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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드론스타팅 Aug 30. 2018

바다, 측정할 수 없는 세계의 깊이를 향해

인간은 어느 정도 깊이까지 바다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글,사진_아나드론

ANA DRONE, Aug 2018

  

인간은 어느 정도 깊이까지 바다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계속되는 동안, 바다-해저는 헤아리고 측정할 수 없는 깊이를 상징하는 하나의 대명사로 우리 곁에 자주 등장했다.


해저(sea floor)는 바다로 덮여 있는 지구의 표면을 총칭하는 용어이다. 지구표면의 약 70%가 해저에 속한다. 심해(abyss)는 해저 지형을 구분할 때 수심이 2000∼6000m인 깊은 바다를 뜻한다.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이처럼 깊은 바다까지 내려가는 일은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일반인이 내려갈 수 있는 수심의 한계는 대체로 30m 이내로 알려져 있다. 물론 그마저도 스쿠버 장비를 착용한 경우에 해당한다. 장비의 도움 없이 수심 10m 이하로 내려가는 일을 기대할 수 없다. 아무리 오랜 경험으로 숙련된 우수한 제주 해녀라도 20m 이하 지점에서 작업하기 어렵다. 경험이나 숙련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문제인 것이다.


해저 과학은 이렇게 설명한다. "수심이 10m 깊어질 때마다 수압이 1기압씩 증가하므로 수심 1만m 바다 속에 들어가려면 1000기압을 견뎌야 한다." 1000기압은 손톱만한 면적에 승용차 한대 무게가 내리누르는 압력과 비슷하다.

  

  

오래 전, 과학이 해저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도전하기 이전 시대에, 사람들은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눈금이 있는 긴 줄을 동원했다. 무거운 추를 달아맨 후 바다에 떨어뜨렸다. ‘측연(測鉛)’ 또는 ‘측심연’이라는 이름을 지닌 이 기구는, 그러나 물살과 각종 장애물 탓에 정확한 깊이를 재는데 무리가 따랐다.


과학의 급한 물살이 바다에 이르렀을 때 이 줄의 역할을 대신한 것은 ‘소리’였다. 수면 위에 뜬 선박이 바다 아래 바닥으로 음파를 보낸 뒤, 바닥에 닿은 그 음파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 깊이를 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잰 세계 바다의 평균 깊이는 대략 3800m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찾아낸 바다 중 가장 깊은 곳은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에 위치해 있으며 그 깊이는 1만 1034m에 달한다. 우리나라 근해 중에 가장 깊은 수심을 기록하고 있는 동해의 평균 깊이는 1350m, 가장 깊은 곳은 4049m에 이른다. 남해 227m, 서해 103m 최심부와 비교하면 동해의 깊은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제 과학은 해저가 간직해온 고유의 엄청난 압력을 견뎌내야 하는 몫을 인간이 아닌 심해 잠수정에게 돌리고 있다. 6000m급 심해 잠수정을 개발할 기술력을 가진 나라는 아직 한국·미국·일본·프랑스 4개국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일본에서 개발한 심해 유인잠수정 ‘신카이(Sinkai) 6500’는 자체 동력을 지니고 있으며, 최대 잠수 가능 수심이 이미 6500m에 이르렀다. 현존하는 심해 유인 잠수정 중 가장 깊은 수심까지 들어갈 수 있다. 한국은 2006년에 6000m까지 내려갈 수 있는 심해 무인잠수정 ‘해미래’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6000m 작업 심도를 갖는 과학탐사용 ROV로는 미국, 일본, 프랑스에 이어 4번째 개발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심해 탐사가 첫걸음을 뗀 것은 이보다 20년 가까이 앞선 1987년이었다.

  

  



한국 수중·수상드론 개발 인프라

  

한국에서 수중드론(로봇) 개발은 군사용 수중무기체계의 개발과 더불어 시작됐다. 1970년대 후반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진행된 어뢰, 잠수함, 소나 등 수중무기체계와 관련한 센서체계 개발이 수중로봇 관련 기반기술을 확보하는 실마리가 됐다. 무인잠수정은 1970년대 전자공학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은 원격제어기술을 통해 인간이 직접 잠수복을 착용하거나 잠수정을 타고 들어가 탐사나 작업을 하는 데 따른 시간적 제약과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개발되기 시작했다.


