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의 적, 겨울!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T. S. 엘리엇은 대표작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말했습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조차도 황폐하기 이를 데 없는 황무지의 비참한 모습을 묘사한 것인데요.
하지만 드론 애호가들에게 잔인한 계절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겨울이죠. 대체 겨울이 뭐 어쨌기에 문제가 되는 걸까요?
수수께끼의 답은 배터리가 쥐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드론은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리튬 폴리머란?) 가볍고 효율이 좋기 때문이죠. 하지만 온도에 민감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주변 온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폭발할 위험이, 너무 낮으면 전압이 너무 내려가 배터리를 못 쓰게 될 가능성이 있어요. 20°C 언저리에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나마 더울 때는 과열만 조심하면 어느 정도 드론을 즐길 수가 있는데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배터리 잔량이 순식간에 떨어지면서 드론이 추락할 수 있어요. 겨울에 드론을 날리는 건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또한 바람이라는 요소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겨울의 매섭고 찬 바람은 우리의 피부만 괴롭히는 것이 아니에요. 드론이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가 다신 찾을 수 없게 된다거나, 조종 불능의 상태에 빠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무책임한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가능하면 겨울 비행은 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드론 하는 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니까요. 배터리 급방전이나 순간적인 돌풍은 도저히 통제 불가능한 변수입니다. 취미 생활을 위해 금전적 손해나 인명 피해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죠.
여러분이 원하는 것이 위와 같은 교과서적 답변이 아니라는 사실, 잘 알고 있습니다. 위험한 건 알겠지만 그래도 안 날리곤 못 배기시겠죠? 어쩔 수 없네요. 지금부터 안전한 겨울 비행 요령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말했듯 겨울 비행의 키포인트는 배터리입니다. 드론을 날리기 전 배터리를 예열해주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겨울에 운동할 때 부상 방지를 위해 워밍업을 하지 않습니까? 그것과 똑같습니다. 미리 배터리를 데워서 저온으로 인한 과방전을 막는 것이죠.
예열을 하는 데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실외에서 날리는 만큼 따뜻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요. 드론 애호가들이 일반적으로 애용하는 장소는 자동차 안입니다.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 놓고 배터리를 데우는 것이죠.
아시다시피 배터리는 사용하면 뜨거워집니다. 본격적인 비행을 하기 전에 프로펠러를 빼고 모터만 구동한다든지, 멀리 보내지 않고 호버링(호버링이란?)만 시켜준다든지 해서 예열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날씨가 지나치게 추울 경우 배터리 사용으로 인한 온도 상승치보다 낮은 기온에 따른 온도 하락치가 높을 수도 있다는 점은 주의하셔야 해요.
배터리 워머(Warmer)는 이름 그대로 배터리를 데워 주는 장치입니다. 안에 배터리를 넣고 원하는 온도를 설정해주면 알아서 예열을 시켜줍니다. 단, 배터리 워머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 또 다른 배터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함정입니다.
고수 분들의 경우 배터리 워머를 직접 만들기도 하는데요. 각종 드론 커뮤니티에 배터리 워머 자작기가 올라와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따라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예열을 충분히 했어도 배터리 온도가 떨어지는 것을 완벽히 방비할 수는 없습니다. 추가적인 방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요. 가장 흔히 쓰이는 방법이 배터리에 보온재를 씌우는 방법입니다.
배터리에 보온재를 씌울 경우 주의하실 점이 하나 있습니다. 열이 빠져나갈 수 있는 숨구멍을 만들어 놓으셔야 해요. 일말의 틈도 주지 않고 꽁꽁 싸맬 경우 배터리가 과열되어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춥디 추운 겨울에 배터리 과열로 사고가 난다면 굉장히 억울하겠죠?
추위와 바람을 뚫고 비행이 가능할 정도면 ‘급이 좀 되는’ 드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또 다른 변수가 생기는데요.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드론과 스마트폰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실텐데요. 앞서 언급한 ‘급 되는 드론’의 경우 스마트폰을 모니터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FPV 화면을 스마트폰을 통해 보게 되죠. (FPV란?)
그런데 스마트폰 또한 저온에 취약한 기기입니다. 최근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스마트폰이 갑자기 꺼지는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죠. FPV 화면을 보고 조종하다가 갑자기 스마트폰이 꺼지게 되면? 조종자 입장에서는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일 겁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침착하게 리턴홈 기능을 실행하고 기다리셔야 해요.(리턴홈이란?) 조종자가 평정을 잃고 허둥지둥하면 사고로 직결됩니다. 물론 항공법규를 준수하면서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거리에서만 날리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꼭 알야야 할 항공법규는?) 드론을 멀리 날리는 것에 대해 집착하는 분들이 있는데, 겨울만이라도 참아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드론만 추위를 타는 게 아닙니다. 추운 날씨에 조종을 하다 보면 손이 얼게 마련이죠. 감각이 무뎌지면 조종 실수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추위가 두렵지 않은 열정적인 드론 애호가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핸드 워머(Hand warmer)죠. 이거 하나면 동상 걱정 끝! 가격은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20달러(약 2만 4천원) 정도면 구매가 가능합니다. 하나쯤 갖고 계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지금까지 겨울 비행의 기본적인 주의사항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유난히 추운 올 겨울, 방한대책 잘 강구하셔서 안전하고 재미있게 드론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아니면 초미니드론 하나 구매하셔서, 실내에서 조종 연습을 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초미니드론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http://www.dronestarting.com/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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