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는 특수목적용 수중드론
2018년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종다양한 수중드론의 존재 가치는 해양을 유람하는데 있지 않다.
그들의 목적이 한가함에 있다면 자신의 활약을 통해 인류에게 전달할 남다른 정보의 특별한 가치, 의의를 스스로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말이 될 테니까.
그들은 자신의 독보적인 존재 가치에 대해 별다른 의문을 던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가 수중드론의 돋보이는 활약상을 탐방하는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 이미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그 모든 일이 해양, 더 좁혀 말하자면 해양의 표면이 아닌 이면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수한 목적을 지닌 드론을 한자리에 모두 섞어 열거할 수는 없지만, 대표적으로는 수중건설로봇과 수중글라이드를 들 수 있다.
특수 목적용으로 자신의 쓰임을 견디고, 자신의 몫을 지탱하는 그들을 만나기 위해 짧은 여정을 시작하자.
수중건설로봇이 하는 일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해저 케이블, 해저 파이프라인을 매설하는 일을 비롯해, 연근해 가스전과 유전의 시추시설 건설에 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저조사, 시설 설치, 운전 및 유지보수 등 심해작업이라면 수중건설로봇이 가리는 일이 없다.
수중건설로봇은 우선 소형과 대형 ROV(원격으로 조정되는 심해자원 탐사 및 개발용 무인잠수정)로 구분된다.
소형은 해양작업 모니터링에 필요한 기본적인 광학카메라와 추진기를 장착하고 있다. 대형은 수중에서 작업이 가능한 강력한 매니퓰레이터가 장착된 작업용이다.
이러한 용도의 ROV로는 작업 목적에 따라 해저면을 도랑 모양으로 굴삭하는 ‘물분사 굴삭로봇(Water-Jetting Trenching)’, ‘암석 절단 로봇(Rock Cutter)’, 케이블 또는 파이프 매설 로봇(Towing Plough)’, 그밖에 항만공사용으로 유용한 건설로봇, 준설로봇 등이 개발되어 있다.
수중글라이더 방식은 ① 기계적 또는 전기적인 부력 변화, ② 해수 온도차 발전 에너지 구동, ③ 파력(wave force) 에너지 구동, ④ 표준 추진시스템과 활강 시스템을 결합한 복합 방식의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각각의 특징을 살펴보자.
① 날개모양의 핀을 사용해 전진과 하강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활강 무인잠수정이 지정된 깊이에 도달하면 부력 변화 시스템으로 수면으로 상승해 데이터를 전송하고, 인공위성 위치추적 시스템을 이용해 위치를 재조정한다. 잠수 가능 깊이는 200m∼1,500m, 작동 수명은 수주에서 수개월에 이른다.
② 2009년 미국 러커스(Rutgers) 뉴저지주립대학에서 개발한 수중글라이더로 뉴저지와 스페인 해안을 221일간 횡단에 성공했다.
③ 파력과 태양력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④ 저속 활강 무인잠수정으로 앞으로 수중조사관측, 수중작업, 심해탐사와 같은 산업 및 해양학 연구 도구로 채택될 전망이다.
미 해군은 2004년에 발사한 수중글라이더를 통해 해양 3차원 정보를 획득하고, 소나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등 전술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미국해군연구청(ONR)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군사용 활강 무인잠수정으로 알려진 ‘슬로컴(Slocum)’ 또한 1989년 DARPA에서 개발 제안한 수중무인 활강 글라이더이다.
수심에 따른 바닷물의 온도차를 이용하므로 다른 동력을 추가하지 않고도 오랫동안 움직일 수 있고, 이 때문에 장시간이 요구되는 해양 정보 관측에 활용된다.
해양에서 운용되는 무인계류시스템의 자료 수집률은 대략 80% 정도지만, 수중글라이드를 활용하면 86%를 달성할 수 있으므로 실패율이 그만큼 낮아진다.
실패의 주원인인 어로 활동, 수중 생물의 공격, 부력 조절 문제 및 컴퍼스 문제를 해결한다면 더 높은 성공률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한 번 투하해 가장 오랫동안 글라이더 미션에 성공한 예는 시 글라이더가 약 1년 6개월 동안 연속 관측을 수행한 경우이다.
2004년에 우즈홀 해양연구소(WHOI)의 ‘스프레이 글라이더(Spray Gilder)’가 대서양의 멕시코만류를 가로질러 최초로 1000km를 무인 완주했고, 2005년 워싱톤대학의 ‘시 글라이더(Sea Gilder)’가 3500km, 2009년에는 러커스대학의 ‘슬로컴 글라이더(Slocum Gilder)’가 7개월 만에 7000km 대서양을 횡단하는데 성공했다.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수중 글라이더에 대해 꼼꼼히 알아보자.
21세기 들어 특수 목적용 수중드론은 자신의 유용성에 대한 질문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할 정도로 활용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새로운 의구심은 이제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인다. 사람이 내려갈 수 없는 깊은 바닷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수중드론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미국의 여러 기업(Teledyne, Blufin, Liberdate, Exocetus)에서는 해양수산 분야뿐만 아니라 군사용 목적의 AUV를 개발 완료해 실전에 사용하고 있다.
유럽의 수중드론은 영국(BAE, SMD, SEAEYE)과 프랑스(Alister, ALIVE, VICTOR ROV)를 비롯해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등에서 북극 유전개발과 관련한 대형 ROV, 군사용 소형 AUV 등을 개발해 수출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석유시추, 선박 유지보수, 해양조사 등과 관련한 다양한 범위를 아우르고 있으며, 현재는 해양에너지 확보, 자원탐사, 인공섬 및 해양 재해 방재시설 구축, 환경오염 저감시설 건설 등의 수요에 응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대체에너지, 그린에너지 확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조력발전, 조류발전, 파력발전, 해상풍력발전 등 무공해 해양에너지 개발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같은 수중드론의 폭넓은 활용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해양자원 개발 및 군사용 수중로봇이 활발하게 개발되는 중이다.
일본은 이미 다양한 수중드론(R1, S10, tantan, Urashima)을 개발해 석유시추, 해양관측 등에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대우조선해양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몇몇 ROV와 AUV를 연구했으나 기대만큼 널리 실용화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수중로봇의 기술개발 수준을 핵심기술 측면에서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조선 분야의 선두국가답게 선체 설계 분야에서는 선진국과 동등한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밖에 수중로봇 기술 분야에서는 아직 선진국 기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중드론은 해양자원 개발과 수중의 다양한 임무 수행하는데 필수적이지만, 현재 이와 관련한 연구개발 현황은 미국과 유럽 등 해양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저조한 상태인 것이다.
해양자원 개발은 삼면이 바다인 국가, 지상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한시바삐 풀어가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바다가 감춰둔 비밀을 향해 거침없이 다가가는 수중드론, 그 상상력과 실행력은 우리가 쉽사리 따라잡기 어렵다. 특수 목적용 수중드론은 사람이 수행하기 어려운 작업을 대신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들이 애초 구획된 자신의 영역에서 거침없이 제 역할을 수행하는 동안 인류는 그들과 함께 바다와 더 깊은 친밀감을 유지하는 방식에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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