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급의 대형 드론으로 펼쳐지는 레이싱, X-CLASS
드론에 이름에 붙는 ‘급’은 크기를 의미합니다.
250급은 축을 통과하는 원의 지름이 250mm인 드론을 의미하고 65급은 65mm 크기의 드론을 뜻합니다. 드론의 급은 크기만 의미하지 않습니다. 큰 드론은 크기만큼 무거운 대신 더 큰 프로펠러를 쓸 수 있습니다.
물론 더 강력한 모터를 사용할 수 있죠. 하지만 작은 드론은 그 가벼움에서 또 다른 비행 성능을 자랑합니다. 그래서 드론의 급은 크기를 넘어 최대 성능과 비행성등 많은 것을 점쳐볼 수 있습니다.
속도를 겨루는 레이싱 드론의 세계에서 큰 출력은 영원히 채우지 못하는 파일럿의 욕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레이싱 드론은 덩치를 키우기보다 작고 날렵한 쪽으로 진화했습니다. 레이싱 드론이 출력의 한계를 만나면서 크고 무겁지만 더 강력한 출력을 선택하기보다 작고 가벼운 쪽을 선호하기 시작했으니까요. 같은 출력의 프로펠러와 모터를 쓸 수 있다면 작고 가벼운쪽이 유리합니다.
처음 대중이 만난 드론은 500급 이었습니다. 그것이 250급에서 220급으로 지금은 180급으로 점차 작아지더니
작은 드론과 큰 드론의 비행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떤 크기가 좋다고 판단하지 못하지만 레이싱 드론의 크기가 작아지면 생기는 확실한 문제가 한 가지 있습니다.
가뜩이나 빨라서 눈을 쫓기도 피곤한데 자꾸 작아지기만 합니다.
LED라도 달아야 어디쯤 날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으니 말이죠. 기왕 잘 안 보인다는 게 문제라면 차라리 아주 커다란 레이싱 드론은 어떨까요? 더 크고 더 큰 소리를 내면서 비행하는 드론이 속도를 겨루는 경기 말이죠.
X-클래스입니다. 얼마나 큰 드론들의 경기냐고요? 1000급입니다. 모터와 모터가 만드는 원의 크기가 1m 입니다.
X-클래스에 드론은 모터의 축이 그리는 원의 크기가 800mm에서 1200mm 까지 입니다. 일반적인 레이싱 드론에 4배입니다. 이만한 크기의 드론은 산업용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이 크기의 드론이 속도를 목표로 한다면 기체(Frame)도 달라야 합니다. 빠른 반응과 진동에도 의연해야 하는 레이싱 드론은 크기가 커질수록 더 단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만큼 무겁습니다.
이 덩치를 다룰 모터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모터의 사양은 앞의 4자리 숫자와 뒤에 4자리 숫자를 읽습니다. 앞의 4자리 숫자는 모터의 힘과 관계있고 뒤에 4자리 숫자는 속도와 관계있습니다.
예를 들어 2206-2300KV 모터는 모터 내부의 전자석 스테이터의 지름이 22mm, 두께가 6mm라는 의미입니다. 2300KV는 1볼트당 회전수(RPM)입니다.
최대 16.8볼트의 배터리를 사용한다면 일분에 38,640 바퀴나 회전을 하죠. 일반적인 레이싱 드론의 모터입니다. 하지만 X-클래스의 모터는
모터의 힘을 좌우하는 스테이터의 지름은 2배나 크고 두께는 3배 이상입니다. 큰 만큼 돌리기는 힘들어 RPM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465KV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회전 속도는 전압이 높으면 빨라집니다. X-클래스의 배터리는 다릅니다.
6셀 배터리와 함께 만든 최대 RPM은 11,718입니다. 아직 일반 레이싱 드론에 미치지 못한다고요?
프로펠러의 지름만 13인치 (330mm)에 한 바퀴 회전했을 때 전진 거리를 의미하는 피치는 12인치 (305mm)입니다. 일반 레이싱 드론의 6인치 크기에 4.5인치 피치 프로펠러와 비교하면 선풍기 입니다.
