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I의 산업용 드론, 매빅 2 엔터프라이즈
엔터프라이즈는 기업이라는 뜻과 함께 큰 모험의 느낌을 담은 단어입니다. 그래서 엔터프라이즈라면
DJI가 ‘엔터프라이즈’라는 이름에 전함을 고민 했을리 없지만 유출된 차세대 매빅 사진에서 이 단어를 발견합니다.
매빅2가 고화질 카메라와 줌 카메라를 달고 출시했을 때, 우리는 ‘원 모어 띵 (One more thing)’을 기대했습니다. 본 다른 제품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매빅2 엔터프라이즈에 대한 기대는
고화질의 매빅2 프로와 줌 사이를 고민하는 동안 엔터프라이즈 따위는 잊었습니다.
기업용 드론임에 틀림없을 매빅2 엔터프라이즈는 분명 재미있는 드론이겠지만 아무리 재미있어도 재미도 일이 되면 즐겁지 않은 법이니까요.
드론은 날기만 해도 즐거웠습니다. 날아오를 때 즐겁고 날아오른 다음 세상을 보는 일은 더 즐거웠죠. 하지만 매믹2 엔터프라이즈는 드론의 비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고민하게 합니다.
출시 전 매빅2 엔터프라이즈가 어떤 드론이 될지 쉬쉬해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기대하기에 매빅 2 엔터프라이즈는 시시합니다. 매빅 2가 출시되고 매빅 머리에 다른 장치를 달 액세서리도 출시 되었으니 뭐 적당한 액세서리면 2 엔터프라이즈가 특별하지 않을 테니까요.
매빅 2가 출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관련 액세서리 시장도 아이디어를 총동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레저용 드론 중에 가장 높은 안정성을 자랑하는 매빅이라면 딱히 기업용 드론으로 새로 만들지 않아도 기업용으로 충분하고
매빅의 새 제품이 기업용 드론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DJI 기업용 드론은 기업용 드론으로 무얼 할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DJI는 어떤 장비를 가져와도 그걸 싣고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다고만 제시하죠.
드론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는 드론 회사의 고민이 아니라 드론을 이용할 회사의 고민이었죠. 그런데 이미 기업은 딱히 드론이 없어도 그 일을 잘만 해내고 있습니다. 드론이 없어도 아쉽지 않습니다. 드론을 이용하는 편이 더 저렴하지 않냐구요? 물론 더 저렴합니다. 항공 촬영이나 대 규모 농장에 농약 살포 같은 작업은 확실히 저렴합니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분야는 딱히 저렴하지 않습니다. 드론을 운영하는 가격이 기존 산업의 가격보다 조금 더 저렴한 수준에 머물기 때문이죠. 산업용 드론의 가격이 항상 물어봐야 알려주는 ‘싯가’인 이유입니다.
그런 기업용 드론 시장에 매빅2 엔터프라이즈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합니다. 매빅2 엔터프라이즈는 어두운 곳을 밝힐 스포트라이트와 상황을 전달할 스피커, 안전을 위한 비콘 램프를 달고 출시했습니다. 이제 기업은 드론으로 뭘 할까를 고민하지 않고 저 기능이 우리에게 필요한가만 고민하면 됩니다. 가격도 정해져 있습니다. 1,999불입니다.
매빅 2 엔터프라이즈는 매빅 2 줌과 다르지 않습니다. 비행시간과 비행 속도 거리까지 똑같습니다.
하지만 매빅2 줌이 1,249불인데 비해 매빅2 엔터프라이즈가 1,999불 인데는 750불 어치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설마 팔에 이름표와 액세서리 2종으로 750불을 퉁치지는 않겠죠.
DJI Pilot으로 조종하는 매빅 2 엔터프라이즈는 레저용 드론에 없던 (어쩌면 필요 없던) 기능을 제공합니다. 매빅 2보다 내장된 저장 공간보다 3배 더 큰 24GB는 비밀 번호로 보호됩니다.
매빅 2 엔터프라이즈는 비행을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작업을 위한 드론이기 때문에 비행에 방해되는 사물을 감지하는 센서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매빅 2 엔터프라이즈는 작업 주변에 유인항공기에 대한 정보를 받습니다.
