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갈증을 풀어준 '타이니 웁'의 매력을 파헤쳐보자
한반도의 사계절은 매력적인 풍광을 뽐내지만 레이싱 드론에게는 달갑지 않다.
마음껏 하늘을 달리고 싶은 레이싱 드론은 이 뚜렷한 사계 탓에 일 년에 두 번 비수기를 맞아야하기 때문이다.
바로 답답하고 따분한 장마와 겨울이다. 레이싱 드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방수처리로 이 비수기에 맞섰지만, FPV 렌즈 위에 맺히는 물방울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고민 끝에 다다른 해결책은 쾌적한 실내에서 레이싱 드론을 즐길 수 없을까 라는 조금은 엉뚱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이 질문은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아니다. 이미 실내를 누비는 드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1S 3.7V 배터리와 DC 모터를 장착한 미니 드론들이다. 이 작은 드론 중에는 FPV 카메라와 영상 송출기를 지닌 모델도 있다.
하지만 이 미니 드론들은 레이싱 드론을 대체할 수 없었다.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드론들은 촬영한 영상을 송출하는데 2.8GHz 주파수를 사용한다. 이렇게 수신한 영상은 실제 비행과 시간차가 생기는데 마니아들은 이를 레이턴시(Latency)라고 부른다. FPV(1인칭, First Person View) 영상에만 의존해 비행하는 레이싱 드론에게 영상 지연은 곧 사고를 의미한다.
여기 레이턴시가 1초인 시속 100km 속도의 드론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잘 날고 있던 드론 앞에 불쑥 벽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드론을 조종해 벽을 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레이싱 드론에게 1초는 찰나에 불과하다. 그 짧은 순간에 이 드론은 무려 2.8m나 전진한다. 눈을 깜빡이는 그 1초 동안 드론은 이미 바닥과 한 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호라이즌하비(Horizon Hobby)가 드론 하나를 공개했다. 호라이즌하비가 선보인 NanoQX는 종전에 등장한 어떤 미니 드론보다 짧은 레이턴시를 자랑했다. 하지만 불안한 비행성과 높은 가격, 좁은 실내에 적합하지 않은 프로펠러 가드 등을 이유로 드론 레이싱 마니아들에게 외면 받게 되고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 결과로 남게 된다.
손바닥 보다 작은 미니 드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도 금세 실내용 레이싱 드론이 나타나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레이싱 드론에 사용하는 FPV 모듈은 카메라, 영상 송신부, 안테나, 전원공급 장치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 FPV 모듈은 실내에 적응해 작게 진화한 미니 드론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있는 레이싱 드론계의 현자들이 나섰다. 그들은 이 모듈을 작게 만들 비기를 찾아내 널리 알렸지만 아무나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기술이었다.
그렇게 실내용 레이싱 드론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히는 듯했다.
모두가 실내용 미니 레이싱 드론에 시들해진 그 때, 획기적인 방법이 등장했다. 미국 레이싱 드론 모임인 팀 빅 웁(Team Big Whoop)의 제스 퍼킨스(Jesse Perkins)는 수많은 모터와 드론, 배터리와 카메라를 직접 조합하기 시작했다.
그는 셀 수 없는 충돌과 추락 끝에 인덕트릭스(Inductrix) 드론과 FX797 카메라 모듈을 더하는 해법을 찾아낸다. 이렇게 태어난 실내용 레이싱 드론은 타이니 웁(Tiny Whoop)이라는 근사한 이름을 얻었다.
팀 빅 웁은 이 새로운 드론을 알리기 위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지난 2016년 6월 미국 켄터키주 루이스 빌에서 열린 Tiny Whoop 2016 Micro Racing World Championships가 그것이다.
그들은 이 대회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했다. 영상 속 타이니 웁은 그 앙증맞은 모습과는 다르게 어떤 레이싱 드론보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쳤다. 채 5분이 되지 않는 이 영상으로 미국 전역은 타이니 웁 신드롬에 빠졌고 이내 부품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다.
이렇게 한 편의 영상으로 시작한 타이니 웁 열풍은 미국 전역을 넘어 전 세계로 번지기 시작했다.
타이니 웁 제작에 꼭 필요한 인덕트릭스 드론은 두 가지 특징으로 전 세계 드론 레이싱 마니아를 사로잡았다.
타이니 웁으로 변신하기 전에도 인덕트릭스는 가장 안정적이고 견고한 입문용 드론으로 유명해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층을 확보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덕트는 프로펠러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공기 유입량을 늘려 비행성능 향상에도 기여한다.
인덕트릭스의 안정성은 그 독특한 구조와 FC(Flight Controller)가 만든 결과이다. 인덕트릭스가 사용하는 FC는 다른 드론이라면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에서도 말뚝 같은 호버링(Hovering)을 뽐낼 수 있다.