일반적인 ESC보다 2배나 큰 용량입니다. 하지만 비행 컨트롤러(FC, Flight Controller)와 나머지 부품은 지금의 레이싱 드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어 소프트웨어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베타플라이트 등으로 제어하기 때문에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거대한 기체와 그 크기에 걸맞은 출력 시스템만 갖추면 다른 부분은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레이싱 드론 제어 소프트웨어는 길이가 1m나 되는 괴물을 제어하기에는 최적화가 필요합니다. 무거워진 중량 덕에 급선회에서 고도가 낮아지거나 거대한 크기에서 오는 진동으로 출렁이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크기를 감당할 출력도 그만큼 커졌지만 속도를 위해 작고 가벼워진 지금의 일반 레이싱 드론의 속도에는 아직 미치지 못합니다. 앞에 예로 든 일반레이싱 드론의 모터와 프로펠러로 1분간 전진할 수 있는 이론적인 거리는 4.4km지만 X-클래스는 3.6km니까요.
하지만 X-클래스 드론은 이제 막 진화를 시작했습니다. 250mm 이하의 드론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진화가 필요할 뿐입니다.
X-클래스는 거대한 드론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1m 크기에 드론이 펼치는 드론 레이싱 경기입니다. X-클래스는 2가지 리그로 나눕니다.
AMA (Academy of Model Aeronautics)가 주최하는 오픈 경기 입니다. 일반 드론도 참가 가능한 이 경기는 X-클래스 급 드론을 가진 AMA 회원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습니다.
X-클래스 드론 레이싱에서 승인받은 선수가 참가하는 공식 대회입니다. 오픈 레이스에서 숙련된 X-클래스급 드론 비행을 시전한 선수들이 자격을 갖추고 참가할 수 있습니다.
X-클래스 드론이라고 해도 일반 레이싱 드론과 동일한 비행 컨트롤러 (FC)를 사용하는 만큼 X-클래스만을 위한 특별한 기능의 부품은 없습니다. 기본적인 크기 800 ~ 1200mm 를 만족하면 되고 FPV 화면에 선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으면 됩니다. 물론 영상송신장치는 크로스파이어 제품에 100mw를 사용해야 하지만 일반 레이싱 드론의 요구조건과 기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픈 레이스에서 수련을 마치면 누구나 공식 선수가 될 수 있죠.
크기가 크기인 만큼 X-클래스의 서킷 레이스는 더 많은 안전 준수 사항을 요구합니다. 경기 중 규정된 고도를 넘어서는 안되고 야간 경기를 위해 별도의 자격 인증 (FAA Part 107 sUAS 운영 자격증)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물론 기체 구별을 위한 LED도 있어야 합니다. 출전 팀도 파일럿과 비행 육안 관찰자, 팀 매니저로 구성되어야 하죠.
경기의 우승자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됩니다.
드론이 즐거움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건 불과 몇 년 전입니다. 제어하는 데로 비행하는 기체에 반했고, 그 드론에 카메라를 달면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손가락이 움직이는 데로 따라오는 드론과 드론의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중개하는 영상이 만나면 전에 없던 속도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레이싱 대회는 자연스럽습니다.
좀 큰 드론이 승부를 겨루는 대회도 우리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드론이 작을수록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어렵습니다. 1m의 커다란 드론은 날지 않아도 눈길을 끕니다. 커다란 드론이 만드는 프로펠러 음은 자동차의 엔진 소리같이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X-클래스는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대회지만
자동차 서킷에서 진행되는 만큼 자동차 경기 문화가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한 우리에겐 조금 먼 드론으로 느껴집니다. 우리가 즐기기엔 크기와 함께 커지는 위험에 대한 다양한 규제도 살펴야 하고 250급의 드론도 맘 편히 비행할 곳이 없는데 이렇게 거대한 드론이 호버링할 만한 곳이라도 있나 싶습니다.
하지만 대형 드론이 가지는 매력은 우리에게도 다르지 않게 다가옵니다. X-클래스의 프로펠러 소리는 짐승의 포효처럼 더 낮을 테니까요. X-클래스에 태극기가 그려진 팀 로고도 기대해 봅니다.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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