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 드론만큼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세계 각국의 드론 대회
그래서 드론 레이싱의 결론은 무엇인가? 이제까지 등장한 예사로운 스포츠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확연히 다르다. 놀라운 속도감을 바탕으로, 스스로 타고난 경쟁심을 발휘하고 있다. 그 감각과 심리를 드론의 재능이라 압축할 수 있다면 이런 주장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드론 레이싱의 재능은 속력, 즉 속도의 힘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입증의 책임은 미래에게 있다는 전제가 따른다.
그렇다. 레이싱 트랙을 탐색하는 조종사는 도전적이고 민첩한 기술을 통해 그들이 지닌 한계를 잊게 만들었다. 열광의 순간을 기다리던 관중은 자신들의 눈앞에 전개되는 치열한 경쟁에 매번 열광했다. 레이싱 드론의 날렵한 비행을 육안으로 확인하면서도, 단위 시간 안에 지나간 거리를 가늠하기 어렵고, 경로의 접선과 일치하지 않는 방향에 놓였다고 드론을 탓한 적은 아직까지는 없다.
전례를 발견하기 어려운 그들의 열광을 지금은 다만 '열광(Enthusiasmus)'이라고 설명할 뿐이다. 광신(Fanaticism)과 열광을 구별하는 일은 아직 이르다.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 드론이 자신의 무게와 높이를 중심점에 두고 회전할 때, 그 기체들은 당장이라도 지구 밖으로 벗어날 것처럼 보인다. 레이싱 주자는 숙련된 기술자의 정확성과 전략을 사용해 드론이 장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자신이 마치 모든 장애물에 대한 통관증을 발부할 수 있는 유일한 신인 것처럼, 스스로의 존재를 격상하고 허락한다. 장애물이 바람이든 물이든 불이든, 때로는 바람이든 상관없다.
이러한 신들의 향연이 세계 곳곳에서 열풍을 몰고 오고 있다. 최대 순간 시속 150km의 속도감이 몰고 오는 바람이다. 당연히 뜨거울 수밖에 없는 그 바람이 시작된 현장, 세계적인 규모의 드론 레이싱 대회는 언제 태어났고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 이제 그들의 내력을 찾아 가자. 그 길을 찾는 작업은 경쾌할 것이다.
<월드 드론 프리>는 2016년 아랍에미리트연방(UAE)의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최초, 세계 최대 상금이 걸린 레이싱 대회로, 지금은 대회 공식 명칭보다 <두바이 세계 대회>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두바이는 UAE의 7개 토후국(Emirates) 가운데 하나이며, '프리(Prix)'는 프라이즈(prize)를 프랑스어로 발음한 것이다. 그런데 '두바이 대회'로 통용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두바이는 중동의 라스베이거스(Las Vegas), 꿈의 도시로도 불린다. 2015년 12월 12일 이곳에서 <월드 에어 게임스(WAG)> 폐막식이 거행됐다. 이 행사는 스위스 로잔(Lausanne)에 본부를 둔 국제항공연맹(FAI ; Federation Aeronautique International)이 항공스포츠의 거의 모든 종목을 동시에 진행한, 항공스포츠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벤트였다.
두바이의 비상을 알릴 목적으로 개최했지만 흥행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항공스포츠 경기의 박진감을 하늘 높은 곳에서 지상의 관중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론은 상황이 전혀 달랐다. 질주하는 드론, 경쟁하는 드론 경기가 모두 지상 가까운 곳에서 일어날 뿐만 아니라 TV 중계 효과도 컸다. 마침 하와이에서 상금 20만 달러를 내건 <월드 드론 레이싱 챔피언십>을 2016년에 개최한다고 홍보하는 중이었다.
드론 레이싱의 매력을 간파한 두바이는 서둘렀고, 하와이 대회보다 앞선 2016년 3월 상금 100만 달러를 내건 <월드 드론 프리>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예선은 1월 1일에 시작하며 두바이에 도착하려면 팀이 전 세계에서 15개 이상의 경주로 3위를 차지해야 했다.