한국의 수중로봇 관련 연구는 정부에서 필요할 경우마다 과제를 도출해 대학 및 국책연구소 중심으로 다양한 수중로봇 관련 연구개발이 활발히 수행되고 있으나, 아직은 연구개발 차원으로 확보 기술을 통한 상용화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주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등의 연구소, 한국해양대학교 등 대학교, 한화시스템, LIG 넥스원 등 산업계에서 UUV 개발계획을 추진하며 독자적인 무인잠수정 체계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관•기업에서는 ROV나 AUV 형태의 드론을 많이 개발하고 있으며, KIOST에는 공중드론과 수중드론의 기능을 모두 지닌 수공드론도 개발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우리나라 최고의 해양기초연구원으로 수중건설로봇, 수공양용드론 등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부설 해양개발연구소(1973)로 창립되어 한국해양연구소(KORDI, 1990)로 독립한 뒤 한국해양연구원(2000) 시대를 거쳐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2012)으로 출범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국 최초의 해양탐사용 유인잠수정 해양250’(1987)

1987년 한국은 국내 최초로 설계 건조한 250m급 해양탐사용 유인잠수정 '해양250' 개발에 성공, 동해안에서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심해 탐사의 첫발을 내디뎠다. 3인이 승선할 수 있는 유인잠수정으로 연안해역 탐사용으로 적합해 해양 개발을 위한 기반 기술을 확보하는데 기여했다.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의 전신인 한국기계연구소에서 제작했다.

  

해양250

  

이어 1993년 천해 관측용 국내 최초 유삭식 무인잠수정 '크로브300(CROV300)', 1997년 ‘보람 (VORAM)’ AUV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CROV300’은 수중에서 4자유도 운동 제어가 가능하고 자동자세제어 및 호버링(Hovering)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기계연구원 해사기술연구소(한국해양연구원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 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를 중심으로 해양연구원이 자체 개발했으며, 중소기업인 한국철력(현 탱크텍)에 개발기술을 이전해 4대가 생산되는 등 상품화됐다.


‘보람(VORAM)’은 하이브리드 항법 시스템으로 운용되는 200m급 자율 무인잠수정(AUV)의 시험 시스템(Test Bed)였다. 보람호 개발을 통해 수중 소나를 이용한 장애물 회피장치, 수중 데이터통신에 의한 AUV 실시간 제어시스템, 수중 초음파를 이용한 데이터 및 화상통신, 수중 신호처리 및 변조 기법 등의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구 한국기계연구원 해양공학연구센터)이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자체 연구 개발했다.

  

  

한국 최초의 심해 자율무인잠수정, ‘옥포-6000’(1996)

  

옥포-6000

  

한국에서 본격적인 무인잠수정 체계 개발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대부분 연구용 또는 산업용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무인잠수정은 1996년 대우조선해양이 러시아 해양기술연구소(IMTP)와 기술 제휴해 개발 완료한 6000m급의 자율무인잠수정(AUV) ‘옥포(OKPO)-6000’이다. 모선과 연결선이 없는 해양탐사용으로 설계된 옥포-6000은 같은 해 옥포만에서 30여 차례 천해(淺海) 기능시험을 마치고, 1996년 5월 독도 근처에서 2300m 수심까지 잠수해 해저면에 관한 각종 자료를 수집하는데 성공했다.


1998년 8월에는 서태평양 마샬군도 해역의 4800m 해저를 성공적으로 탐사해 성능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또 2000년 8월 하와이 동남방 2000km 해역(C-C Zone)의 5000m 해저에서 해양 연구 장비의 기능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해양 연구 분야에 커다란 진전을 가져왔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이보다 진화한 ‘잠순이 OKPO-600’ 개발에 나섰다. 길이 2.6m, 직경 0.28m, 무게 약 70kg의 이 무인잠수정은 수심 600m 이내 천해 영역에서 운용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위해 몸통 크기와 무게를 최소화하고 유체 동역학적 성능을 최적화하는 방편으로 선수 및 선미 형상을 설계하고 추진기를 배치했다.

  

  

연구소와 기업의 군사목적 수중드론

국방과학연구소는 1998년 잠수함 설계 검증용으로 자율운항모델(FRM; Free Running Model) 무인잠수정을 개발했고, 2005년 지상·해상·공중 국방로봇의 세계발전추세 및 운용 개념 분석을 통한 핵심기술 로드맵을 제시하고 국방무인화 특화연구센터를 설립해 기반기술들을 획득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KAERI)에서도 1999년에 원자로 내부검사, 가압기 내부 전열관 검사, 사용 후 핵연료 수조의 감시 및 점검 수행 목적으로 ROV를 개발한 바 있다.


또한 민군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반자율 무인잠수정(SAUV; Semi-Autonomous Underwater Vehicle) '소브(SAUV)‘는 1998년부터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와 대양전기공업이 공동으로 개발에 들어가 2002년에 제작 완료했다. 기뢰제거용 무인잠수정을 1차 목표로 기뢰제거 때 자기장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국내 최초로 복합 재료인 탄소강화섬유를 주 선체의 재료로 사용했다.


대표적인 수중드론 개발 기업인 한화시스템에서는 군사목적으로 드론을 개발했으며, 기뢰 제거용 Mine Killer, 수중 탐색용 BOTO, HW200 등을 개발했다.

  

  

세계 4번째 6000m급 무인잠수정 '해미래'

  

해미래

  

2001년부터 6년간 120억 원을 투입해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연구원이 공동 개발한 '해미래'는 미국, 일본, 프랑스에 이어 한국이 세계 4번째로 개발한 6000m급 무인잠수정이다. 당초 목표한 태평양 심해저를 비롯한 전 세계 대양의 95%를 탐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잠수정 활동을 지원하는 진수장치 ‘해누비’와 함께 성능시험과 운용소프트웨어 시험을 모두 마친 후 2006년 5월 진수식을 가졌다. 해미래는 모선에 장착된 선상제어실에서 유선으로 연결된 케이블을 통해 조종하게 되어 있다.


