로봇의 연구개발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예고하고 있다. 1990년 초에 러시아 극동해양연구소(IMPT ; Institute of Marine Technology Problems)로 부터 기술을 지원받아 6000m급 심해 탐사가 가능한 CR-1 UUV를 개발했다.
최근에는 이보다 성능이 개선된 AUV CR-02를 개발해 해저 탐광과 장비를 지원하는데 운용하고 있다. 자오룽, CR-01, Quianlong-1, ARV-A 등의 수중드론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
국방과학기술국인 DSTO(Australian Defense Science 7 Technology Organization)가 2004년 기뢰대항전용 무인잠수정 Wayamba를 개발한 데 이어, 기뢰대항전 등 모함과의 협동작전 수행을 목표로 잠수함 진수·회수가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호주 국립대에서 소형 저가형 AUV인 Kambara와 군집제어 연구용 0.4m 길이의 초소형 AUV인 Serafina를 개발 중이며, 하드 슈츠(Hard Suits)사에서 매니퓰레이터와 가압 인명구조 시스템을 갖춘 독특한 수중 복합 시스템으로 호주 해군의 잠수함 구조 시스템인 REMORA를 제작했다.
1970년대 초 옛 소련의 IOM(Institute of Oceanology, Moscow)에 의해 CRAB-4000과 MANTA를 개발하는 등 수중로봇에 대한 장기간의 개발경험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센서와 에너지원 개발 등에 관련된 대부분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해양기술의 잠재적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존보다 기록을 중시하는 모험가들은 오늘도 끊임없이 더 깊은 바닷속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기구에 의존하지 않는 무호흡 잠수방식(스킨 다이빙)과 기구에 의해 공기를 공급받는 잠수방식(스쿠버 다이빙), 그들 모두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그들은 왜 그런 행위를 선택하는 것일까? ‘인간이 얼마나 깊이 잠수할 수 있을까?’하는 오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이다. 그들이 오늘도 줄기차게 진행하고 있는 모험은 바로 그 질문의 연장선 위에 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이러한 인간의 도전은 해저를 탐사하는 수중드론이 나타나면서 점차 무색해지고 있다는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해저가 안고 있는 비밀을 캐려는 오랜 시도의 성사 여부 때문이 아니다. 21세기 산업 잠수는 해양 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미래를 지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추세인 해양 산업의 규모는 지난 20년 동안 약 50%의 증가세를 보였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크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전망과 함께 주목받는 새로운 분야 가운데 하나가 수중드론이다. 인간이 안전하게 일할 수 없거나 접근이 어려운 깊은 바다에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USV(수상드론)과 UUV(수중드론)은 현재 세계 각국에서 해양이 품고 있는 오랜 비밀을 관측하거나 미리 살펴볼 수 있는 기준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기준점은 적어도 하나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는 매우 유효하다. 인간이 최초로 잠수한 기록은 분명하지 않으나, 우리가 드론이 어디까지 잠수할 것인지 궁금해 한다는 사실에 관한 정보가 분명하게 다가올 시간이다.
수중드론의 미래는 해양의 오랜 비밀을 밝히는 데 유효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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