미국은 그 동안 유럽 중심의 FAI에 적극 참여하기보다는 모형항공아카데미(AMA)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활동을 전개해왔다. 그럼에도 모형 항공 분야의 주도권은 여전히 FAI에게 있었고, 미국은 드론 레이싱에서 독자적인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주도권을 선점했다. 상금과 규정에서는 두바이 대회가 앞선 것으로 보이지만, 인지도나 스폰서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월드 드론 레이싱 챔피언십>이 한발 앞서고 있다.
<월드 드론 프리>는 상금은 물론이거니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규모의 화려한 경기장으로 전 세계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총출동해 기량을 겨룬 이 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국가대표 팀 'GiGA5'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총 3개 참가 팀이 모두 본선 32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며 한국의 드론 레이싱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특히 아시아에서 32강에 3팀이 진출한 나라는 한국뿐이었다. 중국은 32강에 1팀이 진출하는 데 그쳤으며, 일본은 모두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예선에는 무려 200팀이 참가했다.
이 대회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프리스타일(Freestyle)' 종목이었다. ’트랙레이스(Track Race)’가 속도를 겨루는 종목이라면 프리스타일은 화려한 묘기를 통해 조종 난이도와 예술성을 평가한다.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김민찬 선수가 바로 이 프리스타일에서 ‘사고’를 쳤다. 10년 동안 RC헬기를 조종하며 갈고 닦은 프리스타일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드론계의 전설로 불리는 미국의 스틸 데이비스(Steele Davis) 선수를 꺾고 우승컵을 거머쥔 것.
스틸 데이비스 선수는 경기 마친 후 우승자 김민찬 선수를 찾아와 기술을 배워갔다고 한다. 김민찬의 우승이 더욱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은 역시 나이 때문이었다. 이번 대회 통틀어 가장 어린 참가자가 챔피언 자리를 차지해버렸으니까. 우승 상금은 5만 달러.
2016년 10월에 하와이 쿠알로아 목장에서 열린 <월드 드론 레이싱 챔피언십>은 <드론 월드 (Drone Worlds)>로도 부르며, 미국 측이 주도한 세계대회이다. 유럽의 FAI 대회 룰과 비교하면 좀 더 세분화된 클래스, 좀 더 구체적인 경기 운영과 안전 규정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코스와 그룹 구성에 관해서도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특히 드론 기체의 대각선 직경을 밀리미터(mm) 단위로 나타내는 사이즈를 확대했다.
마이크로 클래스는 180급에서 250급까지, 미니클래스는 250급에서 330급으로 허용했다. 이처럼 사이즈를 확대한 까닭은 더 강력한 파워 퍼포먼스를 기대한 것 이외에도 TV 중계 시 화면에 좀 더 크고 쉽게 잡히도록 해 경기를 보는 재미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스폰서를 확대하고, 향후 디지털 영상 송수신기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총 상금은 20만 달러.
지난 5월 중국 광동성의 신흥 공업도시 심천[Shenzhen]에서는 차이나 드론 레이싱 오픈이 시작됐다. 이 대회는 ‘FAI 세계 드론 레이싱 챔피언십(WDRC)’을 준비하기 위해 열린 시범경기로, 오는 11월에 열릴 WDRC와 동일한 장소에서 진행됐다.
축구 경기장 위에 마련한 드론 레이싱 코스는 전체 길이가 8km에 달하는 LED 로프로 장식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한 경기장에는 땅 위에 게이트를 세우는 대신 총연장 800m의 플라스틱 구조물을 설치했다. 이는 지난 2016년 두바이에서 열린 ‘월드 드론 프리’에 뒤지지 않는 규모였다.
경기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파일럿 9명이 참가해 맹활약을 펼쳤고, 3명의 선수가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치열한 접전 끝에 우승은 태국 출신 10세 소녀 아루트 완나폰(Arwut Wannapon)이 차지했다. 이번 차이나 드론 레이싱 오픈은 WDRC의 시범 경기로 상금은 없었지만, 10세 소녀가 보여 준 이변으로 마무리됐다.