기존 상용화된 2500m급의 경우, 대당 50∼60억 원에 판매되고 있으나 해미래 잠수정은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운용소프트웨어를 100% 국산화함으로써 외국산의 60% 가격 수준에서 제작이 가능, 심해 무인잠수정 시장에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전용 지원 선박이 불필요해, 수송기로 전 세계 어디든지 긴급 투입 할 수 있는 해미래는 2006년 11월 6일 서태평양 필리핀해 수심 5775m 해저에서 2시간 55분 동안 심해저 환경 촬영과 성능 확인 실험에 성공했다.

  

  

천해용 자율무인잠수정작지만 강한 이심이

  

이심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기관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는 우리나라 수중드론 연구의 핵심기관이다. 침몰 선박에 대한 인양, 탐사 등의 사업목적으로 지난 2001년부터 개발에 들어가 2006년 원격제어무인잠수정(ROV) ‘해미래’, 수심 100m의 강한 조류에서 해저 탐사를 할 수 있는 자율무인잠수정(AUV) ‘이심이100’(2009년), 수심 6000m의 심해저 지형과 광물 등을 탐색하는 ‘이심이6000’(2012년)을 개발했다.


‘이심이’라는 명칭은 한국의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작지만 강하고 정의로운 물고기 이름에서 유래했다. 해양자원탐사와 함께 우리나라 연근해를 비롯한 수중 오염 조사와 정밀 지형도 제작, 해저 침몰 물체 탐색, 연안ㆍ항만 감시 등에 활용하기 위해 개발했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PIRO-U3’

  

PIRO-U3

  

2005년 포항지능로봇연구소로 처음 설립된 후 2012년 연구원으로 승격된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는 국내 유일의 로봇 전문 연구기관으로, 수중로봇과 관련해 활발하게 연구한 결과 하수관 청소용 PIRO-U3, 해양탐사, 감시 등을 위한 P-SURO, 원격조종 및 자율 주행이 병행 가능한 P-SURO II 등을 개발했다. KIRO는 대형 국책 사업인 수중 건설 로봇 개발과 국민 안전 로봇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해양 및 안전 로봇 인프라를 구축했다. 제조 로봇·해양 로봇·필드 로봇 등 여러 분야에서 원천 기술 및 40여 종(種) 제품을 개발하면서 기술 개발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기술을 제공해 제품 개발을 돕는 첨병 역할도 수행 중이다.

  

  

한국해양대학교하이브리드 글라이더 ‘HUG’

한국해양대학교는 AUV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하이브리드 글라이더인 ‘HUG’, 최대 수집이 200m이고 호버링이 가능한 AUV인 ‘HAUV’, 질량 변화(Mass Shift)를 이용한 피치 제어가 가능하고 센서 퓨전 항법을 적용해 연근해 탐사가 가능한 ‘KAUV-1’ 등을 개발했다. 수중글라이더 운용시스템 개발사업은 2014년 국가연구개발 사업으로 경북대에서 추진해 왔으며 2016년 6월에 실시한 1차 실험에서는 울릉도와 독도를 왕복하는 191시간(8일), 150km 장기운용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2017년 6월, 2차 실험에서는 수중글라이더 2대를 동시에 투입해 멀티 글라이더 복합운용기술을 확보했으며 10일 동안 반경 100m이내에서만 머무르며 표층부터 수심 400m까지 해양환경을 관측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정밀 위치 유지 운용시험에도 성공한 바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국가의 개발 과제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 국가로 해양자원 확보, 개발 및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수중로봇을 포함한 수중 관련 기술발전과 개발은 필수적인 과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수중드론 관련 기술 수준은 정부와 전문가들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뒤져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연근해 지역의 특성에 알맞은 수중로봇 개발과 미래 우리의 새로운 해양 영토가 될 수 있는 원양 해역의 주요지역을 탐사, 개발, 활용할 수 있는 수중로봇 개발을 위한 다양한 기초기술에서 응용 기술에 이르기까지 체계적 계획 수립과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한국에서 수중드론(로봇)과 관련한 연구개발은 해양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늦게 출발했다. 그러나 다양한 선박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수중드론의 기초 및 핵심기술을 축적했다. 그동안 한국의 심해 탐사가 걸어온 역정을 수중드론 개발사와 함께 살펴보면, 군사용 수중무기체계의 개발과 더불어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해저 탐사의 출발점에서 국내외를 갈라 우열을 따지는 일은 과학 앞에서 무의미한 질문에 불과할 것이다. 모든 일의 시작은 어렵다. 심해 탐사는 우주탐사만큼 어렵다. 한국의 수중드론 개발 인프라가 지닌 강점은 해저가 주는 압력을 압력으로 이해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WRITER 아나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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