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모양과 재질의 프로펠러에 대하여
십자 모양 막대기 끝에 프로펠러를 달아봅시다. 프로펠러가 돌건 돌지 않건 누구나 이것을 드론으로 여깁니다.
그만큼 프로펠러는 드론을 상징합니다. 물론 프로펠러는 드론만 가진 건 아닙니다.
헬리콥터도 이미 2개의 프로펠러는 가지고 있고 프로펠러의 힘으로 나는 비행기도 있으니까요.
드론이 사용하는 프로펠러는 비행기나 헬리콥터의 그것과 다릅니다.
비행기에게 프로펠러는 전진하는 힘을 만듭니다. 비행기를 떠올리는 일은 바람을 가르며 전진하는 날개의 몫이죠.
헬리콥터는 드론과 비슷합니다. 헬리콥터는 하나의 프로펠러에 의지해 떠오르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드론은 2개 이상의 프로펠러가 만드는 힘으로 자세까지 바꾸는 점이 다릅니다.
커다란 프로펠러 하나의 방향을 바꾸어 자세를 잡는 헬리콥터와 달리 드론은 여러 개의 프로펠러가 만드는 양력차를 이용해 자세를 잡습니다.
덕분에 헬리콥터 보다 훨씬 쉽게 안정적인 자세를 만들 수 있고 더 격렬한 동작이 가능합니다.
드론의 움직임은 프로펠러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어떤 프로펠러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비행이 달라집니다.
어떤 프로펠러는 더 빠른 비행을, 어떤 프로펠러는 더 오래 비행할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합니다.
더 조용한 프로펠러도 있습니다. 효율과 기능은 버리고 재미를 추구하는 프로펠러도 있죠.
다양한 모양을 한 프로펠러에는 나름의 속 깊은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프로펠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자유로운 드론 비행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아나드론스타팅이 나눌 이야기는 드론의 날개, 프로펠러입니다.
비행기가 바람을 가르고 하늘로 올라가는 풍경은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항 근처에서 여객기가 얼마나 거대한지 직접 마주하면 무거운 쇳덩이가 어떻게 하늘로 오르는지 여전히 신기합니다.
이름이 비행기니 나는 거야 당연하고 비행기가 가진 날개가 만드는 양력으로 떠오른다는 건 착실한 공교육을 마친 교양 있는 드론인에게는 상식이라도 말입니다.
날개의 독특한 단면은 바림이 날개 위로는 빠른 속도로 아래로는 느린 속도로 흐르게 만듭니다.
빠른 바람은 낮은 압력을, 느린 바람은 높은 압력을 만듭니다. 날개 아래 높은 압력은 날개 위 낮은 압력을 밀어 내고 그 결과 날개가 위로 떠오릅니다.
이 놀라운 날개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말짱 소용이 없다는 거죠.
프로펠러는 전진하며 바람과 만나야 하는 날개를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럼 활주로를 달리지 않아도 한자리에서 양력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회전하는 프로펠러는 가운데에서 느리게, 중심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빠르게 바람을 가릅니다.
날개가 중심에서 끝까지 직선 모양이라면 만들어지는 양력은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커집니다.
그래서 프로펠러가 활처럼 휘어버립니다. 지금의 드론에서는 드물지만 날다가 날개가 부러지는 경우도 있었죠.
날개가 넓으면 양력도 넓이만큼 커지기 때문에 끝이 좁아지는 프로펠러는 날개 전체에 고르게 양력을 만들어 줍니다.
이런 구조의 프로펠러는 휘지 않습니다. 격렬한 비행을 하는 레이싱 드론의 프로펠러가 촬영용 드론의 프로펠러와 날개 모양이 다른 이유입니다.
드론의 프로펠러는 일반적으로 4자리 숫자로 표현합니다.
앞의 두 숫자는 프로펠러 전체 길이를, 뒤의 두 숫자는 프로펠러가 한 바퀴 돌았을 때 전진하는 거리를 의미합니다.
단위는 남부럽지 않은 허리둘레를 잴 때나 쓰는 인치(inch)입니다. 앞의 숫자가 클수록 큰 드론에 뒤의 숫자가 클수록 과격한 양력을 만드는 프로펠러입니다.
프로펠러는 몇 장의 날개를 가지고 있는 지로 종류를 나누기도 합니다.
2장의 날개를 가진 프로펠러를 2엽, 3장을 3엽이라고 부르는데 날개가 많을수록 더 많은 양력을 만듭니다.
첫 번째 날개가 만든 압축 공기를 다음 날개가 다시 압축하기 때문입니다.
날개가 많은 프로펠러가 더 높은 비명소리를 내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날개 2장보다 날개 4장이 압축 공기를 2배나 더 빠르게 만나거든요. 하지만 날개가 많으면 그만큼 무겁습니다. 더 강한 모터가 필요하죠.
회전하는 날개, 프로펠러는 활주로가 필요 없는 대신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빠르게 회전하는 날개 끝은 바람을 헝클어 놓습니다. 이 헝클어진 바람이 시끄러운 소음을 만들죠.