드론스타팅에서 2018 차이나 드론레이싱 오픈 현장을 담아보았었죠.
<FAI 드론 레이싱 월드컵>이 지구 전역에서 열리고 있다. 국제항공연맹(FAI)이 주최해 2016년 2월 22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처음 시작된 이 대회는 올해 4월 인도네시아 발리를 시작으로, 10월 중순에 마케도니아에서 막을 내린다.
지난해에 이미 37개국에서 400명이 넘는 드론 조종사가 참가해, 지구에서 열리는 드론 레이싱 대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등록된 경주 일정에 따라 올해는 인도네시아, 중국, 폴란드, 한국, 포르투갈, 프랑스, 브라질, 독일, 슬로바키아, 마케도니아, 호주, 핀란드, 스페인, 러시아 및 라트비아에서 진행되고 있다. 참가자는 최소 3개의 구동 프로펠러를 갖추고, 총 무게 1kg 이하인 멀티 로터(회전날개가 여러 개인 비행체) 드론으로 경기한다는 규칙을 지켜야 한다. 참가자에게 주어지는 점수는 매년 참가하는 총 참가자 수에 따라 달라진다.
참가자들은 드론 레이싱을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경쟁자를 추월하면서 좁은 모서리와 좁은 공간에서 무인 정찰기를 조종하는 데 능숙한 그들이 드론 레이싱에 몰두할 때 <FAI 드론 레이싱 월드컵>은 마치 그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처럼 보인다.
지난해 챔피언을 차지한 스위스는 다리오 뉴언스처더(Dario Neuenschwand)의 출전을 특별히 기억하고 있다. "나는 FAI 레이싱 월드컵 기간 동안 훌륭한 조종사들을 만나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레이싱에 참가한 조종사가 아니라 관중 그 누구라도 경기장에서 자신을 초라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드론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FAI 에어 스포츠 채널은 흥미진진한 콘텐츠를 공중파를 통해 계속해서 업로드했다. 2018년 4월 발리의 주도 덴파사르(Denpasar)에서 열린 드론 레이싱 월드컵에서는 한국의 최준원 선수가 47명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2위는 인도네시아의 엑셀 마리오(Axel Mario)이며 3위는 한국의 이준휘 선수에게 돌아갔다.
<드론 레이싱 리그(DRL)>는 파일럿이 코스에서 주행하는 드론에게 시야를 제공하는 헤드셋을 쓰고 성능을 개조한 드론을 90 마일 이상의 속도로 네온 라이트 장애물 코스 사이로 비행하는 세계적 수준의 전문가급 경기대회이다.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스타업으로 2015년 니콜라스 호르바체프스키(Nicholas Horbaczewski)가 설립했으며, 2016년 1월 세계 최초로 전문 드론 레이싱 대회 조직을 출범시켰다.
2015년 그는 전통적인 스포츠와 언론인을 만났다. 그는 eSport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사람들은 드론 레이싱 리그(DRN)에 대한 정의를 아직 내리지 못하고 적절한 용어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호르바체프스키는 '가상 스포츠(virtual sports)'라는 뜻을 지닌 'vSports'라는 말, ‘로보틱 스포츠’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다행히 그는 전 세계의 드론 레이싱 관객들에게 자신을 모험하는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그것은 문화와 인종에 관한 어떠한 통계적 경계도 넘어설 수 있는 무엇인가를 지닌 힘이었다. 모든 나이, 성별, 배경이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고, 누구나 경쟁할 수 있는 동등한 경기였다.
2016년 미국에서만 2820만 명이 넘는 엄청난 시청자를 기록한 드론 레이싱 리그(DRL) 시즌1이 시작됐다. 다섯 번의 프로 레이스를 개최한 첫 시즌에서 DRL은 생방송 대신 예약 방송 날짜를 잡아 모든 시간대에서 최대한 많은 팬들에게 다가갔다. 40개국 이상에서 온라인 또는 TV에서 DRL 경주와 콘텐츠를 시청했다.