인덕트릭스의 두 번째 매력은 조종 모드에 있다. 레이싱 드론은 매뉴얼 모드를 선호한다. 이 조종 모드는 자이로 센서만을 사용해 민첩하고 빠른 비행이 가능하다.
인덕트릭스는 수많은 미니 드론 중에서도 이 매뉴얼 모드를 가장 먼저 적용했다. 레이싱 드론 마니아들의 마음을 흔든 인덕트릭스는 타이니 웁으로 변해 미니 레이싱 드론계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다.
타이니 웁이 큰 주목을 받은 또 다른 이유는 간단한 제작법에 있다. 타이니 웁은 이미 시장에 있는 두 제품을 섞기만 하면 완성이다.
물론 납땜이라는 기술이 필요하지만 모든 부품을 일일이 구입해 조립해야 하는 다른 레이싱 드론에 비하면 쉽다. 자, 이제 필요한 재료를 살펴보자.
먼저 FPV 카메라 모듈을 장착할 인덕트릭스가 필요하다. 인덕트릭스는 조종기가 있는 버전과 없는 버전 두 가지가 있다. 따로 사용하는 조종기가 없거나 카메라 모듈과 호환되지 않는다면 조종기가 있는 버전을 선택하자. 이미 조종기가 있다면 Spektrum의 DSMX 방식을 지원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인덕트릭스에 장착할 초소형 FPV 카메라 모듈은 FX797T와 안테나 강화판인 FX798T를 추천한다. 이 두 모듈은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40개 채널로 영상을 송출할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카메라 모듈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게이다. 5g 이내의 가벼운 제품을 추천한다.
다음으로 준비할 것은 FPV 고글이다. 레이싱 드론 비행을 완성하는 FPV 고글은 입문부터 안경형 고급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좋지만, 수신기를 포함한데다 저렴한 모니터나 박스형 고글을 선택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또 최근에는 FPV 모니터를 탑재한 조종기도 출시되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모든 재료를 갖췄다면 이제 수술에 나설 차례다. 가장 먼저 진행할 일은 FPV 카메라 모듈을 가볍게 만드는 것이다. 타이니 웁이 65mm 밖에 안 되는 작은 드론이라 해도 레이싱 드론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빠른 속도를 지향하는 레이싱 드론계에서는 단 0.1g의 군살도 용납하지 않는다. FPV 모듈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모두 제거하면 약 4.7g까지 무게를 줄일 수 있다.
이제 처절한 다이어트를 마친 FPV 모듈의 전선을 다듬을 차례다. 길게 나온 FPV 전선을 약 20~25mm 길이로 정리하자. 이때 전선 끝에 인두로 살짝 납을 발라주는 것이 포인트이다. 카메라 모듈을 모두 정리했다면 이제 인덕트릭스 차례이다. 손질은 FPV 모듈이 비해 간단하다. 인덕트릭스의 부품을 보호하는 캐노피를 제거하기만 하면 된다. 캐노피는 고정부를 좌우로 흔들면 간단하게 벗길 수 있다.
이제 카메라 모듈을 준비한 인덕트릭스에 이식하자. 미리 다듬어 둔 카메라 모듈의 전선을 인덕트릭스 배터리 연결부에 붙여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검정색 전선은 검은 부분에, 빨간색 전선은 하얀 부분에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결을 마쳤다면 이제 FPV 카메라 모듈을 적당한 위치에 고정해야 한다. 고정에는 양면테이프나 고무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때 카메라 각도는 빠른 속도로 내달릴 드론을 고려해 45도 정도를 추천한다. 카메라 모듈이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면 비행 준비는 모두 끝났다. 이제 준비한 조종기, FPV 고글과 연결해 실내 레이싱을 즐길 차례다.
이렇게 완성한 타이니 웁으로도 충분히 즐겁지만 모터나 배터리, FC 등을 교체할 수도 있다. 여러 업그레이드를 거치다 보면 어느 순간 커다란 레이싱 드론 부럽지 않은 나만의 타이니 웁과 만나게 될 것이다.
드론에 익숙한 사람도 센서를 최대한 배제한 매뉴얼 모드와 FPV 영상만으로 조종해야 하는 레이싱 드론을 처음 접하면 어려움에 부닥치는 것이 당연하다.
부딪히고 떨어지는 이 과정은 아무리 지갑과 타협을 해도 한 순간에 해소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한 충격에도 부서지지 않고 부담 없이 만들 수 있는 타이니 웁은 입문용으로도 더욱 매력적이고 손색이 없다. 여기에 일반 레이싱 드론과 거의 유사한 조작감은 실외에서 즐길 드론 레이싱 전에 감각을 키우는 데도 매우 유용하다.
실내 드론 레이싱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타이니 웁은 장소와 날씨, 시간이라는 제약을 한 번에 해결했다. 굉장히 유익하고 흥미로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쾌적하고 익숙한 실내에서 낯선 체험을 선사하는 FPV 드론 레이싱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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