빠른 회전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날개 위 낮은 압력과 날개 밑 높은 압력이 빠른 회전의 원심력 때문에 날개 끝으로 이동합니다.
날개 끝에 이르러서 날개 아래 높은 압력은 날개를 넘어 낮은 압력을 가진 날개 위로 올라갑니다.
이렇게 엉킨 바람은 애써 만든 프로펠러의 양력을 떨어뜨리는 것도 모자라 시끄럽기 까지 합니다.
그래서 날개 아래 높은 압력이 날개 위 낮은 압력으로 이동하지 않게 벽을 만들어 볼까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덕트는 조용할 뿐만 아니라 프로펠러 아래에서 위로 이동하는 바람을 막기 때문에 더 효율적입니다. 비록 덕트 만큼 무거워지더라도 말이죠.
덕트 말고도 날개 위아래 압력 이동을 막는 구조도 있습니다.
프로펠러 끝이 아래로 말린 독특한 모양은 날개 아래 높은 압력이 날개 위로 올라가는 것을 막습니다.
양력을 만드는 효율은 덕트보다 떨어지지만 소음은 확실히 개선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고민도 날개 위로 미끄러지는 원심력은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카레아레아의 프로펠러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죠.
카레아레아 프로펠러는 날개에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지느러미는 날개를 따라 흐르는 바람이 원심력으로 밀려나는 것을 방지합니다.
100분의 1초로 속도를 다루는 프로펠러가 있다면 재료가 가진 따듯함으로 정감이 가는 프로펠러도 있습니다.
그 재료는 나무입니다. 나무는 무게에 비해 단단합니다. 그래서 옛부터 인류가 사랑했던 이상적인 기계 재료입니다.
드론 이전에 하늘을 나는 많은 물건이 이 나무 프로펠러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더 나은 프로펠러를 위해 카본을 비롯해 플라스틱에 유리 섬유를 섞어보기도 하고 질긴 플라스틱을 고르는 동안 나무 프로펠러는 잊혔습니다.
나무 프로펠러는 카본이나 플라스틱보다 유연합니다. 그래서 급격히 자세를 바꾸는 순간 미묘한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프로펠러는 어지간한 충격에도 깨지지 않지만 나무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맘 편하게 날리지 못하는 것도 나무가 가진 매력 아닐까요? 조심히 날려야 하니 더 섬세한 조종을 익힐지도 모르죠.
나무의 가오를 이해하는 분이라면 지나치지 못할 프로펠러도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하면 드론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 뒤를 잇는 연관 단어로 3D 프린터를 뺄 수 없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드론은 다품종 생산에 적합한 3D 프린터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프로펠러 제작도 3D 프린터에겐 어렵지 않습니다. 어떤 크기에 어떤 형식의 프로펠러도 시험해 볼 수 있습니다.
드론 분석으로 유명한 유튜버 UAVfutures는 3D 프린터로 직접 만든 프로펠러로 비행에 도전합니다.
한 층씩 적층해서 만드는 3D 프린터에게 빠르게 바람을 갈라야 하는 가혹한 조건은 아직 무리인가 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비행이라면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조금만 더 발전하면 실용적인 프로펠러도 기대해 볼만합니다.
아직 3D 프린터는 느립니다. 프로펠러 만드는데 몇 시간을 소모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더 뛰어난 프로펠러 아이디어를 시험해 보고 싶다면 3D 프린터만큼 매력적인 도구도 없죠.
프로펠러만 이리 다양한가요? 드론은 굉장히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답니다.
프로펠러에게 드론을 떠오르게 할 양력은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하지만 그 양력조차 진짜 목적은 재미입니다.
드론은 떠오르니까 재미있거든요. 그러니 비록 양력이 조금 손해 보더라도 재미있다면 상관없다는 프로펠러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땅 위의 드론보다 하늘 위 드론이 더 멋집니다. 땅바닥에서 반짝이는 LED가 아무리 화려해도 하늘 위에서 빛나는 LED보다 멋질 리 없습니다.
동그라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더 멋진 프로펠러도 있습니다.
빠르게 깜박이는 불빛은 우리 눈에 잔상을 남깁니다. 회전하는 프로펠러라면 순서대로 점멸하는 방법으로 어떤 무늬도 만들 수 있습니다.
해가 진 후에는 비행할 수 없는 우리나라 사정상 이 멋진 프로펠러가 빛나기에 주변이 너무 밝은 건 고민하지 마세요.
하늘을 날면서 메시지를 보여준다는 재미만으로 어떤 프로펠러보다 뛰어난 효율을 자랑하니까요.
하늘을 나는 모든 새는 날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드론도 아직은 날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드론은 날기 위해 위험하게 돌고 시끄러운 프로펠러를 선택했지만 양력을 만들 다른 방법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인류는 상상하는 것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며 발전했습니다. 드론도 그 상상을 찾는 여정에서 이제 막 만났을 뿐입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커다란 프로펠러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리의 드론도 프로펠러를 버릴 날이 오겠죠.
그때까지 프로펠러는 회전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더 빠르고, 더 조용하고 더 오래 날 때 까지 그래서 사라질 때 까지 말입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