2016년 마이애미에서 열린 시즌1 첫 경기에 등장한 레이싱용 맞춤형 드론 DRL 레이서2(DRL Racer2)는 최고 속도 시속 80마일(128km)로, LED를 곁들여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비행했다.
2017년 시즌2에서는 최대 속도 시속 80마일보다 크게 증가한 시속 90마일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새로운 드론 Racer3가 등장했다. 2017년 개막 경기를 일주일 앞두고 DRL은 통신사 스카이(SKY)를 비롯한 알리안츠(Allianz), 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WWE), 리버티 미디어(Liberty Media) 등으로부터 지원받아 시리즈B(2차 기관 투자) 자금 20만 달러를 추가했다. 특히 콩고는 이미 알리안츠와 WWE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총 자산이 32만 달러에 이르렀다.
이러한 후원은 곧 미래의 드론 레이싱이 최첨단 스포츠로 성공하는데 필요한 발판과 동시에 새로운 드론 레이싱 시장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선례를 만들었다.
2017년 DRL은 월드 챔피언십을 통해 자금을 늘리고 완전히 새로운 청중에게 다가섰다. 알리안츠와 ESPN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상당히 짧은 시간 안에 아주 먼 길을 걸은 것이다. 무엇보다 이 해에 DRL은 이리저리 통과해야 하는 328피트 길이의 트랙에서 테스트를 수행했으며 평균 최고 속도는 시속 163.5마일을 기록했다. 배터리로 작동하는 원격 제어 쿼드 코프로는 가장 빠른 지상 속도를 자랑하는 기네스 세계 기록이었다.
드론을 설계할 때의 한계를 뛰어 넘는 속도였고, 이 속도는 DRL의 세계적인 엔지니어 팀이 노력해온 수년 동안의 기술 혁신을 절정에 이르게 했다. DRL 알리안츠 세계 선수권 피날레를 통해 새로운 eSport가 이륙하고 있었다. RacerX의 179.6 벤치마크(benchmark) 테스트가 가장 빠른 속도로 기록됐지만 공식적으로 기네스 세계 기록 타이틀을 보유한 가장 빠른 드론 기록은 시속 163.5마일이었다. 벤치마크는 일반적으로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연산성능을 시험하여 수치화하는 것을 말한다.
2017년 DRL 알리안츠 세계 선수권 대회는 런던의 알렉산드라 궁전에서 열렸다. 25세의 요르단 템킨(Temkins)이 2016년에 이어 새로운 챔피언이 됐다. 그는 정확하고 빠른 속도로 급커브(hairpin)와 날카로운 회전을 끊임없이 탐색했다.
제트는 DRL이 'FPV Power Loop'라고 부르는 기술을 통해 시속 80마일 이상으로 수동 제작한 DRL Racer3 드론을 시험했다. Power loop는 드론이 하늘로 치솟을 때 주위에 기준점이 될 만한 지표(指標) 역할을 해주는 사물이 보이지 않아 초보 조종사들에게는 몹시 두려운 기술이다.
어쨌든 2017년에는 디펜딩 챔피언 제트가 결승전의 마지막 대열에서 동료 조종사 Gab707을 제치고 2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빠른 드론 레이싱 대회 우승자가 됐다.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자가 떠오르지 않는 한 다음 시즌에도 그에게 내기를 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2018년 DRL의 최종 경주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려 이 지역 최초의 전문 드론 레이스 리그를 선보였다. 드론 레이싱은 중동지역에서 널리 호평 받았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는 <월드 드론 프리(World Drone Prix) 2016>이 인기를 얻었으며 15세의 영국인이 상금 25만 달러를 수령했다.
속도의 한계에 도전하는 레이싱 드론! 계속 진화합니다.
'레드불(Red Bull GmbH)'이라는 기업명은 붉은 황소란 뜻을 지닌 태국어 '크라팅 댕'을 영어로 바꾼 이름이다. 연간 60억 병이 팔리는 에너지 드링크 제조사로 유명한 이 회사는 2017년, <DR.ONE>이라는 드론 레이싱 대회를 개최하며 드론 FPV(First Person View) 레이싱의 중심에 섰다. 그동안 젊은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만든 스포츠 마케팅을 마침내 드론으로 확산한 것이다.