매빅 2 엔터프라이즈는 최대 6배까지 확대한 영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줌은 영상의 픽셀도 크게 확대하기 때문에 담긴 영상의 화질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작업은 영상의 품질보다 가능한 가까이 확인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거기에 촬영되는 모든 정보는 시간과 GPS 위치 정보까지 함께 저장됩니다.
매빅 2와 매빅 2 엔터프라이즈는 모두 영하 10도에서 동작합니다. 하지만 영하의 추운 날 드론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체 때문이 아닙니다. 매빅 2의 배터리가 정상적으로 동작하려면 영상 5도는 되어야 합니다. 비행 전에 배터리를 품에 꼭 끌어안고 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매빅 2 엔터프라이즈의 배터리는 영하 10도에서 영상 6도 사이에서는 최대 500초 동안 열을 냅니다. 자체 발열 배터리를 가진 매빅 2 엔터프라이즈는 어떤 영하의 작업 현장에서도 날아오릅니다. 추워서 안 된다는 핑계는 영하 10도이하로 떨어질 때 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따로 구입해야 할 듯했던 3가지 추가 장비는 모두 들어 있습니다.
아파트 한 층의 높이를 2m라고 가정하면 5층에서 비춰도 사물을 확인할 정도의 밝기 입니다. ISO 3200의 카메라 감도가 더해지면 야간작업 뿐만 아니라 조난 구고 같은 상황에 11럭스 이상의 빛을 발합니다.
촛불 하나의 밝기가 약 1칸델라 정도의 빛을 가집니다. 하늘에 특정 위치를 알리는데 157개의 촛불을 가진 드론이 있다면 다양한 용도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차가 옆을 지나가는 소리의 크기가 100 데시벨입니다. 아무리 시끄러운 공장도 90 데시벨 정도니 어떤 소란스런 환경에서도 M2E 스피커는 파일럿의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매빅2 엔터프라이즈는 실시간으로 음성을 전달하고 녹음된 음성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장비의 각도는 비행 전에 손으로 조종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매빅이 액세서리를 동작하기 위해 별도의 채널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비해 매빅2 엔터프라이즈는 장비를 위한 포트를 가집니다.
기업의 주머니에 1,999불은 큰돈은 아닙니다. 잊지 못할 순간을 담기 위한 매빅2 줌의 가격이 1,560,000원 이라면 작업자의 안전과 시간을 절약하는 도구로 1,999불 (2,667,000원 예상)은 차라리 저렴합니다.
저렴한 가격에 걱정스러운 점도 있습니다. 기업용 제품은 관리가 핵심입니다. 고장에 대해 빠른 대응이 중요합니다. 매빅2 엔터프라이즈는 기업용 드론으로 낮은 가격을 자랑하지만 기업은 제품의 가격만큼 관리 비용도 중요하게 판단합니다.
드론을 날리는 국내 규제도 걱정입니다. 유인비행기의 정보를 읽을 수 있다해도 비행장 주변은 애초에 비행 금지고 비행 고도도 한정되어 원천적으로 유인기와 멉니다. 매빅2 엔터프라이즈가 자랑하는 유인항공기 정보에 비행기가 지나가도 이미 비행기의 고도까지 가면 안 됩니다. 야간 비행에 필요한 스포트라이트와 비콘은 일몰 후 비행이 금지된 우리나라에서는 써볼 기회조차 없습니다. 파일럿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스피커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사람들을 안내하는 용도로 사용한다면 인파 위로 드론이 날 수 없는 현실에 발목이 묶이죠. 드론이 날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만 비행해야 한다면 매빅2 엔터프라이즈보다는 차라리 가격이라도 더 저렴한 매빅2 줌이 매력 있습니다.
매빅2 엔터프라이즈의 추가 장비는 스포트라이트나 비콘, 스피커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적외선 카메라나 간단한 작업이 가능한 로봇팔도 무리는 아닙니다. 우리의 현실이 매빅2 엔터프라이즈의 모든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기대가 되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의 매빅이 세상을 향해 날아올라 세상의 아름다움을 담는 일을 했다면 매빅2 엔터프라이즈는 세상을 관찰하고 소통해서 세상을 향해 손을 내미는 첫 상업 드론으로 기억될지도 모릅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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