레드불은 지난 몇 년간 르노와 함께 F1 레이싱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고, 수많은 영광을 누렸다. 이들이 사용하는 F는 '규정'을 의미하는 '포뮬러(fomula)'에서 나왔다. 여러 대회의 규정을 하나로 통합해 '1', 즉 최고 대회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5억 명이 넘는 지구인이 시청하는 F1 레이싱은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행사로 통한다.
그동안 익스트림 스포츠를 매개로 한 레드불만의 독특한 마케팅은 매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2012년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웰에서 진행된 '레드불 스트라토스(Red bull Stratos) 프로젝트'는 과연 레드불의 마케팅 철학을 응집한 이벤트였다. 아직도 사람들의 입에서 사라질 줄 모르는 무모한 도전, 기상천외한 발상이 바로 그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2012년 10월 4일 우주를 향해 비행하는 캡슐 안에 우주복 차림의 한 남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대기권을 지나 우주와 지구가 만나는 성층권(stratosphere), 지상으로부터 3만 9000m 높이까지 오른 캡슐에서 오스트리아의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구를 향해 몸을 던진 그가 맨몸으로 최고 속도 시속 1357km의 낙하를 경험한 지 4분 19초만에 낙하산이 펴졌다. 인류 최초로 초음속 낙하에 성공한 그의 두 다리가 마침내 지표면에 닿았다. 유튜브를 통해 지켜보던 전 세계 750만 명의 환호성이 터졌다. 3시간짜리 이벤트를 위해 레드불은 5년이란 시간과 6500만 달러(730억 원)을 투자했고, 결국 400억 달러(47조 원)에 달하는 광고 효과를 거뒀다.
마케팅을 하지 않는 회사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실은 가장 효과적 마케팅 사용법을 알고 있는 레드불의 브랜드와 제품 인지도는 그들의 공격적인 미디어 활용에서 시작됐다. 레드불은 매출액의 3분의 1을 마케팅에 쏟아 붓고, 그중 3분의 2 이상을 콘텐츠 제작 및 관리에 투자한다. 레드불과 관련한 동영상은 2016년 기업 관련 동영상 가운데 공유 횟수 1위(2700만 회) 를 기록했다. 2위 삼성전자 1250만 회, 3위 맥도널드 860만 회에 견주더라도 압도적인 인기였다. 그 해 5월에 레드불은 액션 캠코더 고프로의 지분을 매입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고프로는 현장감 넘치는 1인칭 영상과 촬영기술을 레드불에 독점 제공했다.
레드불이 스포츠 이벤트를 여는 장소에는 기본적으로 수십 대의 카메라가 설치된다. 심혈을 기울여 가공한 콘텐츠를 자신들이 보유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보여준다. 미디어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레드불, 날개를 펼쳐줘요(Red bull, gives you wings)'라는 슬로건 아래 레드불이 후원하는 스포츠 종목은 광범위하지만 그들은 특별히 인기종목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스포츠에 전념한다. 레드불은 스키 점프, 서핑, 산악바이크, 스카이다이빙, 패러글라이딩 등과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야말로 그들의 역동적인 브랜드 메시지, '불가능에 대한 도전'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지름길이라고 믿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레드불이 드론에 보인 관심은 매우 긍정적이며, 앞으로 드론 레이싱의 시장 확대에도 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DR.ONE>은 레드불이 가진 그들만의 장점을 살려 F1 레이싱을 능가하는 인기를 결집시켰다.
파일럿용 FPV(First Person View) 고글은 드론에 설치된 카메라 시점으로 경기를 즐길 수 있게 한. 고글을 착용하면 평균 시속 150㎞, 최대 200㎞에 달하는 속도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진행된 DR.ONE 드론 레이싱 대회는 2017년 9월 29일부터 이틀 동안 오스트리아 스필버그(Spielberg)에서 진행됐다. 14개 국가에서 18명의 드론 조종사들이 접전을 벌였다.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빠르지만 기술적으로, 또 도전적으로 드론을 조종하며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각각의 조종사들은 5개의 완벽한 드론을 가져왔고, 총 3그룹으로 나눠져 23번의 열띤 경기를 펼쳤다. 어느 한 지점도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없었다. 실제 경기에서도 매순간 적절한 조정에 성공한 참가자들만이 결승 레이스를 치룰 수 있었다. 이전 대회와는 다르게 곳곳에 설치된 아찔한 장애물들은 물론이고 무게와 높이 외에는 그 어떤 제한도 두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박진감 넘치는 명장면들이 펼쳐졌다.
DR.ONE Race의 디렉터인 예르크 범바(Jorg Bumba)는 2016년 FPV 이벤트를 조직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200명의 파일럿을 끌어들이는 이벤트를 관리했다. 그는 DR.ONE이 고유한 경주 모드와 전략적 구성 요소로 진정한 도전이었으며, 다른 드론 레이싱 이벤트와 많이 다르다고 말한다.
엇보다 코스 접근법이 다르다. 6명의 조종사가 평행하게 날아다니는 Red Bull Ring에서 개최된 'E-Mobility Play Days 2017'기간 중에는 언제든지 3개 그룹으로 여러 번 열띤 경주를 펼칠 수 있었다. 이틀 동안 진행된 2017 레드불 DR.ONE 대회 우승은 1997년생 오스트리아 출신 조종사 바스티안 해클(Bastian Hackl)에게 돌아갔다. 20세에 불과한 그는 인터뷰를 통해 “나는 처음부터 냉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그들을 따라잡고 추월하기 위해 매 바퀴마다 상대를 더 압박했다. 승리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는 말을 남겼다.
2018년, 드론 레이싱 리그(DRL)과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 BMW는 서로 파트너를 맺고 가장 빠른 레이싱 드론 개발에 나섰다. DRL은 지난해 기네스 세계 기록에서 배터리 구동식 원격제어 쿼드 코프로 가장 빠른 지상 주행 속도를 자랑하며 163.5 마일의 속도를 냈다. 이번에는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인 BMW의 도움을 받아 이 기록을 갱신하려고 한 것이다. 그 도움은 크게 두 가지로 BMW의 기술 노하우, 그리고 BMW 공기 역학 테스트 센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드론레이싱 경기에서는 파일럿이 고글을 쓴 채 드론이 전달하는 실시간 영상을 보면서 경주하지만 국제드론레이싱협회(IDRA ; International Drone Racing Association)가 주최하는 DRL은 관객도 레이싱 장면을 가상현실 헤드셋으로 함께 체험할 수 있다. 특히 DRL은 파트너와 투자자보다 기술적 우위를 성공의 열쇠로 꼽는다. 강력한 함대를 구성하는 350기의 드론은 특허 받은 무선기술로 제작됐다. 드론, 조종사, 관중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100여 가지 컬러의 LED조명으로 뒤덮인 충돌방지 탄소섬유 프레임에 넣어져 경기를 진행한다.
DRL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ESPN이 경주를 방송하는 동안 eSport는 두바이, 라트비아와 같은 국가에서도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 DRL을 설립한 호르바체프스키는 새로운 관객에게 자신의 리그를 소개할 수 있는 창조적인 방법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 2016년에는 비디오 게임대회인 <DRL Racing Simulator>를 개최해 우승자가 버드 라이트(Bud Light) 후원으로 7만 5000달러의 계약을 맺었고, 같은 해 12월에 DRL 브랜드 경주용 드론을 개발하기 위한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
드론은 모터스포츠와 경쟁적인 레이싱을 전개하지 않는다. 드론을 통해 시작된 새로운 레이싱은 어떤 이들에게는 아직 낯선 세계에 속할지 모른다. 가까운 미래에 1인 1드론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예상은 대중의 일상을 향해 점점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가는 중이다. 그 동안 미래의 스포츠로 부를 만한 많은 새로운 종목들이 나왔다가 사라졌다.
그러나 내일이면 드론 레이싱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코스는 더 도전적으로 바뀔 것이다.
대한민국 최초 드론 전문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